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가뭄, ‘동시다발’…한반도 덮친 ‘복합재난’ [이준기의 과·알·세]

이준기 2026. 8. 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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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폭염, 가뭄, 폭우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폭염·가뭄·폭우·산사태·산불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재해가 동시에 발생하며 피해를 키우는 복합재해·재난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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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40도 폭염 속 남부는 ‘가뭄’, 강원 영동은 ‘폭우’
전문가, 폭염·가뭄·폭우 ‘개별’ 아닌 ‘복합재난 대응체계’ 접근
국가적 예측·대응 위한 통합 시스템 마련해야...강수특성 재설계도
한반도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폭염·가뭄·폭우 등 복합재해를 챗GPT로 그린 일러스트.


한반도에 폭염, 가뭄, 폭우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연일 4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남지역은 가뭄이 겹쳐 이중고를 겪는가하면, 강원 영동·경북 동해안 일대에는 폭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를 입었다.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폭염·가뭄·폭우·산사태·산불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재해가 동시에 발생하며 피해를 키우는 복합재해·재난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개별 재해에 초점을 맞춰 마련된 예측·대응 체계를 새로운 기후위험을 반영한 복합재해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일요일인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치솟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서쪽을 중심으로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반면 지난 8일부터 집중호우가 내린 동해안 지역에 또다시 많은 비가 예상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여름철 전체 강수량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비가 오는 날은 줄어드는 반면 집중호우는 늘어나 강수의 시간적 집중과 간헐성이 심화되고 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강수량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가뭄 위험이 함께 커지는 이른바 ‘더 젖어들면서 동시에 더 말라가는’ 역설이 우리나라 여름철 기후의 특성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뭄과 홍수를 별개의 재난으로 봐선 더 이상 안 된다며 새로운 수자원 패러다임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조 원장은 지적했다.

조 원장은 “홍수 때 물을 빨리 바다로 흘려보내는 데 집중하면 곧이어 닥칠 가뭄에 취약해진다. 가뭄을 막으려 물을 가둬두기만 하면 돌발 폭우 시 침수 위험이 커진다”면서 “홍수와 가뭄을 하나의 연속된 시스템으로 묶어 다루고, 강수량 변동 속도와 폭 자체에 대응하는 체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극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 여파로 남부 지방은 심각한 가뭄피해를 겪고 있다.

경남 밀양은 농업용수 가뭄 비상 대응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으로 상향됐고, 전남광주 지역의 최대 수원인 동복댐도 생활·농업용수 저수율이 차츰 낮아져 ‘주의’ 단계로 격상됐다.

오재호 나노웨더 대표(부경대 명예교수)는 “남부와 제주의 가뭄은 전라권으로 확산해 농업·생활·공업용수를 위협하고, 낙동강 녹조와 산업계의 물 부족까지 촉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어 “온난화 속도가 2015년 이후 이전 10년간에 비해 약 2배 빨라졌다”며 “기후재난은 개별 재해가 아니라 폭염, 가뭄, 산불, 수질 악화가 연쇄되는 복합재난으로 갈수록 더 빈번하게 강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새로운 복합재해·재난 대응 시스템 및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냈다.

오 대표는 “과거 기후를 기준으로 구축한 각종 재해·재난 경보 체계만으로 대응에 한계가 있어 최신 기후위험을 반영한 사회기반시설 재설계와 선제적 통합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앞으로는 무강수 기간이 길어지는 동시에 비가 내릴 때 짧고 강한 집중호우가 나타나는 가뭄과 폭우 반복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단기예보뿐 아니라 계절 예측과 수십 년 규모의 기후 전망을 바탕으로 중장기 국가 재해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고, 정책 기준도 기후의 평균값이 아닌 변화하는 강수 특성에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상욱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남부지방의 가뭄은 대표적인 복합재해의 하나로, 가뭄과 폭염이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매우 강한 강도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복합재해에 대한 상세한 진단을 통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발생 위험 경보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극한 폭염은 다소 꺾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다음주에도 35도 안팎에 이르는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했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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