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검찰 만능주의, ‘확신의 함정’

김정우 2026. 8. 10.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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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인정하자. 범여권 내 선명성 경쟁, 무소불위 권력을 누렸던 검찰(친검 세력 포함)의 반발 등 여러 층위에서 전개된 권력투쟁 끝에 마무리된 형사소송법 개정, 곧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얘기다.

비대해지고, 그래서 정치화해 버린 검찰 권력의 분산을 위해서였다.

'검찰 권력 부활 억제'의 시각에서 보면,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쪼갠 건 필연적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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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 폐지는 檢 자업자득
‘수사-기소 분리’ 필연적 귀결
“지옥문” 경찰 비하 타당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 긴급 간담회에 참석한 한동훈(왼쪽 두 번째) 무소속 의원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가명·오른쪽 두 번째)씨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솔직히 인정하자. 한쪽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다른 한쪽은 “국민이 고통받을 것”이라고들 하나, 결국 권력투쟁의 결과다. 범여권 내 선명성 경쟁, 무소불위 권력을 누렸던 검찰(친검 세력 포함)의 반발 등 여러 층위에서 전개된 권력투쟁 끝에 마무리된 형사소송법 개정, 곧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얘기다.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세상만사가 그렇다. 권력 다툼은 직장과 학교, 심지어 가정에서도 벌어진다. 하물며 정치권에서, 게다가 권력 집단 대수술을 하는데 설마 ‘국민만 바라보며’ 논의가 진행됐겠나. 수사 현장의 변화, 국민에게 미칠 영향이 가장 중요하지만 잠시 괄호를 쳐 두고, ‘권력’의 관점에서 따져볼 필요도 있다는 뜻이다. 때로는 한 발짝 물러설 때 본질이 보이는 법이다.

핵심은 ‘수사권-기소권 분리’다.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사회적 합의하에 도출된 원칙이다. 비대해지고, 그래서 정치화해 버린 검찰 권력의 분산을 위해서였다. 다만 수사 공백 등을 우려해 점진적 추진을 택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를 6대 범죄로 제한한 게 대표적이다.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권 조항도 2022년 신설됐다. 과도기적 권한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역주행했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시행령에 ‘등(等)’ 한 글자를 끼워 넣는 꼼수로 검찰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그럼 그렇지, 역시나 검찰은 못 믿는다’는 불신이 되살아났고, 검사에게서 수사 기능을 떼어놓는 건 최우선 과제가 됐다. ‘검찰 권력 부활 억제’의 시각에서 보면,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쪼갠 건 필연적 귀결이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도한 국회의원 중 한 명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4일 페이스북 게시물. 형소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 소식을 알리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가 "정말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김 의원 페이스북 계정 캡처

보완수사권 논쟁은 바로 이 지점, ‘수사-기소 분리’ 대원칙을 두고 이뤄져야 했다. 검찰 보완수사 사례를 띄우고 경찰을 깎아내린 건 정공법이 아니었다. ‘장윤기 사건’이 경찰 통제 필요성을 보여준 건 맞다. 그러나 검찰은 떳떳한가. 예컨대 최영중 전 청주시의원의 ‘미성년자 성매수’ 사건을 보라.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반려해 증거인멸 시간(나흘)을 벌어줬다는 의혹은 예사롭지 않다. 해당 검찰청 고위 간부가 평검사 시절, 이번 6·3 지방선거 때 최영중을 공천한 검사장 출신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의 부하로 일했던 탓이다. 또 항소심 재판부의 소송 지휘를 통해 성폭행 의도가 입증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돌연 ‘기소 전 보완수사’ 성과로 잘못 포장된 경위도 의심스럽다.

오히려 보완수사권 존치론자들은 다음 질문들에 답해야 했다. 수사-기소 분리는 더 유예돼야 하나. 경찰의 사건 암장·부실 수사를 바로잡으려면 반드시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을 쥔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해야만 하나.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나 사건 관계인 면담(사실관계 확인 절차) 등이 무용할 것이라는 예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수사권 없는 검사’는 정권 입맛을 맞추다 스스로 권력화한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그런데도 개정 형소법을 두고 “범죄 피해자의 고통만 키울 게 뻔하다” “지옥문이 열렸다” 등 저주와 독설이 그치지 않는 건, 그 이면에 ‘경찰 무시·비하·폄훼’의 시선이 깔려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검찰 만능주의라는 ‘확신의 함정’에 갇혀 있다는 말이다.

김정우 이슈365부장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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