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발 1100m '구름위 폭염 피난처'…안반데기로 향한 사람들

윤왕근 기자 2026. 8. 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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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아래 강릉 시내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여긴 숨은 쉬어져요."

7일 오후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옛 멍에전망대.

안반데기 강릉시내의 진짜 차이는 사실 밤이다.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밤사이 최저기온은 강릉 시내가 25.2도로 열대야가 이어진 반면, 안반데기와 가장 가까운 왕산 관측소는 19.8도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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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시내는 열대야, 왕산은 19.8도…차박·캠핑족 발길 이어져
7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옛 멍에전망대 주차장에 카라반과 캠핑카가 줄지어 서 있다. 폭염과 열대야를 피해 '구름 위 피서'를 즐기려는 차박객들이 찾고 있다.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덥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아래 강릉 시내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여긴 숨은 쉬어져요."

7일 오후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옛 멍에전망대.

구름이 손에 닿을 듯 낮게 떠 있었고,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초록빛 배추밭 사이로 거대한 풍력발전기 날개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은 내리쬐고 있었지만 산등성이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은 시내에서 느끼던 답답한 열기를 한결 덜어냈다.

전망대 주차장 한쪽에는 승합차 뒷문이 활짝 열린 채 서 있었다. 차 안은 좌석을 모두 접어 평평한 침상으로 바꿔 놓았고, 창문 네 짝도 활짝 연 채 산바람을 맞고 있었다.

차 옆에는 접이식 의자와 작은 테이블, 캠핑용품이 놓여 있었다. 밤을 보낸 흔적은 있었지만 번잡함은 없었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주차장을 채웠다.

심모 씨(65·강릉)는 아내와 함께 양산을 쓴 채 능선을 바라보다 연신 바람을 들이마셨다.

그는 "강릉 시내는 밖에만 나가도 숨이 턱 막히는데 여긴 그래도 버틸 만하다"며 "밤에도 여러 번 올라와 봤는데 얇은 등산용 점퍼 하나 걸칠 정도다. 차 에어컨도 켜지 않아도 된다"고 웃었다.

7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배추밭 산책길에서 관광객들이 양산을 쓰고 걸으며 한여름 고랭지 풍경을 즐기고 있다.

주차장에는 심 씨처럼 더위를 피해 올라온 자동차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캠핑카와 카라반은 전망 좋은 곳에 늘어서 있었고, 일부 차는 차양과 의자를 펼쳐놓은 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접근이 쉽지 않은 해발 1100m 고지 덕분인지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와는 달리 조용했다. 폭염을 피해 찾아온 사람들만 아는 '프라이빗 피서지' 같았다.

안반데기 인근에서 '영동권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카페'로 통하는 한 카페 앞에도 차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더위를 피해 산을 오른 관광객들은 시원한 음료를 손에 든 채 야외 좌석과 전망 공간에 머물며 한동안 발길을 떼지 않았다.

'구름 위의 땅'으로 불리는 안반데기의 정확한 지명은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평창 대관령과 맞닿은 강원 영동지역의 대표적인 고랭지 마을이다.

고산지대 특유의 우묵하면서도 넓은 지형이 떡메로 떡을 치는 '안반'을 닮았다고 해 안반데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 전체가 배추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능선을 따라 계단처럼 이어진 고랭지 배추밭은 짙은 초록빛 물결을 만들고 있었고,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 새하얀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했다.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배추는 싱싱한 초록빛을 유지한 채 9월 출하를 향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전망대로 이어지는 흙길에서는 양산을 쓴 관광객들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가족들은 능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모두 얼굴에는 땀이 맺혀 있었지만 발걸음은 한결 여유로웠다.

안반데기의 매력은 숫자보다 먼저 몸이 느꼈다.

전망대를 스치는 바람은 한낮의 햇볕을 모두 지우지는 못했지만 시내처럼 숨이 턱 막히는 열기는 아니었다. 차박객들은 에어컨 대신 창문을 활짝 열어 산바람을 맞았다.

7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서 바라본 고랭지 배추밭과 풍력발전기. 해발 1100m 고지의 안반데기는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도 시원한 바람을 찾아온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안반데기 강릉시내의 진짜 차이는 사실 밤이다.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밤사이 최저기온은 강릉 시내가 25.2도로 열대야가 이어진 반면, 안반데기와 가장 가까운 왕산 관측소는 19.8도까지 떨어졌다. 인근 대관령도 19도 안팎을 기록했다.

밤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고 잠을 청할 수 있는 것이다. 연일 열대야가 이어지는 시내를 벗어나 사람들이 안반데기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반데기에서 만난 또 다른 관광객은 "낮에는 여기도 햇볕이 뜨거워 덥다"면서도 "그래도 그늘에 서면 바람이 지나가고 무엇보다 밤이 시내와 완전히 다르다"며 "새벽에는 이불을 찾을 정도라 여름이면 일부러 올라온다"고 말했다.

7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인근 고지대 카페 주변 도로에 폭염을 피해 찾아온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한편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입추(立秋)인 이날 폭염은 절정을 향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경남 김해는 39.4도까지 치솟아 1973년 현대적 기상관측망 구축 이후 입추 기준 전국 최고기온을 새로 썼다. 강원에서는 영월에 폭염중대경보가 새롭게 발효됐고, 춘천·횡성·홍천평지에도 폭염중대경보가 이어졌다.

7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풍력발전기가 푸른 하늘 아래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배추밭이 한 폭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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