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통합노조 설립 '초읽기'.. '성과급 변경' 반발 확산
사흘 만에 3500명 결집…기존 노조 탈퇴 움직임까지
주식 성과급·적자 임금조정 제안에 노조 강력 반발
정부 성과급 제도 개입 움직임에 노사 갈등 장기화 우려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하나로 묶는 통합노조 설립을 추진하며 준비 모임을 구성하고 노조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5일 개설된 준비 모임에는 불과 사흘 만에 전체 임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3500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노조를 탈퇴한 뒤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의견도 확산되고 있어 구성원들의 조직 재편 요구가 상당한 규모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움직임의 핵심에는 성과급 체계 변경을 둘러싼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사측은 올해 노사 교섭에서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회사가 적자를 기록할 때 임금을 조정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입장에서는 기업의 경영 상황과 구성원의 보상 체계를 연계해 장기적인 보상 구조를 마련하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노동계의 반발은 거세다. 노조는 지난해 합의한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체계를 10년 동안 유지하기로 한 약속이 다시 협상 대상에 오르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산업 특성상 성과급 산정 기준이 변경되면 구성원들이 장기간 기대해 온 보상 체계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성과급은 SK하이닉스 임직원에게 임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경쟁과 설비 투자 규모가 크고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 폭도 크다.
이에 따라 회사가 높은 실적을 거뒀을 때 구성원에게 어느 정도의 성과를 돌려줄 것인지가 인재 확보와 조직의 동기 부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전문 기술인력의 이탈을 막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면 보상 기준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개입 움직임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장관이 영업이익과 연동한 성과급 지급 방식에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성과급을 포함한 노사 교섭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성과급 제도와 노사 교섭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주요 대기업의 임금협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이 장기화될수록 노사 간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노동자 역시 이미 합의된 보상 기준이 안정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기존 합의의 취지를 놓고 충돌할 경우 교섭 장기화와 조직 내 갈등, 인력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통합노조 설립 움직임은 이런 불안이 조직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향후 노조가 공식 출범해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포괄하는 대표성을 확보한다면 SK하이닉스의 노사 교섭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핵심은 성과급의 지급 방식 자체보다 구성원들이 보상 기준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회사와 노동계가 합의의 안정성과 경영 환경 변화라는 두 요구를 조율하지 못한다면 성과급 논란은 향후 SK하이닉스의 조직 경쟁력과 노사관계를 좌우하는 핵심 갈등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