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0억 감액 추경 예고한 추미애… 경기도 재정 정말 '비상'인가

이범구 2026. 8. 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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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경기지사가 취임 한 달여 만에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추 지사가 5일 거론한 7조 원대는 한 해의 재정수지 적자를 뜻하는 금액이 아니라 도가 앞으로 상환해야 할 차입 원금과 이자를 합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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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 원대" 적자 아닌 상환 부담…채무비율 기준 이하
취득세 감소·복지비 증가 겹치며 재정 운용 압박 커져
김동연 측 "방만 경영 아냐", 반도체 세수 개편도 난제
추미애 경기지사가 5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추미애 경기지사가 취임 한 달여 만에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올해 세입 부족으로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고, 지방채와 각종 기금을 끌어다 쓴 탓에 일부 민생·필수사업은 10~12월분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하지만 도의 재정 지표는 법정 재정위기 수준에는 이르지 않았다. 세수 감소와 복지·의무지출 증가가 겹치면서 재정 운용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추 지사가 5일 거론한 7조 원대는 한 해의 재정수지 적자를 뜻하는 금액이 아니라 도가 앞으로 상환해야 할 차입 원금과 이자를 합친 규모다. 올해 기준 원금 6조7,283억 원과 이자 8,783억 원 등 모두 7조6,066억 원으로, 지역개발기금 4조3,589억 원과 통합계정 1조3,055억 원, 지방채 1조9,422억 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지역개발기금과 통합계정은 도 내부 회계 간 차입이어서 외부에서 빌린 지방채와는 성격이 다르다.

채무 규모를 법정 기준에 대입해도 도는 재정위기 단계에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방재정법상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5%를 넘으면 재정주의 기준에 들어가는데, 2024년 경기도는 11.95%다. 서울 21.53%, 전국 평균 14.58%보다 낮다. 따라서 추 지사의 '재정 비상' 선언은 법정 재정위기단계 지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도의 재정 여건이 악화한 것은 분명하다. 핵심 세원인 부동산 취득세 수입은 2022년 11조 원대에서 올해 8조 원대로 줄었다. 반면 전체 예산에서 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1.8%에서 올해 49%로 커졌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세입 변동 폭이 큰 상황에서 복지비와 국비 매칭사업 등 경직성 지출은 계속 늘고 있다.

재원 부족으로 상당수 사업의 올해 예산을 9개월분만 편성한 점도 부담이다. 노인장기요양 1,234억 원, 도교육청 학교급식 지원 584억 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291억 원 등 4분기에 필요한 민생예산만 3,000억 원을 넘는다. 도는 그동안 지방채와 기금을 활용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해왔다.

책임론이 김동연 전 지사와 이재명 대통령이 지사였던 시절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김 전 지사 때는 세수 부족 속에서도 확장재정을 이어갔고, 이 대통령이 지사이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는 도민지원사업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다. 재정난에는 부동산 경기 위축, 복지비 증가, 국비 사업의 지방비 부담과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 전 지사 측은 "대응을 안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방만 경영은 있지도 않았고 복지 매칭예산 및 골목경기 부양 예산에 대부분의 예산이 투입됐던 것"이라며 "윤 정부 때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입증된 재정투입을 방만 경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실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지사는 대책으로 지방세제 개편을 제시했다. 도는 반도체 산업단지의 도로·철도·용수·전력 등 기반시설에 재정을 투입하지만 기업이 내는 법인지방소득세는 용인·화성·평택·이천 등 시·군에 귀속된다. 도는 법인지방소득세 일부를 도세로 돌린 뒤 다시 배분하는 '공동세원화'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초자치단체의 반발이 예상되는 안이다.

남재걸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기도 재정적자는 경기지사와 혜택을 입은 도민이 힘을 합해 이겨가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며 "세출구조조정 등 합리적 자구책을 마련한 뒤 세제개편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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