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맡겨 돈 빌렸는데 급락···고령층에 쏠린 부담, 대출 증가는 전 세대로
유지비율 미달 땐 강제 처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5개 종목을 담보로 받은 증권사 대출 잔액의 63%가 60대 이상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 규모는 고령층이 가장 컸지만 증가율은 20대가 157%로 가장 높았고 30~50대에서도 두 자릿수 증가세가 나타났다. 증권담보대출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추가 담보 납부와 반대매매 위험도 커지고 있다.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자 우선주, 삼성전기를 담보로 실행한 증권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5월 말 2조90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2조3345억원과 비교하면 24.3% 증가한 수치다.
잔액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의 잔액이 1조8283억원으로 전체의 63.0%로 가장 많았다. 50대는 5933억원으로 20.4%, 40대는 3385억원, 30대는 956억원으로 나타났다.
규모는 고령층, 증가세는 전 연령
60대 이상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조7166억원에서 올해 5월 말 1조8283억원으로 늘었다. 다른 연령층보다 증가 폭은 작았지만 잔액 규모는 가장 컸다. 같은 기간 50대 잔액은 3555억원에서 5933억원으로 약 67% 증가했으며 40대 역시 약 1940억원에서 3385억원으로 약 75% 늘었다.
젊은 층은 잔액 규모에서는 작았지만 증가율에서는 더 높은 모습을 보였다. 30대 잔액은 지난해 말 566억원에서 올해 5월 말 956억원으로 69.0% 늘었고 20대는 63억원에서 162억원으로 약 157% 증가했다.
증가 속도는 젊은 층과 중장년층에서 빨랐지만 주가 하락에 노출된 담보대출 규모는 여전히 60대 이상에 집중된 구조인 셈이다.
종목·연령 쏠림에 담보 부담 우려
증권담보대출은 고객이 계좌에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 등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상품이다. 담보로 맡긴 증권의 평가액이 증권사가 정한 담보유지비율을 밑돌면 고객은 정해진 기간 안에 부족한 담보를 추가로 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권사는 만기가 돌아오기 전이라도 필요한 수량만큼 담보물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담보유지비율과 추가 납부 기간, 처분 기준은 증권사와 상품에 따라 다르다.
이번 집계 대상에는 최근 증시 조정 과정에서 주가가 크게 하락한 반도체 대형주가 다수 포함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6월 19일 장중 37만4500원까지 올랐지만 7월 29일에는 장중 18만9200원으로 내려갔다. 40일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담보 종목이 반도체 관련 대형주에 몰리고 대출 잔액은 고령층에 집중된 만큼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 추가 담보 납부와 반대매매 부담도 특정 연령층에 쏠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계좌마다 대출 실행 시점과 최초 담보비율이 달라 대출 잔액만으로 실제 반대매매 대상이나 손실 규모를 판단할 수는 없다.
반대매매 매물, 변동성 확대 요인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개인 레버리지 주식투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융자와 증권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개인 레버리지 투자가 확대됐으며 반도체 업종의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3배 이상 불어났다.
한국은행은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당장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가 조정기에 반대매매 물량과 외국인·기관의 위험관리 매물이 함께 나오면 주가 하락 압력과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누적된 레버리지 투자가 주가 급락 과정에서 반대매매를 통해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고 연쇄적인 매물을 불러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이번 자료를 공개한 이 의원은 "증시 과열로 쌓인 빚투 청구서가 청년층과 고령층에 먼저 날아들고 있다"라며 "빚투가 단순한 투자 손실을 넘어 가계부채 부실로 번질 수 있다는 위험 신호"라고 주장했다.
☞증권담보대출= 증권사 등이 고객이 보유한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을 담보로 잡고 그 담보물의 가치에 따라 대출해 주는 상품을 말한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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