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다리 잃고 '금메달'...상대 선수 한쪽 팔보며 "너도 이겨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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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인빅터스 게임(세계 상이군인체육대회) '휠체어 컬링' 결승전. 군 복무 중 부상으로 한쪽 팔을 절단한 선수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가 가장 보람을 느낀 대회는 지난해 캐나다 밴쿠버·휘슬러에서 열린 인빅터스 게임이다.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인 그는 이번 대회에서 좌식배구, 수영 등의 종목에 참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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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회에서 금·은·동메달 휩쓴 이환경,
2029년 대회 준비하는 표정호 선수 인터뷰
"인빅터스 게임서 받은 동질감, 연대 큰 위로"
"꺾이지 않고 극복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다"

2025년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인빅터스 게임(세계 상이군인체육대회) '휠체어 컬링' 결승전. 영국의 마지막 드로샷이 실패로 끝나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리 선수단이 대회 첫 금메달을 확정 짓던 순간, 선수단의 주전 이환경(53)씨는 고개를 돌려 상대 팀 영국 선수들을 바라봤다. 군 복무 중 부상으로 한쪽 팔을 절단한 선수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남은 팔로 '딜리버리 스틱'을 힘껏 밀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에 이씨는 고개를 떨군 채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6일 경기 고양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 나선 이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상대 선수도 나처럼 힘든 시간을 이겨 냈을 것이란 동질감, 연대의식이 생겼던 것 같다"면서 "영국 선수들이 우리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해 줬는데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너도 이겨 냈구나, 나도 그랬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메달보다 큰 수확은 어려운 상황에 굴복하지 않는 '인빅터스 정신'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레슬링 선수 꿈꿨던 청년에게 닥친 부상

이씨는 한때 한국체대에서 레슬링을 전공한 엘리트 선수였다. 중·고교 시절에는 아시안게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운동을 했지만 대학교에 진학한 후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체육교사를 꿈꿨다. 대학 4학년 때 중등 정교사 자격증을 딴 그는 졸업 후 군 복무를 시작했다. 제대하고 임용고시를 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군 복무 중 입게 된 사고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도로에서 차량을 단속하던 중 한 중형차가 그가 있는 초소로 돌진했고 오른쪽 다리에 심각한 외상을 입었다. 다리를 살리기 위해 중환자실에서 한 달 넘게 사투를 벌였지만 생명이 위독해지면서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이씨는 "수술을 마치고 눈을 뜨니 무릎에 축구공만 한 붕대가 감겨 있었다"면서 "그때가 겨우 스물여섯 살이었는데 인생이 끝난 것만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장애를 얻고도 태극마크 달고 인빅터스 게임 참가

그를 다시 일으킨 건 역시 그가 사랑한 스포츠였다. 퇴원한 지 석 달 만에 대학에서 인연을 맺었던 교수의 권유로 장애인 스키캠프에 참가하게 됐다. 그는 한 발로 땅을 짚고 보조 장비인 '아웃리거'를 이용한 스리트랙 스키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 발로 땅을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렸고 속옷까지 땀에 흠뻑 젖었다. 이씨는 "중도 퇴소만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의 굳은 의지 덕분에 기량은 빠르게 성장했다. 이씨는 2001년 국제 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에서 열린 패럴림픽에도 참가했다. 몸이 멀쩡할 때도 달지 못했던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것이다.
그가 가장 보람을 느낀 대회는 지난해 캐나다 밴쿠버·휘슬러에서 열린 인빅터스 게임이다. 이씨는 이 대회에서 휠체어 컬링 금메달, 알파인 스키 은메달, 스켈레톤 동메달을 따냈다. 그는 "국가를 지키다가 장애가 생긴 선수들이지만 여전히 국가를 위해 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수영 강사로도 일하고 있는 그는 2029년 대전에서 개최되는 인빅터스 게임 참가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씨는 "2029년 대회에 선수가 안 되면 스태프로라도 일조하고 싶다"면서 "우리 아이들(세 아들)도 데려가 좌절을 극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뢰 밟고도 '걸음' 포기 안 한 표정호씨 "더 많은 부상군인과 연대"'

부상제대군인 표정호(26)씨는 10월 호주에서 열리는 '2026 인빅터스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인빅터스 페스티벌은 인빅터스 재단이 개최하는 본 대회가 아닌 인빅터스 호주재단이 개최하는 이벤트 대회 성격이다.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인 그는 이번 대회에서 좌식배구, 수영 등의 종목에 참가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에서 자신에게 맞는 종목을 찾아 2029년 대전에서 열리는 인빅터스 게임에 참가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불과 2년 전, 표씨는 운동은커녕 그냥 걷는 것도 힘겨워했다. 2022년 군 복무 중 겪은 '지뢰 사고'로 몸이 성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강원도 양구에서 근무하던 중 지뢰 폭발 사고를 당했다. 사고는 그의 발꿈치의 절반을 앗아갔다. 발목을 절단해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걸음'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발가락이 움직이는 등 신경과 혈관이 살아 있는 덕분에 그는 절단 대신 발꿈치 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 후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는 "반년 넘게 발목을 쓰지 않아 발이 펴진 상태로 굳어 있었다"면서 "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 구토를 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오전, 오후, 저녁마다 거르지 않고 재활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표씨는 현재 서울시 복지재단 청년 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며 부상 군인들이 보훈대상자로 등록·신청하는 일을 돕고 있다. 그는 "내가 보훈대상자 신청했을 때 행정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면서 "내가 겪은 경험을 좌절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부상 군인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빅터스 게임에 도전하는 것은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기 위해서다. 표씨는 "고등학교 때까진 축구선수를 했었다"며 "2029년 인빅터스 게임에 출전해서 아직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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