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유리라 200도까지 견딘다더니 폭염에 ‘쩍’···산산조각 주의보

이윤정 기자 2026. 8. 8. 12: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깨진 유리 이미지. 프리픽

연일 40도에 가까운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창문이 갑자기 산산조각이 났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는 “강화유리가 저절로 깨졌다”는 사례가 잇달아 전해지면서 ‘폭염이 유리를 깨뜨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의 한 고층 건물에서는 15층 난간에 설치된 강화유리가 갑자기 파손돼 파편 일부가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폭염 속 유리 파손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한국뿐 아니라 최근 불볕더위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고층 건물 창문과 외벽 강화유리가 갑자기 깨졌다는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200도까지 버틴다는 강화유리가 40도 날씨에 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폭염 자체가 강화유리를 녹이거나 견디는 한계를 넘어서 깨뜨리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문제는 기온이 아니라 유리 내부에 생기는 ‘온도 차(열응력)’라고 설명한다.

“200도도 버틴다”… 절반만 맞다

유리는 제조 과정에서 표면을 압축응력 상태로 만들어 일반 판유리보다 약 4~5배 강한 충격 저항성을 갖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200℃ 안팎의 균일한 온도 변화는 비교적 잘 견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유리 전체가 비슷한 온도로 가열될 때 이야기다. 문제는 한쪽은 강한 햇볕에 달궈지고, 다른 쪽은 에어컨으로 차갑게 유지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유리의 한 부분은 크게 팽창하고 다른 부분은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 큰 응력이 발생한다. 이를 열응력이라고 한다.

미국의 유리 산업 단체인 국립유리협회(NGA)는 유리 파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유리 내부의 불균일한 온도 분포를 꼽는다. 국제 유리공학 분야에서도 직사광선, 창틀의 열 축적, 부분적인 그늘 등이 겹치면 열응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창틀은 더 위험하다. 유리 가장자리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더 낮게 유지된다. 가운데는 햇볕을 받아 뜨거워지고, 창틀에 끼워진 가장자리는 상대적으로 차갑다. 이 온도 차가 커질수록 가장자리에서 균열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알루미늄 창틀 역시 영향을 준다. 알루미늄은 열전도율이 높아 강한 햇빛을 오래 받으면 크게 팽창한다. 이 과정에서 유리 가장자리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균열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유리공학 분야에서는 열파손의 상당수가 유리 가장자리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화유리도 ‘자연 파손’ 가능성 있어
서울 광진구 고층빌딩에서 실시한 민관 소방 안전 합동 훈련. 경향신문 자료사진

강화유리는 일반 유리보다 훨씬 강하지만 절대 깨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와 유리 업계에서는 강화유리의 자발적 파손 사례를 오래전부터 보고해왔다.

대표적인 원인은 제조 과정에서 유리 안에 극미량 남을 수 있는 황화니켈 입자다. 이 입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피가 미세하게 변하고, 이미 강화 처리로 높은 응력이 걸려 있는 유리 내부에서 균형이 무너지면 특별한 충격이 없어도 갑자기 산산조각 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이런 현상은 전체 강화유리 가운데 극히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유리도 마찬가지

폭염에는 자동차 유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햇볕 아래 장시간 주차하면 차내 온도는 70℃ 안팎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에어컨을 강하게 틀거나 찬물을 갑자기 뿌리면 유리 안팎의 온도 차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도 여름철 급격한 온도 변화는 이미 작은 흠집이 있는 자동차 유리의 균열을 키울 수 있다고 안내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폭염만으로 자동차 유리가 갑자기 폭발하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은 기존 미세 균열이나 제조 결함 등이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NGA는 유리 파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유리 표면에 큰 온도 차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강한 직사광선이 오래 드는 창에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활용해 부분적인 열 집중을 줄이고, 창틀과 실리콘 등 고정부의 손상 여부도 정기적으로 점검할 것을 권고한다. 프레임과 실란트(실리콘)의 상태가 유리에 전달되는 응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동차 역시 폭염 속 장시간 밀폐 상태를 피하고, 에어컨은 처음부터 최저온도로 강하게 작동시키기보다 단계적으로 실내 온도를 낮추는 편이 유리와 차량 모두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AAA도 폭염 시 차량 내부 온도가 단시간에 위험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장시간 밀폐 주차를 피하고, 가능한 한 그늘에 주차하거나 햇빛 가리개를 사용하는 것이 차량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강화유리를 깨뜨리는 것은 단순한 기온이 아니라 직사광선과 냉방, 창틀 팽창 등이 만들어내는 큰 온도 차와 내부 응력이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이런 조건이 자주 만들어지는 만큼, 한여름에는 사람뿐 아니라 유리도 ‘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