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에 침묵한 검사들… ‘집단반발’ 안 한 이유 있었다 [짚어봅시다]

권순욱 2026. 8. 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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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형사사법 체계 개편이나 조직 내부의 작은 인사 갈등만 불거져도 전국 검찰청은 거세게 요동쳤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자 검사들은 한상대 검찰총장을 향해 집단 항명에 나서 사퇴를 이끌어냈다.

평검사 회의도, 집단 성명도 없었다.

검사들이 집권여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집단 반발을 포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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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축 검사들은 징계·좌천
검찰 떠나며 구심점 증발
과중한 업무서 해방된 후
상위 통제자의 실속 챙겨

과거 형사사법 체계 개편이나 조직 내부의 작은 인사 갈등만 불거져도 전국 검찰청은 거세게 요동쳤다. 평검사 회의가 소집되고 간부들의 항명성 성명이 이어졌다. 언론은 이를 '검란(檢亂)'이라 부르며 헤드라인을 장식하곤 했다.

검찰의 집단 반발 역사는 화려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초기 서열 파괴 인사와 조직 쇄신책에 맞서 전국 평검사 회의가 열렸고, TV로 생중계된 '검사와의 대화'에서 현직 대통령과 검사들은 정면 충돌했다. 2005년과 2011년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는 집단 사직서 제출과 검찰총장 사퇴로 배수진을 쳤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자 검사들은 한상대 검찰총장을 향해 집단 항명에 나서 사퇴를 이끌어냈다. 2013년 채동욱 총장 사퇴 파동과 2020년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 직무배제 국면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의 평검사 회의와 내부 게시판의 댓글 릴레이가 펼쳐졌다.

하지만 2026년,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국면은 달랐다. 조직 전체가 들고일어날 사안이었음에도 극히 이례적으로 검찰은 침묵했다. 평검사 회의도, 집단 성명도 없었다. 내부 게시판에 비판 글이 올라오기는 했으나 강력한 집단 반발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우선 저항의 주축 검사들이 이미 검찰을 떠났다. 징계와 좌천 끝에 변호사로 전직하면서 저항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남아 있는 검사들의 사기는 저하됐고, 거대 집권 여당에 맞서서 검수완박을 막을 수 없다는 자포자기의 기류가 흘렀다.

여기에 냉철한 실리적 계산도 작용했다. 법 개정으로 직접 수사는 불가능해졌지만, 헌법상 독점 권한인 영장청구권은 유지된다. 직접 보완수사는 못 하더라도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재수사 요구권이 남아 있다. 수사라는 과중한 업무와 책임에서는 자유로우면서도 경찰 수사에 '감 놔라 콩 놔라' 할 수 있는 권한 자체는 살아 남았다. 그러면서도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유롭다.

무엇보다 수사권 박탈을 막을 수 없는 현실에서, 다가올 미래는 '직장인'으로서 결코 나쁘지 않다. 일선의 한 법조인은 기자에게 "그동안 검찰은 직접 수사로 인해 막대한 인력 소모와 행정적 부담을 짊어졌다. 과잉 수사 논란과 수사 지연에 따른 정치적·법률적 리스크,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고된 노동'이 일상이었다. 수사권이 박탈되면서 검사들은 이러한 과중한 노동에서 해방됐다. 직접 수사의 리스크와 비판은 이제 중수청과 경찰 몫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구속영장 통제와 재수사 지시, 기소독점권을 통해 타 기관의 수사 결과를 평가·지휘하는 '상위 통제자'의 실속을 챙기게 됐다. 동시에 헌법 덕분에 검사라는 호칭과 직급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거대 여당과 그 지지자들은 검사들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기분이 좋을지 모르나, 검사들 역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검사들은 이제 매 맞을 일이 없다. 그 매는 공수처, 중수청, 경찰이 나눠서 맞아야 한다.

검사들이 집권여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집단 반발을 포기한 이유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법무부·경찰이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인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검사 선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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