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냐 70세냐” 지하철 무임승차, 핵심은 따로 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70세 이상 노인에게 일정 횟수의 버스 무임승차 혜택이나 교통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일정 연령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소득과 자산, 건강상태, 이동 여건과 무관하게 무임승차 혜택을 제공하는 현행 방식이 앞으로도 유효할지 냉정하게 점검할 시점이다.
가장 단순한 방식은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하고, 70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현행 제도 지속 어려워…해외는 연령·소득·거주지 고려
● 재원 다각화 필요…일정 소득 이상이면 일부 부담토록
● 무임승차 본질 ‘무료’ 아닌 ‘이동’, 획일적 지원 안 돼

이번 논의를 단순히 '65세냐, 70세냐'라는 숫자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핵심은 초고령사회에서 교통복지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유지할 것인지에 있다. 이동의 기회는 노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일하는 노인에게는 출퇴근 부담을 덜어주고, 병원·복지관·문화시설을 한결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자원봉사와 종교·동호회 활동은 물론 가족을 돌보거나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이어가는 데에도 이동은 필수적이다. 사회적 고립과 우울을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최근 사회적 고립이 흡연이나 비만에 버금갈 정도로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면서 이동권의 가치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노인 이동권, 연령 기준으로만 보장해선 안 돼
다만 아무리 필요한 제도라 하더라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미래세대까지 이어질 수 없다. 앞으로 상당 기간 노인인구는 증가할 것이며, 특히 후기고령층(75세 이상)은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일정 연령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소득과 자산, 건강상태, 이동 여건과 무관하게 무임승차 혜택을 제공하는 현행 방식이 앞으로도 유효할지 냉정하게 점검할 시점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의 제도 개편 논의는 의미가 있다. 복지를 줄이자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위해 제도를 재설계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주요국은 이미 연령만을 기준으로 한 획일적 지원에서 벗어나고 있다. 일본은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지역과 교통수단에 따라 다양한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별 교통패스도 도입했다. 독일은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과 지역 특성을 반영해 지역 중심의 교통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영국은 고령자 버스 혜택을 지역과 시간대에 따라 달리 운영하고 있고, 프랑스는 연령뿐 아니라 소득수준과 거주 지역 등을 함께 고려해 교통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노인의 이동권은 적극적으로 보장하되, 연령만을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령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지만 결코 유일한 기준일 수는 없다. 같은 나이라도 건강상태와 경제활동 여부, 소득수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70세가 넘어도 활발히 일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60대 후반부터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도 적지 않다. 지역별 대중교통 접근성도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의 제도 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할까. 가장 단순한 방식은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하고, 70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바람직한 방안은 연령 기준을 70세로 조정하되, 65~69세 가운데 교통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예컨대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장애나 질병으로 이동 부담이 큰 고령자에게는 무임승차 지원을 유지하거나 차등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동권은 폭넓게 보장하되, 도움이 더 필요한 이들에게 재원을 우선 배분하는 '맞춤형 보편주의'에 가깝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교통복지의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시가 함께 검토 중인 버스 이용 지원 역시 같은 원칙에서 접근해야 한다. 버스 지원이 단순히 지하철 무임승차 축소에 따른 보완책으로 다뤄져서는 곤란하다. 버스 역시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인 만큼 동일한 정책 원칙 아래 설계돼야 한다.
무임승차 본질 '무료' 아닌 '이동', 획일적 지원 안 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정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사실상 대부분의 부담을 떠안아 왔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자의 이동권을 특정 지자체의 책임으로만 남겨둘 수는 없다. 이동권 보장은 의료·돌봄·고용 등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만큼 국가와 지방정부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사회적 기반이기 때문이다.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재원 분담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경제활동을 하는 고령자의 경우 재직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통근 교통비의 일부를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고령자라면 본인이 일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도 충분히 논의해볼 만하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고령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한층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이동을 직접 지원하는 급여는 사실상 없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만큼 '교통급여' 도입도 검토할 시점이다. 일정 소득 이하의 고령자에게 교통비를 직접 지원하거나 교통카드 형태로 지급한다면, 고령자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교통급여는 의료접근성과 사회참여를 높여 장기적으로 사회비용을 줄이는 예방적 투자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교통복지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같은 혜택을 줄 것인가'보다 '누구에게 이동이 가장 절실한가'를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서울시에만 적용될 것이 아니다. 지역마다 인구구조와 교통환경은 다르겠지만,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 방향은 공유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초고령사회를 부담의 시대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시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초고령사회는 새로운 복지체계를 설계할 기회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권을 지속 가능하게 보장하는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이번 논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고령자의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안착한다면,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역시 국민적 공감 속에서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제도의 성패는 무임승차 기준을 몇 세로 정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기준이 바뀌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소외되지 않도록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다.
무임승차의 본질은 '무료'가 아니라 '이동'이다. 그리고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연령 중심의 획일적 복지가 아니라, 이동의 필요를 중심에 둔 맞춤형 교통복지다. 서울시의 이번 논의가 이러한 정책 전환의 출발점이 되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노인 연령 기준 개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
Copyright © 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증오·팬덤·적통 논쟁…‘막장 전대’ 뒤엔 86정치가 있다
- [르포] 8·3 세제개편에 갈라진 서울·경기 집주인 셈법
- 김민석·정청래·조국, 여권 ‘차기 경쟁’ 시작됐다
- ‘총체적 난국’ 빠진 李 정부, 지지율 하락세 불 보듯
- 민주당 당원들, 친명 독주에 경고장 보냈다
- 李 대통령 2년 차 지지율, 尹 판박이 ‘L자형’ 조짐
- [신동아 만평 ‘안마봉’] 2026년 구글로 몰리는 사람들, 네이버‧카카오의 한숨
- 바로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
- 이재명에 부메랑 된 ‘당원 주권’, 남은 4년도 험난하다
- “소방공무원 건강 지키는 게 곧 국민 생명 지키는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