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금리 상승까지 '첩첩산중'…신용점수 만점도 2금융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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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어머니 병원비를 떠안게 된 30대 직장인 A씨.
결국 A씨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저축은행 소액 신용대출과 카드사 현금서비스 등을 동원해 어머니 병원비를 충당했다.
시중금리 상승 속에 정부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고 있어 고신용자가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저신용자는 제도권 금융 밖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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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 급전 못 구해 '발동동'
DSR규제 없는 저축銀·카드사로

지난달 어머니 병원비를 떠안게 된 30대 직장인 A씨. 2000만원의 급전이 필요해 주거래은행을 찾았지만 힘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해당 은행이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을 막고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하면서 대출 승인을 받지 못해서다. 이미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다 당겨쓴 A씨는 카드론을 알아봤지만 “신용대출 한도가 다 차서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A씨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저축은행 소액 신용대출과 카드사 현금서비스 등을 동원해 어머니 병원비를 충당했다. 그는 “신용점수가 950점대고 소득도 안정적인데, 돈 빌릴 데가 없어 며칠간 잠을 설쳐야 했다”며 “은행 대출을 못 받아 저축은행에 돈을 빌려달라고 통사정하게 될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고 토로했다.
◇ 정부 규제로 ‘대출 난민’ 속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고신용자조차 대출을 받지 못하는 신용 경색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생활비와 병원비, 대출 일부 상환금 같은 급전을 융통하지 못해 금융회사를 떠도는 ‘대출 난민’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들은 연 10% 이상의 고금리를 감수하겠다고 해도 필요한 돈을 제때 구하지 못해 가족 및 지인에게 손을 벌려야 할 처지다. 시중금리 상승 속에 정부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고 있어 고신용자가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저신용자는 제도권 금융 밖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국내 대출 비교·중개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용점수 900점 이상인 차주가 2금융권 대출을 받은 건수는 831건으로 1분기(693건) 대비 20% 증가했다. 신용점수 1000점 만점자가 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건수도 52건이었다.

향후 고신용자가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속도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900점대 고신용자가 2금융권 대출 한도를 조회한 건수는 150만6760건으로 지난 6월(147만8187건)보다 2만8573건 증가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자 고신용자가 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다.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월별 주택 관련 대출 취급액을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축소했다. 은행이 잇달아 대출을 죄는 것은 올해 연간 가계대출 여력을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목표치보다 1조원 넘게 초과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을 엄격하게 관리하다 보니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충분히 대출해줄 수 있는 신청자까지 돌려보내야 하는 일이 많다”며 “앞으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로 대출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 불황형 대출 막혀 사금융으로
주로 중·저신용자가 이용하는 ‘불황형 대출’ 창구도 좁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자동차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100%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라 차량가격 이상의 대출도 가능했으나, 앞으로 초과분에는 신용대출과 마찬가지로 ‘연소득 이내’ 한도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4월엔 금융당국의 주문으로 보험사들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한도를 해약환급금의 95%에서 85%로 낮췄다.
전 금융권이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생계자금이 필요한 저신용자는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이용액은 전년(최대 7900억원)의 두 배 수준인 1조5500억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저신용자 중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난 인원은 6만1000명에서 11만9000명으로 급증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정부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저신용자가 2금융권에서 대출을 못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조이면 결국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고금리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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