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 바다·노을, 청년작가 시선 속에 활짝 피다

양기섭 기자 2026. 8. 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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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화공간 사천 '놀라운지'
여름철 문화예술 프로그램

회화 60여점·체험, 여름예술로
대교공원 체류 콘텐츠로 확장
지민희, 1기 경험 살려 교류 기획
유해린, 물 성질 활용 바다 표현
장건율 , 바다 관찰 드로잉 선봬
가라미, 시민과 우쿨렐레 연주
'바다 앞에서 그리는 그림'에 참여하는 장건율 작가.

삼천포대교 교각 아래 자리한 청년복합문화공간 '놀라운지(NOL Lounge)'에서 하절기 문화예술 프로그램 '저녁·바다·여름'이 열리고 있다. 삼천포를 바라본 청년작가들이 각자의 시선과 감성으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이고, 시민과 관광객은 작가와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우쿨렐레를 연주한다.

사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놀라운지는 청년 예술인에게 작업실과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레지던시이자 창작 결과물을 시민과 공유하는 전시장이다.

이번 하절기 프로그램은 관람객이 작가의 작품을 보고 직접 창작을 경험한 뒤 삼천포대교공원의 공연과 야경을 즐기는 흐름이다. 교각 아래 작은 공간이 사천의 여름을 문화예술로 경험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있다.

하절기 프로그램 '저녁·바다·여름'을 중심으로 청년작가의 창작과 시민 참여, 공연·전시·관광을 연결하는 놀라운지의 문화예술 실험을 살펴보고, 지속 가능한 지역 문화거점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짚어본다.

삼천포의 여름, 네 작가의 작품이 되다

'저녁·바다·여름'은 지난 1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43일간 놀라운지 전시동에서 열린다. 사업비는 1792만원이며, 삼천포의 바다와 노을을 소재로 제작한 회화 작품 6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놀라운지 1기 입주작가인 지민희 씨가 기획했다. 현재 활동 중인 2기 입주작가 유해린 씨와 경남 청년작가 장건율·가라미 씨가 참여했다. 시범운영 단계에서 활동한 첫 입주작가가 기획을 맡고 후속 입주작가와 지역 청년작가가 작품을 내놓으면서 레지던시 활동이 작가 간 교류전으로 확장됐다.
결과보고전 전시장 앞에 선 지민희 작가.

작가들이 공통으로 바라본 대상은 삼천포의 바다와 저녁, 노을이다. 그러나 작품 속 풍경은 하나의 모습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같은 바다라도 무엇을 선택해 표현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인상도 바뀐다.

지민희 작가는 지난해 시범운영부터 올해 6월까지 놀라운지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 지역을 잠시 방문해 풍경을 바라보는 것과 실제로 생활하며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찾을수록 달라지는 자연의 표정과 관광객의 시선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지역의 감각을 만날 수 있다.

2기 입주작가 유해린 씨도 하반기 동안 창작동에 머물며 작업을 이어간다. 지민희 씨의 체류와 결과보고전이 다음 입주작가의 활동 및 하절기 전시로 연결되면서 입주 기수 사이의 연속성도 형성되고 있다.

장건율·가라미 씨의 참여는 레지던시를 한 명의 입주작가에게 한정하지 않고 경남지역 청년작가와의 협업으로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동전시와 체험을 통해 작가들이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고 새로운 관람객과 만날 기회를 마련했다.

전시장은 매일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삼천포대교공원에서 '토요상설무대 프러포즈'가 열린 지난 1·8일에는 오후 9시까지 운영했으며, 오는 15일에도 같은 시간까지 연장한다.

붓 들고 악기 튕기며 만나는 예술

하절기 프로그램은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라이브 드로잉과 그림·연주 체험을 통해 시민과 관광객이 창작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지민희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첫 프로그램인 장건율 씨의 '바다 앞에서 그리는 그림'은 지난 1일 열렸다. 눈앞에 펼쳐진 삼천포 바다를 관찰한 뒤 각자가 인상 깊게 본 색과 형태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정해진 이미지를 따라 그리기보다 같은 풍경이 사람마다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를 경험하도록 했다.

