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피지컬 AI 향한 '제조강국' 한국의 로봇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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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가상공간을 넘어 제조업이나 모빌리티 같은 실제 물리적 산업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AI협력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다 모인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강화됐다. AI·반도체 다음 전장은 무엇이 될것인가? 최근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약 60조원 규모의 투자 구상을 가시화한 데 이어,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대규모 로봇 생태계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중국이 5000㎡ 규모의 데이터 공장을 통해 수십만건의 궤적 및 촉각 데이터를 축적하듯, 한국도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로봇 데이터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제조 인프라를 지닌 대한민국의 저력 위에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 기존 부품·장비 기업의 신속한 기술 전환, 그리고 정부의 획기적인 인프라·규제 지원이 결합할 때 대한민국은 휴머노이드시장을 선점하며 세계 로봇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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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가상공간을 넘어 제조업이나 모빌리티 같은 실제 물리적 산업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AI협력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다 모인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강화됐다. AI·반도체 다음 전장은 무엇이 될것인가? 최근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약 60조원 규모의 투자 구상을 가시화한 데 이어,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대규모 로봇 생태계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축이 가상세계의 대형언어모델(LLM)에서 현실 물리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 및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신호다.
한국은 제조강국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적 절벽에 직면해 있다. 노동 유연성 저하와 생산 인구 감소가 현실화된 지금,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이차전지 등 국가 핵심 대동맥 산업에서 로봇을 통한 획기적인 산업자동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세계 로봇 및 제조 경쟁 지형은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독보적 글로벌 초지능 AI 역량을 갖춘 미국은 오픈AI, 테슬라, 엔비디아 등을 중심으로 파운데이션 모델(VLA, World Model) 개발을 주도하며 글로벌 피지컬 AI 표준과 지능형 소프트웨어(SW)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전통적 로봇 강국인 일본은 초고정밀 감속기, 감지 센서, 특수 모터 등 메카트로닉스 원천 소재·부품 분야에서 확고한 독점적 기술 장벽을 구축하며 신뢰성 높고 내구성이 우수한 로봇 하드웨어(HW) 시장을 주도한다.
반면에 중국은 막강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거대한 인프라 투자를 발판 삼아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80% 이상을 점유하며 선제적으로 대량 생산 페이즈에 진입했으며, 스마트폰 및 전기차(EV) 공급망에서 축적된 정밀 스크루, 고밀도 배터리, 모션 캡처 기술을 대규모 데이터 수집 공장과 결합해 거대한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제조 역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로봇 산업 체계가 단품 협동로봇이나 서비스 로봇 일부에 국한돼 왔다. 핵심 메카트로닉스 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높고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체계 구축이 미진해 미국·중국의 SW 양산 파도와 일본의 HW 기술 사이에서 기술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보유한 기존 자동차 부품 및 장비 산업 역량은 로봇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비밀병기다. 내연기관 축소와 내연차 부품 수요 감소로 업종 전환의 기로에 선 국내 수천여 부품·장비 기업들은 이미 고도화된 정밀 가공 기술, 액추에이터 및 감속기 제작 노하우, 자동화 설비 제어 역량을 고루 갖추고 있다.
자동차 하체 구조물이나 구동계를 생산하던 정밀 부품 라인은 휴머노이드의 정밀 관절, 초소형 유성 로울러 스크루, 초경량 프레임 생산 라인으로 즉각 전환이 가능하다. 국내 자동차 부품·장비 산업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대량 생산 품질 관리 시스템과 가격 경쟁력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격을 대중화 수준으로 낮추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생태계의 성공적인 로봇 산업 전환은 부품업계의 신성장 동력 확보와 로봇 공급망 자립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적 수순이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발전 속도는 압도적인 AI 인지 지능을 자랑하는 미국과 대규모 시제품 양산 및 실증 데이터를 무기로 삼은 중국이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 피규어 AI,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 등 선도 기업들은 시각·언어·행동 모델(VLA)을 바탕으로 로봇의 자율적 판단과 복잡 작업 수행 능력을 놀라운 속도로 고도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유니트리, 아지봇 등을 필두로 출하량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공장 및 유통 현장에 수천대 단위의 휴머노이드를 실전 투입해 양산 속도전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본은 토요타, 파나소닉 등을 중심으로 정밀 물리 제어 및 고내구성 기구체 개발을 바탕으로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실증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 중심의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고, SW 알고리즘 개발 인력 부족과 현장 학습용 데이터 수집 체계의 미비로 선두 그룹과의 기술 격차를 신속히 좁히기 위한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센프란시스코 서밋에서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공장 조립라인에 세우겠다고 발표하며 지향점을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 반복 작업용 산업용 로봇이나 단편적 로봇팔과는 차원이 다른 범용성(Generality)을 제공한다. 인간의 신체 구조에 맞게 설계된 기존 반도체 클린룸, 자동차 조립 및 의장 라인, 바이오 고위험 실험실, 물류 창고 등에 별도의 고비용 라인 개조 없이 즉시 투입될 수 있다. 특히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반도체·바이오 공정이나 고중량 부품을 다루는 자동차 조립 공정에서 휴머노이드는 작업자의 안전 사고 위험을 완벽히 상쇄하는 동시에, 24시간 균일한 정밀도를 유지함으로써 공정 수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다. 나아가 가전, 유통, 재난 구호 등 전 산업 영역으로 확산되어 산업 지형 자체를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다.
