[단독] 젖소 섞어놓고 ‘한우’로 팔려...홈쇼핑 표기, 소비자인식 괴리 어쩌나
현행법상 젖소도 ‘국내산 소고기’....식약처, 표기 기준과 소비자 인식 차이
공영홈쇼핑, 소고기 가공식품 매출 중 ‘한우’ 표기 판매 비중 34% 달해
민간홈쇼핑, DNA 검사 등 철저…윤한홍 의원 “중기부 관리체계 재설계해야”

현행 가공식품 표기 기준이 모호해 ‘젖소’ 원육을 포함시킨 제품이 홈쇼핑 방송에서 ‘한우불고기’로 팔려도 법적으로 문제가 아닌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홈쇼핑사는 민간 홈쇼핑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제품과 농축수산물 판로 지원을 위해 설립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기타공공기관)인 공영홈쇼핑이란 점에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우·육우·젖소를 구분하지 않고 ‘소고기(국내산)’으로 표시하는 것 자체만으론 소비자 기만 표시·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홈쇼핑에서는 상품명과 방송자막, 쇼호스트 멘트 등을 통해 원재료명과 별개로 특정 축종을 강조할 수 있어 법정 표시 기준과 실제 소비자 정보 전달 시 오인할 여지가 충분하다.
과거 공영홈쇼핑에서 이런 사례가 확인됐다. 본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한홍(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식약처와 공영홈쇼핑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 공영홈쇼핑이 판매한 ‘에드워드권 한우불고기’에는 젖소 원육이 함유됐음에도 ‘1등급 이상 한우 원육’만을 사용한 것으로 방송됐다.
공영홈쇼핑은 해당 방송에 대한 자체 점검 과정에서 원재료 표기 문제를 인지, 방송 이후 2023년 10월 19일 전액 환불 등 스스로 시정 조치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도 공영홈쇼핑의 자발적 조치를 고려해 해당 건에 대해 소비자 오인 관련 행정지도 ‘권고’ 처분을 내렸다. 공영홈쇼핑은 해당 사례 발생 이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해당 제품 제조사를 완전히 퇴출시켰으며 당시 방송 이후 제품을 지금까지 일체 판매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소고기 제품에 젖소 원육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인식과 괴리가 큰 방송이나 상품 설명을 담은 표기 기준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기준상 ‘소고기(국내산)’로만 표시하면 한우·육우·젖소도 판매할 수 있다. 문제는 세부적인 원료육 파악을 일일이 하기 어려운 소비자에게 적잖은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홈쇼핑 특성상 상품명과 방송 자막·쇼호스트 멘트 등을 통해 한우가 강조될 경우 실제 원료육과 소비자가 인지한 상품 정보 사이에 간극이 커지게 된다.
공영홈쇼핑의 경우 소고기를 원재료로 한 가공식품 판매량은 상당했다.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2025년부터 현재까지 소고기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 119개 상품을 867회 방송했다. 주문 건수는 198만872건, 매출액은 854억7100만원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상품명에 ‘한우’를 포함한 것은 61개로, 매출액은 약 288억70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소고기 가공식품 매출의 33.8%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공영홈쇼핑 측은 "2023년 9월 이후 문제가 된 제품을 일체 판매하지 않고 있다"면서 "2025년 이후 판매한 제품 중 '한우'로 표기한 제품 중 유우(젖소) 포함 상품은 없다"고 설명했다.
공영홈쇼핑이 오해를 초래한 사건을 거울 삼아, 민간 홈쇼핑사는 법정 표시기준 외에 자체적인 원료육 검증 및 방송 관리 절차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CJ ENM의 커머스부문 홈쇼핑사 CJ온스타일 관계자는 “한우 사용을 강조하는 제품의 경우 한우 DNA 검사 결과 등을 사전에 추가로 확인하고 육우·젖소 등이 사용된 경우 한우로 오인할 수 있는 방송 자막이나 쇼호스트 표현을 철저히 관리한다”고 밝혔다.
농수축산물 관련 상품 편성 비율을 60% 이상 유지해야 하는 NS홈쇼핑 관계자도 “축산물 이력번호와 원료육 관련 증빙자료, 원료출납부 등을 확인하고 육우·젖소 등 한우와 다른 축종이 사용된 경우 한우로 오인할 수 있는 방송 표현을 특히 주의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현행 기준상 소고기(국내산) 표기가 가능하더라도, 젖소 등 원료육 실제 사용 내역과 소비자에게 전달된 상품 정보를 정확히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홈쇼핑에서는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한홍 의원은 “공영홈쇼핑이 실제 원료와 다른 정보로 소비자를 오인시킨다면 정직하게 상품을 판매하는 중소기업과 농·축·수산인의 신뢰도 함께 훼손된다”며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영홈쇼핑의 품질관리와 검증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