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뒤 쫓다가 체포”…‘IQ 200’ 로봇이 쇳덩이 된 이유 [피지컬 AI 핵심 밸류체인]

정채희 2026. 8. 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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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중국 마카오의 한 번화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경찰에 체포되는 기묘한 사건이 발생했다. 길거리 홍보용으로 유입된 1.3m 크기의 인간형 로봇(유니트리 G1)이 길을 걷던 70대 할머니의 뒤를 졸졸 따라붙으며 공포감을 유발한 탓이다.

자율주행차가 평면적인 도로 환경 위주로 주변을 감지한다면 인간의 복잡한 관절과 보행을 모방해야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1대당 최소 6대 이상의 카메라와 깊이 감지 센서, 수십 개의 촉각 및 힘·토크 센서를 온몸에 촘촘히 두른다.

완성차 및 로봇 제조사들을 향해 "앞으로 다가올 휴머노이드 붐에서 우리 라이다 솔루션을 표준으로 채택하라"고 선언한 일종의 쇼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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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vs 라이다에 촉각까지…오감 갖춘 휴머노이드

[피지컬 AI 핵심 밸류체인-신경·감각]


사진=X(구 트위터) 

2026년 3월 중국 마카오의 한 번화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경찰에 체포되는 기묘한 사건이 발생했다. 길거리 홍보용으로 유입된 1.3m 크기의 인간형 로봇(유니트리 G1)이 길을 걷던 70대 할머니의 뒤를 졸졸 따라붙으며 공포감을 유발한 탓이다. 할머니는 뒤늦게 정체불명의 로봇이 바짝 따라붙은 것을 확인하고 심장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마카오 경찰관 2명은 현장에서 로봇을 연행해 갔다.

이 해프닝은 피지컬 AI가 직면한 기술적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정밀 센서의 미비와 경고 알고리즘의 오류로 인해 로봇이 보행 중인 사람을 보완해야 할 주변 인체가 아닌 단순 이동 장애물로 잘못 인식하고 거리 조절에 실패한 탓이다.

사법 당국이 ‘인간과 로봇이 관련된 첫 경찰 출동 사례’로 기록한 이 사건은 로봇이 인간의 일상 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고도화된 센서 생태계’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비범한 두뇌를 가졌더라도 현실 세계를 올바르게 인지할 감각기관이 없다면 1m 앞의 사람조차 위협하는 쇳덩이에 불과하다. 센서가 각광받는 이유다.

 로봇의 오감: 눈·귀·피부가 되는 센서

센서는 빛, 열, 소리, 압력 같은 물리 신호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장치다. 사람에 비유하면 눈(카메라·라이다), 귀(마이크로폰), 피부(촉각 센서), 달팽이관(관성측정장치·IMU)에 해당한다. 센서 없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현실을 인지할 수도, 자신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도 없다.

로봇의 기능이 고도화될수록 요구되는 센서의 밀도와 종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자율주행차가 평면적인 도로 환경 위주로 주변을 감지한다면 인간의 복잡한 관절과 보행을 모방해야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1대당 최소 6대 이상의 카메라와 깊이 감지 센서, 수십 개의 촉각 및 힘·토크 센서를 온몸에 촘촘히 두른다.

이 중에서 보행자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공간 전체를 지각하는 ‘눈(시각 센서)’은 피지컬 AI 주도권 싸움의 뜨거운 첫째 격전지다. 자율주행차 시장을 달궜던 ‘비전(카메라) 대 라이다(LiDAR)’의 노선 싸움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그대로 옮겨왔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인간처럼 카메라 기반의 비전 기술과 소프트웨어만으로 충분하다”며 라이다 배척론을 고수한다. 소니 등 기존 카메라 이미지 센서 강자들과 퀄컴의 경량 AI 칩셋이 이 비전 중심의 로봇 생태계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샤오미, 샤오펑 등 중국계 산업용 휴머노이드 제조사들은 공장 내부나 불규칙한 환경에서 완벽한 정밀 지도 작성과 안전 확보를 위해 라이다가 필수적이라고 반박한다.


