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계속 일하래요"... 39도 폭염에도 멈출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 [르포]

이종구 2026. 8. 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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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요. 사장님(농장주)이 계속 일하래요."

경기도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6일 오후 2시 10분, 폭염특보 중 최고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이어진 포천시 소흘읍의 한 부추 농가.

이날 취재에 동행한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정부가 폭염안전수칙을 만들었으나, 이주노동자 노동 현장에서는 딴 세상 얘기"라며 "폭염특보에도 노동을 강요해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노동자를 지키는 안전규정을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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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비닐하우스 내부 38도까지 치솟아
중대경보에도 이주노동자 농작업 계속
"휴식 보장 몰라" 생수 마시며 더위 버텨
작업중지 기준은 권고 그쳐 강제력 한계
온열질환 사망도 "노동자 보호 강화해야"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6일 경기 포천시 한 비닐하우스에서 측정한 온도가 38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종구 기자

"더워요. 사장님(농장주)이 계속 일하래요."

경기도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6일 오후 2시 10분, 폭염특보 중 최고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이어진 포천시 소흘읍의 한 부추 농가. 30대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 A씨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허리를 굽힌 채 풀을 캐고 있었다. '너무 더워 쉬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었다. 얼굴과 파란색 면 티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한국에 온 지 3년 됐다는 그는 오전 6시 30분부터 하루 10시간씩 비닐하우스에서 일한다고 했다. 선풍기 한 대 없는 내부 온도는 섭씨 38도를 넘어섰다. 그는 "너무 힘들면 하우스 옆 작업장에 가서 물 마시고 와서 일한다"고 했다.

폭염중대경보에도 작업 중단과 휴식 수칙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취재를 시작한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비닐하우스 3곳에서 2, 3명씩 조를 이뤄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만났다.

얼갈이배추밭에서 작업하던 20대 미얀마 국적 이주노동자 B씨에게 '휴식시간 보장 등 폭염 안전수칙을 아느냐'고 묻자 "그런 거 없다"고 했다. 그는 "요즘 일이 많아(출하물량) 주말에도 못 쉰다"고 토로했다. '무더위를 어떻게 견디느냐'는 질문에는 "생수 마시면서 버틴다"고 답했다.

6일 경기 포천시 한 비닐하우스 애호박밭에서 여성 이주노동자가 작업하고 있다. 이날 하우스 내부 온도는 38도까지 치솟았다. 이종구 기자

이곳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거리에 있는 비닐하우스 애호박밭에서도 20·30대 여성 이주노동자 3명이 호박을 따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이들은 땀을 쏟으며 연신 "더워요", "힘들어요"라고 했다. 이어 "그래도 이것 때문에 낫다"며 소형 선풍기가 달린 냉방조끼를 가리켰다. 조끼를 농장주가 지급했는지, 직접 구입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날 포천의 낮 기온은 39도까지 치솟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폭염 작업장에서 노동자에게 2시간 이내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주도록 규정한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 35도 이상이면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중지하고, 38도 이상이면 긴급조치 작업을 제외한 모든 옥외작업을 멈추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노동자가 법으로 정한 휴식시간을 보장받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작업 중지 기준도 권고에 그쳐 농장주가 따르지 않아도 처벌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 농장주는 폭염 속에서도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를 두고 "하루 작업을 멈추면 수백만 원 손해인데, 아무 지원도 없이 무조건 작업을 멈추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6일 경기 포천시 한 비닐하우스 부추밭에서 이주노동자가 풀을 캐고 있다. 이종구 기자

이처럼 무더위 속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열질환 피해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8월 5일까지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2,665명이 발생했고, 이 중 23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도에서는 사망자 2명을 포함해 612명이 온열질환을 겪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주노동자가 숨지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7월 4일 충북 괴산에서 풀베기 작업을 하던 베트남 국적 20대 노동자가 쓰러져 숨졌고, 25일에는 전남광주 해남의 밭에서 일하던 태국 국적 30대 노동자가 어지럼증을 호소한 뒤 사망했다.

이날 취재에 동행한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정부가 폭염안전수칙을 만들었으나, 이주노동자 노동 현장에서는 딴 세상 얘기"라며 "폭염특보에도 노동을 강요해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노동자를 지키는 안전규정을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6일 경기 포천시 한 비닐하우스 얼갈이배추밭에서 이주노동자가 작업하고 있다. 이종구 기자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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