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공식을 버릴 줄 아는 골퍼!

방민준 2026. 8. 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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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본향 스코틀랜드에서는 '골프에 철칙은 없다(There is no iron rule in golf)'는 격언이 진리처럼 통한다.

그들은 "바람이 매번 다른데 어떻게 스윙이 늘 같을 수 있겠는가, 몸이 변하는데 어떻게 공식이 영원할 수 있겠는가"라며 자신만의 골프를 즐겼다.

골프를 오래 한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공식이 있다.

그러나 골프가 가르쳐 주는 가장 큰 진실 가운데 하나는 모든 공식에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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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칼럼과 관련 없는 참고 이미지입니다. 프로 선수가 골프대회에서 경기하는 모습입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골프의 본향 스코틀랜드에서는 '골프에 철칙은 없다(There is no iron rule in golf)'는 격언이 진리처럼 통한다. 이 격언엔 수백 년 동안 링크스를 걸어온 스코틀랜드 골퍼들의 철학이 녹아 있다.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는 바람이 매 순간 달라지고, 잔디의 결도, 지면의 굴곡도, 날씨도 시시각각 변한다. 이 때문에 스코틀랜드 골퍼들은 한 가지 스윙이나 한 가지 해법을 절대시하지 않았다. 그들은 "바람이 매번 다른데 어떻게 스윙이 늘 같을 수 있겠는가, 몸이 변하는데 어떻게 공식이 영원할 수 있겠는가"라며 자신만의 골프를 즐겼다.



 



골프를 오래 한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공식이 있다. 백스윙은 어디까지 들어야 하고, 체중은 언제 왼발로 옮겨야 하는지, 7번 아이언은 몇 미터를 보내야 하며, 퍼트는 어느 정도 세기로 굴려야 하는지…. 그 공식들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수천 번의 연습과 수많은 실패, 그리고 몇 번의 짜릿한 성공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낸 자신만의 방정식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공식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골프가 가르쳐 주는 가장 큰 진실 가운데 하나는 모든 공식에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이다. 몸은 계절처럼 변한다. 봄날의 몸이 있고, 여름의 몸이 있으며, 가을과 겨울의 몸이 있다. 근력은 조금씩 줄어들고, 유연성은 어느새 시간을 품는다. 비거리는 말없이 짧아지고, 조급함은 조금씩 줄어드는 대신 회복은 더디다.



 



그런데도 많은 골퍼들이 스무 해 전의 공식을 오늘의 몸에 억지로 맞추려 한다. 예전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되찾겠다며 힘을 더 쓰고, 젊은 날의 스윙을 되살리겠다며 몸을 비튼다. 줄어든 거리를 인정하지 못해 한 클럽 더 잡는 것을 자존심의 상처로 여긴다.



그 순간 골프는 운동이 아니라 과거와의 싸움이 된다. 사실 우리가 이기려는 상대는 동반자도 , 코스도 아니다. 가장 이기기 어려운 상대, 바로 '어제의 나'다.



 



골프의 고수들은 이 사실을 일찍 깨닫는다. 그들은 공식을 버리는 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공식을 만드는 일을 성장으로 받아들인다. 비거리가 줄면 클럽을 바꾸고, 힘이 줄면 리듬을 바꾸며, 몸이 변하면 스윙도 함께 손본다. 그들은 자존심보다 현실을, 과거보다 현재를 신뢰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골프는 기술보다 지혜의 게임으로 변한다.



젊음은 힘으로 공을 보내지만, 연륜은 이해로 공을 보낸다. 젊음은 거리를 만들고, 연륜은 길을 만든다. 젊음은 완벽을 꿈꾸지만, 연륜은 조화를 배운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젊은 시절의 성공 공식이 평생 통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결국 삶과 충돌한다. 부모가 되면 삶의 공식이 달라지고, 은퇴를 맞으면 행복의 공식도 새로 써야 한다. 몸이 변하면 생활이 변하고, 환경이 변하면 생각도 변해야 한다.



변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실패다. 강물은 흐르기 때문에 썩지 않고, 나무는 계절마다 잎을 바꾸기 때문에 오래 산다. 자연은 끊임없이 자신을 수정하며 긴 세월을 살아간다. 오직 인간만이 오래전에 만든 공식을 움켜쥔 채 그것을 영원한 진리로 착각한다.



 



골프는 오늘도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당신의 스윙보다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신의 공식이다.'라고. 이 말을 받아들이는 순간 골프는 한결 부드러워진다. 비거리가 줄어도 스코어는 지킬 수 있고, 힘이 약해져도 품격은 잃지 않는다. 사람은 잃는 만큼 다른 것을 얻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좋은 골퍼란 공을 가장 멀리 보내는 사람이 아니다. 오늘의 몸으로 자신의 공식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인생 역시 젊은 날의 공식에 매달린 사람이 아니라, 세월이 가르쳐 준 새 공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것이다.



결국 인생의 품격은 얼마나 오래 같은 공식을 지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담담하게 새로운 공식을 받아들였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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