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 추정 기체 불가리아서 추락·폭발···유럽 방공망 ‘비상’

불가리아 영공에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기종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드론)가 진입한 뒤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 일대 드론 공방이 인접국 영토로까지 번지면서 주변국의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AFP통신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오전 8시10분쯤 불가리아 북동부 루마니아 접경지역인 카르담 검문소 인근에 대형 드론 1대가 진입했다. 드론은 국경을 넘어 약 100m를 비행한 뒤 트랜스발칸 천연가스관 시설에서 약 1㎞ 떨어진 해바라기밭에 추락해 폭발했다. 이 가스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몰도바와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거쳐 튀르키예까지 연결된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불가리아 국방부는 드론에 상당한 양의 폭발물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당국은 이 드론이 “우크라이나군이 널리 사용하는 유형”이라면서도 “현재까지 의도적인 영공 침범이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고의적인 영공 침범 가능성을 부인하며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불가리아 측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가리아 외교부는 오는 10일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해 면담할 예정이다.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은 국경 감시를 강화하고 드론 탐지와 대드론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국경 지역에 병력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드론은 루마니아 영공을 거쳐 불가리아로 넘어온 것으로 파악됐지만, 양국 방공망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사전에 이를 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방의 드론·미사일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광범위한 전파 방해와 위성항법 신호 교란을 벌이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드론이 항로를 벗어나 인접국 영공으로 진입하거나 영토에 추락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에서도 공항과 군사시설을 중심으로 드론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지난 4일 동부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폭발물을 실은 드론이 발견된 데 이어 최근에는 서부 지역의 한 군사시설 상공에서도 드론이 포착됐다. 독일군 작전사령부 대변인은 AFP통신에 “이번 주 독일 서부의 한 군사시설 상공에서 드론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 시설에는 대규모 지하 저장시설이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체계 부품 등이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에서도 지난 3일 흑해에서 민간 선박 2척이 드론 공격을 받아 승무원들이 부상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은 이날 국영 아나돌루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항구와 군함을 표적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상선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흑해에서의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발트해 연안 국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에서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가스 터미널과 군용 쇄빙선을 공격하기 위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2대가 항로를 이탈해 각각 영토에 진입한 뒤 폭발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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