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빠진 증시서 은행주 ‘역주행’…기준금리·환율 호재에 상승세

유진아 2026. 8. 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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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는 반면 은행주는 석 달 새 상승세를 이어가며 역주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 기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자본비율 상승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은행주가 변동성 장세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융주의 구조적인 강세를 전망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국내 증시의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완화하고 금리 상승 위험을 방어하는 보완 자산으로 금융주를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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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새 은행지수 4.9% 상승
금리·환율 호재에 주주환원 기대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는 반면 은행주는 석 달 새 상승세를 이어가며 역주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 기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자본비율 상승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은행주가 변동성 장세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KRX 은행지수는 지난 5월 7일 1623.05에서 이달 7일 1702.86으로 4.9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7490.05에서 6258.77로 16.44% 하락했다. 국내 증시가 고점에서 큰 폭으로 밀리는 동안 은행주는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주가도 같은 기간 일제히 올랐다. 신한금융은 9만8900원에서 11만원으로 11.22% 상승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KB금융은 16만1200원에서 17만5800원으로 9.06%, 우리금융은 3만3200원에서 3만4800원으로 4.82% 올랐다. 하나금융도 12만8800원에서 13만4700원으로 4.58% 상승했다.

은행주가 조정장에서 차별화된 흐름을 보인 배경에는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성장한 데 이어 7월 근원물가도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시장에선 한은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변화를 비교적 빠르게 반영하지만 예금 등 조달금리는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 이에 따라 일정 기간 은행의 NIM과 이자이익이 개선될 수 있다.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늘리면 대출 성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은행주 상승에는 반도체와 기술주에 집중됐던 자금이 다른 업종으로 분산되는 순환매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I 투자 수익성과 반도체 공급 증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실적 가시성이 높으면서 금리 상승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금융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증시는 시가총액에서 반도체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관련 종목의 등락에 따라 전체 지수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다. 은행주는 반도체와 실적을 좌우하는 요인이 다른 데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도 기대할 수 있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보완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견조한 이익 체력도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4대 금융이 공개한 팩트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11조33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기업금융 확대와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원·달러 환율 하락도 은행주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내린 1416.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2일 14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이 내려가면 금융지주가 보유한 외화 위험가중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감소한다. 위험가중자산이 줄면 별도의 자본 확충 없이도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높아질 수 있다. CET1은 금융지주의 손실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건전성 지표이면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규모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환율 수준이 3분기 말까지 이어지면 주요 금융지주의 외화환산이익이 늘고 CET1 비율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감경에 따른 충당부채 환입 가능성까지 더해지면 3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환율이 분기 말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하나금융과 기업은행은 3분기 중 각각 1000억원 이상, 우리금융은 700억원 이상의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KB금융과 우리금융, 하나금융도 CET1 비율이 약 0.25~0.30%p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 주주환원 추가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주의 강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보다는 반도체와 기술주에 집중됐던 자금이 분산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순환매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AI 관련 기업의 수익성이 확인되고 반도체주가 다시 증시를 주도하면 은행주의 상대적인 상승 탄력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융주의 구조적인 강세를 전망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국내 증시의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완화하고 금리 상승 위험을 방어하는 보완 자산으로 금융주를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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