책 '피지컬 AI 2026'에 따르면 글로벌 라이다 1위 중국 헤사이(Hesai)의 전략은 이러한 패권 다툼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헤사이는 CES에서 360도 전 방향 인식이 가능한 라이다를 장착한 로봇개 ‘부이봇(Buibot)’을 선보였다. 헤사이의 진짜 목적은 로봇 완제품 판매가 아니다. 완성차 및 로봇 제조사들을 향해 “앞으로 다가올 휴머노이드 붐에서 우리 라이다 솔루션을 표준으로 채택하라”고 선언한 일종의 쇼케이스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을 지나 가정과 일상 공간으로 들어오기 위해 넘어야 할 진짜 문턱은 로봇의 ‘손끝’과 ‘피부’다. 로봇이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 집어 올리거나 의류 같은 부드러운 물체를 손상 없이 다루기 위해서는 정밀한 촉각 센서가 필수다. 아마존이 2025년 공개한 첫 촉각 물류 로봇 ‘벌컨(Vulcan)’이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전동식 ‘아틀라스(Atlas)’ 역시 손가락 마디와 엔드 툴에 고성능 촉각 및 힘·토크 센서를 탑재해 섬세한 조작 능력을 구현했다. 특히 벌컨의 경우 빼곡하게 물품이 들어찬 물류센터 선반 안에서도 기존 상품들을 훼손하지 않을 만큼의 힘만 가해 부드럽게 밀어내고, 그 사이의 빈 공간을 확보해 새 상품을 밀어 넣는 정교함을 과시한다.

그러나 시각이나 촉각 같은 개별 센서의 성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휴머노이드의 성패는 쏟아지는 감각 정보들을 하나로 결합하는 하모니에 달려 있다. 다수의 센서에서 밀리초(ms) 단위로 쏟아지는 이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결합·분석하는 ‘센서 퓨전(Sensor Fusion)’ 기술이 피지컬 AI의 핵심으로 부상한 이유다.

눈으로 보는 시각 정보, 촉각 센서가 느끼는 압력, 관성 센서(IMU)가 감지하는 몸체의 기울기가 지연 없이 통합 처리되지 않으면 로봇은 보행 중심을 잃거나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는 ‘데모 모드’를 벗어날 수 없다.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플랫폼 ‘아이작 심(Isaac Sim)’ 역시 다종 센서로 수집한 현실 데이터를 가상 공간에서 수만 배로 확장해 AI를 학습시킨다. 개별 센서에서 출발해 센서 퓨전으로 완성되는 감각 생태계가 피지컬 AI의 출발점이자 뿌리가 된 셈이다.

 국경 넘어선 센서 동맹과 전략 자산화

피지컬 AI의 폭발적 성장은 수십 년간 광학 모듈과 센서 시장에서 경쟁해 온 글로벌 전자부품 공룡들까지 국경을 넘어 손을 잡게 만들고 있다. 지난 7월 28일 한국 LG이노텍이 일본의 종합 부품 거인 TDK와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가 손을 잡은 이유는 단일 센서만으로는 휴머노이드의 고도화된 감각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메라만 가진 로봇은 흔들림이나 어두운 환경에서 인지 장애를 겪는다. 이에 LG이노텍과 TDK는 광학 비전 센서 모듈에 TDK의 초정밀 관성 센서(IMU)와 마이크로폰을 결합한 ‘차세대 멀티 센싱 모듈’을 개발하기로 했다. 시각 정보와 움직임, 음향 데이터를 하나의 모듈로 묶어 밀리초 단위로 AI 두뇌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결합했듯, 센서 역시 단품 판매를 넘어 반도체급 통합 패키지 모듈로 급격히 고도화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손을 잡는 배경에는 특정 소수 기업이 틀어쥔 글로벌 센서 공급망의 높은 문턱이 자리 잡고 있다. 소니, 헤사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수십 년간 기술 노하우를 쌓아온 소수 글로벌 부품사가 공급망의 상단부를 과점하고 있다.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마저 이들 글로벌 센서 공룡의 부품 없이는 로봇을 구동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국 역시 센서를 단순 부품이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일본은 2021년부터 반도체와 센서를 연계 육성하고 있으며 중국은 6대 미래 산업 발전 분야에 스마트 센싱을 포함시켰다.

한국 역시 ‘AI 3강’을 목표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센서 생태계의 현실은 미약하다. 정부 조사에서도 센서는 액추에이터(구동기), 로봇 손과 함께 국내 휴머노이드 경쟁력을 가로막는 3대 핵심 취약 부품으로 지목됐다. 이에 정부와 산업계는 첨단 센서 국산화를 위한 R&D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피지컬 AI 센서 생태계를 구축할 주요 국내 관련주에 주목하고 있다. 카메라 모듈 및 광학 센서 기술을 보유한 LG이노텍, 삼성전기, 해성옵틱스, 캠시스, 옵트로텍, 퓨런티어를 비롯해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센서를 전개하는 현대모비스, HL만도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라이다 및 특수 센서 기술을 보유한 라이콤, 에스오에스랩, 아이쓰리시스템, 그리고 로봇 솔루션 및 지능형 소프트웨어와 연계된 원익홀딩스, 솔트룩스 등이 센서 국산화의 핵심 플레이어로 거론된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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