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새로 사도, 고쳐 써도 비싸다…AI발 반도체값 상승 영향[경제뭔데]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최근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사러 전자제품 매장에 나가보신 분들은 아마 깜짝 놀라셨을 겁니다. 초고사양 제품이 아니어도 200만원이 넘는 제품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와 주요 부품 가격이 올해들어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완제품 가격뿐 아니라 저장장치와 수리비, 소모품 가격까지 함께 오르면서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이 IT 기기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이번주 ‘경제뭔데’에서는 올해들어 빠르게 오르는 컴퓨터 관련 제품 물가를 한번 짚어봤습니다.
7월 컴퓨터 소비자물가 1년전보다 25% 상승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지난달 컴퓨터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5.1% 상승했습니다.
컴퓨터 물가는 지난 2월 10.8% 오르며 처음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6월부터는 상승률이 20%대로 올라서면서 가격 오름폭도 더욱 커졌습니다. 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태블릿 등) 역시 1년 전보다 22.5% 올랐습니다.
컴퓨터 가격이 오른 건 핵심 부품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저장장치 물가는 1년 전보다 47.5% 급등했습니다. 컴퓨터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완제품 가격도 함께 뛰는 이른바 ‘칩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부품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범용 D램과 SSD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반면 반도체 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데이터센터용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생산 능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서버용 제품 비중이 커지면 PC 등에 쓰이는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와 저장장치 공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품 가격이 오르고, 결국 소비자용 전자기기 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구조입니다.
부품값 상승은 새 컴퓨터를 살 때뿐 아니라 기존 제품을 유지하는 비용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달 컴퓨터 수리비는 전년 동월보다 15.7%, 소모품 가격은 8.2% 각각 올랐습니다. 새 제품을 구입하는 부담이 커진 데다 고장 난 제품을 고치거나 부품을 교체하는 비용까지 오르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구매하기엔 비싸다보니 이제 ‘대여’도 확산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IT 기기 수요가 둔화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6500만대로 1년 전보다 4% 감소했습니다. 2025년 1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이어졌던 증가세가 꺾인 것입니다.
스마트폰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역시 전년 동기보다 4% 감소했습니다.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소비자용 IT 기기의 생산비와 판매가격을 높이면서, 결국 소비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기 가격이 오르면서 제품을 한 번에 구매하기보다 일정 기간 이용료를 내고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애플은 미국에서 아이폰과 애플워치, 아이패드, 맥 등을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리스 프로그램 ‘애플 업그레이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는 12개월·24개월·36개월 등 계약 기간 동안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제품을 사용한 뒤, 계약이 끝나면 기기를 반납하는 것입니다. 계약이 끝나면 기기를 반납하는 만큼 기존 할부 프로그램보다 저렴한 점이 특징입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의 영향이 IT 기기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당장 소비자물가를 크게 끌어올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기업이 부담하는 생산비와 클라우드 이용료가 오르고, 기업의 이익률과 설비투자에도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장은 컴퓨터와 저장장치 등 일부 IT 제품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칩플레이션’이 향후 기업들의 비용 전가를 거치면서 보다 광범위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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