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인데 괜찮겠지?”…폭염에 소파·마루도 ‘화상’ 입는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사람들은 선크림을 바르고, 자동차 앞 유리에는 햇빛 가리개를 설치한다. 하지만 정작 하루 종일 창가에서 강한 햇볕을 받는 소파와 식탁, 마룻바닥은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강한 햇빛은 사람 피부뿐 아니라 가구에도 ‘일광화상’을 남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일광화상은 햇빛, 특히 자외선(UV)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가구나 바닥, 목재, 가죽 등의 색이 바래거나 변색되고 소재가 점차 열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인테리어·가구 업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사람의 피부가 햇볕에 타는 것처럼 재료도 자외선으로 손상된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자외선과 열이 장시간 축적되면 원목은 색이 바래고, 가죽은 갈라지며, 패브릭과 마룻바닥도 부분적으로 변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목 가구가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목재의 주요 성분인 리그닌이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면서 표면 색이 변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목재를 장기간 자외선에 노출하면 변색과 표면 열화가 진행될 수 있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표면 마감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가죽 소파도 예외는 아니다. 천연가죽은 자외선과 높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면 수분과 유분이 빠져나가면서 딱딱해지거나 갈라질 수 있다. 패브릭 소파와 러그는 염료가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면서 색이 옅어지고, 마룻바닥 역시 햇빛이 오래 드는 부분만 색이 달라지는 경우가 흔하다.
많은 사람이 “창문이 있으니 자외선은 막아주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일반 유리창은 피부를 태우는 UVB는 대부분 차단하지만, 피부 노화와 변색에 영향을 주는 UVA는 상당 부분 통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피부과학회도 UVA는 일반 창문을 통과할 수 있어 피부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구 변색 역시 이런 자외선의 영향을 받는다.
올여름처럼 폭염이 이어질 때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강한 직사광선이 유리를 통과하면 창가 주변 온도는 실내보다 훨씬 높아진다. 특히 오후 햇볕이 강하게 드는 서향 거실에서는 소파 표면과 원목 식탁이 장시간 열을 받으면서 소재 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 자외선뿐 아니라 높은 온도 자체도 목재의 수축과 팽창을 반복시키고, 가죽의 건조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커튼만 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햇빛이 오래 드는 창가에는 UV 차단 기능이 있는 커튼이나 블라인드, 자외선 차단 필름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일반 레이스 커튼보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표시된 제품이 변색 예방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가구의 위치를 조금씩 바꾸는 것도 의외로 효과적인 방법이다. 같은 면만 계속 햇빛을 받으면 부분적으로 색이 바래기 쉽기 때문에 소파나 러그의 방향을 계절마다 바꿔주면 변색을 줄일 수 있다. 옷을 햇볕에 오래 걸어두면 한쪽만 색이 빠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원목과 가죽은 소재에 맞는 관리도 필요하다. 원목은 제조사가 권장하는 오일이나 왁스로 표면을 관리하면 건조와 갈라짐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고, 가죽 역시 전용 보호제를 사용하면 수분 손실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마감 방식에 따라 적합한 관리법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 설명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집 안에 있다고 해서 자외선의 영향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처럼 폭염과 강한 일사가 이어지는 여름에는 피부뿐 아니라 가구도 조금씩 ‘나이’를 먹는다. 선크림을 바르듯 커튼을 한 번 더 치고, 러그의 방향을 바꾸고, 창가에 붙어 있는 소파를 조금만 옮기는 작은 습관이 몇 년 뒤 집 안 풍경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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