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타 사태’ 봉합된 줄 알았더니···스페인도 이탈리아에 국경 닫아 ‘갈등 고조’

지난달 말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에서 일어난 대규모 월경 사태 이후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서로 입국 통제에 나서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태 발생 후 열린 유럽연합(EU)의 긴급회의에서 EU 국가 간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으나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 총리와 좌파 스페인 총리 간의 정치적 갈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스페인 내무부는 8일(현지시간) 엑스를 통해 이탈리아가 겪고 있는 “지속적인 불법 이민 압박”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날부터 한 달간 이탈리아에서 들어오는 여행자에 대한 임시 국경 검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세우타 월경 사태 이후 스페인을 상대로 한 달간 솅겐 조약을 일시 중단한 것에 대한 보복성 대응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세우타로 넘어온 7만2000여명의 이민자들이 솅겐 조약이 적용되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EU 내 다른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다며 지난 1일부터 한 달간 국경 통제에 들어갔다.
스페인 당국은 지난 7일 성명서를 내 이러한 조치가 “부당하고 EU의 이익에 반하며 스페인 국민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며 국경 통제를 풀지 않으면 “비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스페인은 세우타가 특별 국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 지역일뿐더러 이주민 대다수가 모로코로 이미 송환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스페인은 “이탈리아는 최근 몇 년간 불법 월경이 가장 많이 발생한 회원국이며 그 수치는 스페인의 두 배에 달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같은 날 곧바로 “국가 안보 및 국경 통제와 관련해 해외의 최후통첩이나 강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스페인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최소 오는 15일까지, 그리고 이탈리아에 대한 안보 및 테러 위험이 완전히 배제될 때까지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스페인 헌병대는 ‘오는 15일 다시 한번 세우타로 넘어가자’는 취지의 SNS 게시물이 젊은 모로코인을 중심으로 공유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를 근거로 이탈리아 측은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EU 회원국 간 갈등이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다시 고조되자 EU가 사태 중재에 나섰다. 바그누스 브루너 EU 이민 담당 집행위원은 8일 엑스에서 두 국가 내무부 장관과 연락을 취했다며 “불법 이민 문제 해결에 있어 우리가 이룬 진전과 회원국 간의 신뢰가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EU 27개 회원국들은 지난 4일 긴급 화상 회의를 열어 “스페인에 대한 강력한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며 갈등 봉합에 나선 바 있다.
양국의 이번 맞불 조치를 두고 정치적 이념 대립이 EU의 기본 원칙인 ‘회원국 간 이동의 자유’를 시험대에 올렸단 평가가 나온다. 이민 반대론자로서 정치적 입지를 다진 멜로니 총리와 EU의 경제적 경쟁력 유지 및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산체스 총리의 정치적 대립이 국경 통제로 불거졌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멜로니와 산체스 사이의 이민 정책을 둘러싼 더 큰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불법 입국자 수가 10년 전보다 급격히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민 문제가 유럽 정부들에 여전히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8051754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608021633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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