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에 화석연료로 돌아간 아마존···초대형 가스발전소 짓는다

아마존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가스발전소 건설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개발 경쟁 속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화석연료로 다시 눈을 돌리면서 기후 공약이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 확보 위해 가스 터빈 35기···온실가스 배출 미국 최대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아마존이 미국 텍사스주 페코스 카운티에 건설 중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전력 공급을 위해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최근 발전소 부지를 매입했으며, 현재 개발업체가 해당 부지에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계획에 따르면 발전소에는 중대형 천연가스 터빈 35기가 설치된다. 최대 발전용량은 7.65GW로, 생산된 전력은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된다. 발전소는 초기에는 외부 전력망과 연결하지 않고 데이터센터 전용 설비로 운영될 예정이다.
7.65GW는 한국 전체 발전설비 용량(약 160GW)의 약 5%에 해당한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을 운영하기 위해 한국 전체 발전설비의 20분의 1 수준에 이르는 전력을 자체 조달하는 셈이다.
관련 허가 기록에 따르면 이 발전소의 연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300만t에 달한다. 실제 배출량은 이보다 적을 수 있지만 허가 기준으로는 미국 단일 발전소 가운데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규모라고 NYT는 전했다.
탄소중립 역행···‘오프그리드 가스발전’ 확산하나

아마존은 자체 발전소 건설이 지역 전력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스티브 캘러핸 아마존 대변인은 “새로운 현장 발전설비를 통해 텍사스 가정의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건설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태양광 발전과 배터리 저장장치를 함께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설비 규모와 투자 비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AI 데이터센터의 ‘오프그리드(off-grid) 가스발전’ 확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프그리드 발전은 기존 전력망과 연결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이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대신 건설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가스발전소를 직접 짓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아마존이 내세워온 탄소중립 목표와도 배치된다. 앞서 2019년 아마존은 다른 기업들과 함께 204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는 ‘기후 서약’을 출범시키며 탄소중립을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 규제완화 속 가스발전 확산···화석연료 회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데이터센터용 발전소 건설을 적극 지원하며 석유·천연가스·석탄을 활용한 ‘에너지 지배력’ 정책을 추진해 왔다. 재집권 직후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이후 연방기관들도 관련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정책을 잇달아 도입했다.
NYT에 따르면 최근 18개월 동안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전용 가스발전소 82곳이 건설 중이거나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39곳이 텍사스에 집중돼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오프그리드 발전소가 질소산화물 등 일부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연방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메타는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140억달러(약 19조7690억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면서 약 3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가스발전소 설치 허가를 신청했다. 텍사스 환경당국은 이를 20일 만에 승인했다. 테슬라·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지난 5월 신속 설치가 가능한 가스·디젤 터빈 전문업체를 인수하며 AI 인프라 자체 발전에 나섰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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