전문적인 기법을 익히지 않아도 자신이 본 바다를 선과 색으로 옮길 수 있어 어린이와 가족, 관광객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작가는 제작 과정을 보여주고 참가자의 질문에 답하며 그림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표현 방법을 안내했다.

8일에는 유해린 씨의 '물로 그리는 그림'이 진행됐다. 물이 흐르고 번지며 다른 색과 섞이는 성질을 활용해 바다와 빛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붓을 정확하게 통제하기보다 재료가 만들어내는 우연한 흔적을 관찰하도록 구성했다.

오는 15일에는 가라미 씨가 진행하는 '한 줄로만 해보는 우쿨렐레 연주'가 마련된다. 악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한 줄을 이용해 간단한 소리를 내고 함께 연주한다. 체험용 우쿨렐레 5대를 대여해 음악 경험이 없는 시민과 관광객도 참여할 수 있다.

회화 중심의 전시에 음악 체험을 더하면서 삼천포의 여름을 여러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인다. 소리를 듣고 직접 연주하면서 하나의 장소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도록 한 것이다.

세 프로그램은 토요상설무대가 열리는 날, 오후 4시부터 5시 30분까지 운영된다. 체험을 마친 참가자가 노을과 공연을 연이어 즐길 수 있는 시간대에 배치했다.

토요상설무대와 잇는 문화관광의 동선
유해린 작가의 '물로 그리는 그림'.

사천문화재단은 '저녁·바다·여름'을 놀라운지 내부 행사로만 구성하지 않았다. 인근 삼천포대교공원에서 열리는 토요상설무대 프러포즈와 전시·체험 일정을 연계해 공연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이 놀라운지까지 둘러보도록 했다.

방문객은 오후에 작가와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해질 무렵 바다와 노을을 감상한 뒤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공연 전후에는 전시장에 들러 실제 풍경과 작품 속 삼천포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전시와 체험, 공연이 같은 장소와 시간대에서 이어지면서 삼천포대교공원을 보다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풍경 감상 중심의 관광을 예술가와의 만남과 문화 체험으로 넓히려는 시도다.

토요상설무대는 일정한 관람객을 놀라운지로 이끄는 통로가 되고, 놀라운지 전시는 공연 전후에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된다. 두 공간이 방문객을 공유하면서 개별 행사의 한계를 보완하는 구조다.

교각 아래 130.60㎡, 창작과 발표를 한곳에

놀라운지는 사천시 삼천포대교로 71의 교각 하부에 자리한다. 창작동 60.60㎡와 전시동 70㎡ 등 모두 130.60㎡ 규모다. 창작동은 상시 운영하고 전시동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여는 것이 기본이지만, 프로그램에 따라 운영시간을 조정한다.

창작동에는 입주 예술인의 작업실과 주거공간이 함께 마련돼 있다. 예술인이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며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레지던시 공간이다. 전시동은 입주작가 결과보고전과 기획전시, 문화예술교육 등에 활용한다.
가라미 작가의 '한 줄로 연주하는 우쿨렐레'.

제작공간과 전시공간을 나란히 둔 것은 놀라운지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입주작가는 창작동에서 작품을 제작한 뒤 전시동에서 시민에게 공개한다. 오픈스튜디오 기간에는 작업실 문을 열어 사용한 재료와 도구, 제작 중인 작품을 보여주고 관람객과 직접 대화한다.

올 레지던시는 상·하반기로 나눠 각 6개월간 운영한다. 기수별 입주작가는 1명으로 연간 2명을 지원한다. 1기는 1∼6월, 2기는 7∼12월활동하는 일정이다.

입주작가에게는 작업실과 거주공간을 제공하고 매월 50만원의 창작활동지원금이 지급된다. 작가는 월별 작업일지를 작성하며 활동을 기록하고 입주 기간이 끝나는 6·12월에는 결과보고전을 연다.

