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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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면 한국 미술계의 두 풍경이 선명하게 갈린다. 서울에서는 프리즈 서울과 KIAF(키아프)가 열리고, 부산에서는 그보다 며칠 앞서 부산비엔날레가 개막한다.
시장이 판매의 위험을 피하고, 비엔날레마저 담론의 위험을 피한다면 새로운 미술은 어디에서 등장해야 할까.
그래서 지금의 풍경은 시장이 비엔날레를 완전히 이겼다기보다, 비엔날레가 자신이 맡아야 할 위험을 시장에 내어준 결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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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면 한국 미술계의 두 풍경이 선명하게 갈린다. 서울에서는 프리즈 서울과 KIAF(키아프)가 열리고, 부산에서는 그보다 며칠 앞서 부산비엔날레가 개막한다. 하나는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비엔날레다. 같은 동시대미술을 다루지만 작품을 고르는 기준도, 그것을 보여주는 이유도 다르다. 올해는 두 무대를 오가며 지금 미술계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생각해 보고 싶다.
최근 몇 년 사이 그 중심은 분명 시장으로 기울었다. 어떤 작가가 어느 갤러리에 합류했는지, 어떤 작품이 얼마에 거래됐는지가 미술계의 주요 뉴스가 된다. 프리즈가 열리는 서울에는 세계의 컬렉터와 갤러리스트가 모이고, 9월은 어느새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즌이 되었다.
그렇다고 시장이 마냥 강해진 것은 아니다. 몇 년째 이어지는 조정 속에서 갤러리들은 오히려 더 신중해졌다. 부스비와 운송비, 체류비를 감당해야 하는 아트페어에서 낯선 작가를 소개하는 일은 적지 않은 위험이 된다. 흥미로운 해외 갤러리들이 서울행을 포기하거나 규모를 줄이고, 참가 갤러리들도 검증된 작가와 판매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앞세운다. 행사는 여전히 화려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위험을 피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작품을 팔아야 하고 갤러리를 유지해야 한다. 시장은 결국 거래와 생존의 현실 속에서 움직인다. 새로운 시도 역시 그 조건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더 아쉬운 쪽은 비엔날레다. 비엔날레는 본래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떠맡기 위해 존재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소개하고, 익숙한 미술의 언어를 흔들며, 다음 시대의 질문을 먼저 제시하는 무대였다. 베니스와 상파울루, 광주와 부산의 비엔날레를 찾아간 것도 그곳에서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무엇인가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비엔날레는 새로운 질문보다 익숙한 의제를 반복한다. 기후와 생태, 탈식민주의, 이주와 공동체는 여전히 중요하다. 문제는 서로 다른 도시의 비엔날레에서 비슷한 작가와 언어, 비슷한 전시 문법을 거듭 만나게 된다는 데 있다. 시장이 판매의 위험을 피하고, 비엔날레마저 담론의 위험을 피한다면 새로운 미술은 어디에서 등장해야 할까.
그래서 지금의 풍경은 시장이 비엔날레를 완전히 이겼다기보다, 비엔날레가 자신이 맡아야 할 위험을 시장에 내어준 결과에 가깝다. 시장은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발굴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며, 때로는 비엔날레보다 빠르게 시대의 취향을 포착한다. 담론의 중심까지 시장으로 옮겨간 것은 시장이 특별히 용감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엔날레가 충분히 모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불협하는 합창’을 내세운다. 소리와 신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다룬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주제의 수사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낯선 작품과 경험으로 바꾸어내느냐다. 프리즈와 KIAF에도 잘 팔리는 이름을 확인하는 일 이상의 발견이 필요하다.

시장과 비엔날레가 서로 다른 이유는 하나가 상업적이고 다른 하나가 순수해서가 아니다. 시장은 위험을 계산해야 하지만, 비엔날레는 계산되지 않는 위험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올가을 서울과 부산에서 보고 싶은 것은 결국 그 차이다. 시장에서는 예상을 벗어난 작품을, 비엔날레에서는 아직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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