미국의 SW 패권, 중국의 가성비 대량 생산, 일본의 부품 독점 사례는 한국에 명확한 시사점을 준다. 대한민국은 독자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휴머노이드 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골드만삭스와 주요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일본 노무라연구소의 세계 로봇시장 전망에 따르면 2035년 전 세계 약 1조달러(약 1300조~15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강력한 지분과 패권을 차지할 수 있다. 10년 후 글로벌 시장에 대한 휴머노이드 SW 플랫폼을 지배하는 미국(약 3500억달러)과 거대 양산 공급망을 거머쥔 중국(약 3000억달러), 정밀 원천부품 강국 일본(약 1500억달러)이 치열하게 다투는 거대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이 구도 속에서 한국이 목표해야 할 지향점은 첨단 제조기술과 소부장 역량으로 미국(SW)·중국(양산)·일본(부품)의 3대 패권에 눌리지 않는 '글로벌 톱4(약 1200억달러 이상 시장 점유)'의 독보적 지위 확보다.
이를 위해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제조공장을 국가적 '로봇 실증 및 학습 필드'로 개방하고, 대기업의 정밀 제조 인프라와 중소 부품·장비사의 가공 기술을 묶는 '수요-공급 공동개발 연합체'를 가동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고도화된 한국의 제조공장 실증 데이터(Test-bed Data)와 신속한 자동차 부품 제조 전환 역량이 결합한다면, 대한민국은 '글로벌 초정밀 고난도 제조 특화 휴머노이드 공급기지'로서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것이다.

끝으로 국가 차원의 효율적 휴머노이드 로봇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요구된다.
첫째, '국가 로봇 대규모 데이터 수집 센터 및 파이럿 실증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 노무라종합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중국이 5000㎡ 규모의 데이터 공장을 통해 수십만건의 궤적 및 촉각 데이터를 축적하듯, 한국도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로봇 데이터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둘째, 선제적 규제 혁신과 글로벌 표준화 주도에 나서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유연한 작업환경 조성을 방해하는 입법적 걸림돌을 제거하고, 미국·중국 등이 선점해 나가는 휴머노이드 기술 및 안전 표준 체계에 대응하여 한국형 로봇 안전 가이드라인과 글로벌 표준안을 앞장서 제시해야 한다.
셋째, 인재 양성과 초기 시장 파이 창출에 힘써야 한다. AI와 메카트로닉스를 넘나드는 융합 인재 양성에 국가 예산을 과감히 집행하고, 공공 물류 및 보건·돌봄 분야에 휴머노이드를 선제 도입하는 공공 구매 정책을 통해 초기 시장 수요를 견인해야 한다.
로봇은 더 이상 제조업의 부속품이 아니라 국가 승패를 가르는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산업안보 자산이다. 세계 최고의 제조 인프라를 지닌 대한민국의 저력 위에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 기존 부품·장비 기업의 신속한 기술 전환, 그리고 정부의 획기적인 인프라·규제 지원이 결합할 때 대한민국은 휴머노이드시장을 선점하며 세계 로봇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오한석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ohsim2004@gmail.com

〈필자〉2005년부터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기술개발센터장, 정책기획실장, 중견기업단장 등 국가연구개발 정책·기획·평가, 기술개발, 중견기업 육성 지원업무를 두루 수행했다. 현재 월드클래스기업협회 자문교수,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비상임 이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렴옴부즈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21년 5월부터 단국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전담교수로 근무했으며 2025년 3월부터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6년 중견기업육성 유공 국무총리 표창, 2019년 소재부품기술개발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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