상반기 실험, 여름 프로그램 기반 되다

놀라운지는 하절기에 앞서 상반기 동안 전시와 체험, 오픈스튜디오를 결합한 운영방식을 시험했다. 지난 4월 16일부터 5월 25일까지 1400만원을 들여 상반기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기획전시 '파도레미 리딩 아카이브-책과 재료로 만나는 창작 이야기'는 예술도서와 종이·석고 등 실제 창작 재료를 결합했다. 관람객이 책을 읽고 재료를 만지며 예술가의 작업 과정을 이해하도록 한 오감형 전시다.

5월 9~24일 주말에는 '나만의 인쇄물 만들기' 워크숍을 운영했다. 참가자는 평판인쇄의 개념과 제작방식을 익힌 뒤 자신의 생각과 감각을 명함과 엽서, 포스터 등의 형태로 표현했다.
놀라운지 외부 전경.

매주 토요일에는 입주작가의 창작동을 공개하는 '작가와의 창작 대화'가 진행됐다. 작품과 자료를 본 관람객이 작업실로 이동해 창작환경을 살펴보고 작가에게 궁금한 점을 묻는 방식이다.

상반기에 시도한 재료 중심 전시와 시민 제작 체험, 작업실 개방은 하절기 프로그램의 운영 기반이 됐다. 여름에는 바다와 노을, 토요상설무대를 더하고 참여 범위도 입주작가와 경남 청년작가로 넓혔다.

첫 입주작가의 열매, 다음 창작으로 이어지다

놀라운지 시범운영의 첫 입주작가였던 지민희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공간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 지 작가의 결과보고전 'Fruit열매'는 지난 6월 13~27일 전시동과 창작동에서 열렸다. 예산은 400만원이다.

전시는 자연물인 열매의 형상과 질감을 서로 다른 재료로 옮기는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캐스팅 조각을 절단한 단면 부조와 열매의 단면을 이미지로 제작한 평면작품,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과 참고자료를 함께 선보였다.

6월 26·27일에는 창작동을 전면 개방하는 오픈스튜디오를 운영했다. 작가는 실제 사용한 작업공간과 제작환경을 공개하고 관람객에게 작품의 소재와 제작방식을 설명했다.

'Fruit열매' 이후 지민희 씨는 하절기 기획전의 기획자로 참여했다. 첫 입주작가가 결과보고전을 마친 뒤 후속 입주작가 및 경남 청년작가와 협업하면서 레지던시 활동의 연속성을 보여줬다.
놀라운지에서 진행된 포럼 '사천 문화예술교육 도시를 품다'.

6000만원의 시작, 지속 가능한 운영으로

올해 놀라운지의 전체 운영예산은 6000만원이다. 공개된 자료상 상반기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1400만원, 입주작가 결과보고전에 400만원, 하절기 프로그램에 1792만원이 편성됐다. 입주작가 2명에게 6개월씩 월 50만원을 지급하면 연간 창작활동지원금은 모두 600만원이다.

대규모 문화시설과 비교하면 예산과 공간 모두 작지만, 놀라운지는 청년 예술인의 체류와 시민 참여에 기능을 집중했다. 새로운 건축물의 크기보다 기존 공간을 활용해 창작 경험을 만들어내는 생활밀착형 문화공간에 가깝다.

올해는 지난해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레지던시와 결과보고전,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연간 일정으로 체계화했다. 상반기 전시와 6월 결과보고전에 이달~다음 달에는 하절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12월에는 2기 입주작가의 결과보고전도 예정돼 있다.

작은 공간이 여는 사천 문화예술의 다음 장

앞으로 안정적인 예산과 전문인력, 입주작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더해지고 지역 예술계와의 협업이 확대된다면 놀라운지는 사천의 대표적인 청년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운영 성과를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시민의 의견을 다음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삼천포대교 아래의 130.60㎡가 도시 전체를 단숨에 바꾸지는 않는다. 그러나 청년작가가 지역에 머물 이유를 만들고, 시민이 붓과 악기를 잡게 하며, 관광객이 삼천포의 풍경을 작품과 이야기로 기억하게 하는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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