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영상' 속 목소리 정체에 발칵…유명 성우들 줄줄이 당했다 [도쿄나우]

도쿄=최만수 2026. 8. 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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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기 성우들의 목소리를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무단 복제한 음성과 영상이 온라인에서 급증하고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 역으로 유명한 성우 오가타 메구미는 약 2년 전 자신의 목소리가 생성형 AI로 무단 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 성우 쓰다 겐지로는 지난해 자신의 목소리를 무단 사용한 동영상의 삭제를 요구하며 틱톡 운영사를 상대로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적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일부 성우는 직접 공식 AI 음성 시장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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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대사·사기까지
생성형 AI 무단 복제 확산


 일본 인기 성우들의 목소리를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무단 복제한 음성과 영상이 온라인에서 급증하고 있다. 성적인 대사를 말하게 하거나 사기·종교 권유에 악용하는 사례까지 나타났지만, 해외 플랫폼과 익명 게시자를 상대로 일일이 삭제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 역으로 유명한 성우 오가타 메구미는 약 2년 전 자신의 목소리가 생성형 AI로 무단 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이 말한 적 없는 성적인 대사를 읽게 하거나 출연작 영상과 목소리를 임의로 변형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통되고 있었다.

오가타는 마이니치신문에 “매우 불쾌하고 용서할 수 없다”며 “내가 맡은 캐릭터는 내 일부를 온전히 쏟아부어 만든 분신과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목소리가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나 종교 권유에 이용됐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피해를 막기는 쉽지 않다. 하루에도 100~200건의 새로운 합성 영상이 올라오는 데다 게시물마다 삭제를 요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URL을 확보해도 게시물이 곧 삭제되거나 해외 플랫폼과 익명 계정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게시자를 특정하기도 어렵다.

목소리의 권리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도 복잡하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음성에는 성우뿐 아니라 제작위원회와 원작자 등 여러 관계자의 권리가 얽혀 있다. 오가타는 “한 건씩 관계자의 의사를 확인하다 보면 모든 사람의 일이 멈춰버린다”며 개인의 퍼블리시티권만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성우 쓰다 겐지로는 지난해 자신의 목소리를 무단 사용한 동영상의 삭제를 요구하며 틱톡 운영사를 상대로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해외 플랫폼이나 익명 게시자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데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있다는 평가다.

법적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일부 성우는 직접 공식 AI 음성 시장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성우 나미카와 다이스케는 자신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AI 서비스 ‘폴리포니’를 시작한다. 나미카와는 40년 넘게 활동하며 애니메이션 ‘루팡 3세’의 이시카와 고에몬과 영화 ‘스타워즈’의 아나킨 스카이워커 일본어 더빙 등으로 알려진 인기 성우다.

나미카와는 일본 IT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고 1년 넘게 음성을 녹음하며 AI 모델을 개발했다. 단순히 음색을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희로애락과 호흡, 말투 등 세부적인 표현까지 재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진격의 거인’의 주인공 에렌 역으로 유명한 카지 유우키도 공식 AI 음성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2023년 자신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합성음성 소프트웨어와 AI 캐릭터 ‘소요기 프랙탈’을 선보였고, 올해 4월에는 운영회사를 직접 설립했다. 후지TV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카지는 AI를 단순히 성우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술로만 보지 않는다. 인간과 AI가 함께 새로운 표현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하고, 공식 모델을 통해 권리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비스에서 발생한 수익은 성우 본인과 소속사, 기술을 제공한 IT기업 등 권리자에게 돌아간다. 나미카와 측은 다른 성우가 희망할 경우 이들의 공식 AI 음성 모델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우업계도 공동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배우연합은 지난해 11월 이토추상사와 손잡고 성우와 배우의 음성을 등록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자 워터마크와 성문 인증 기술을 활용해 정식 음성과 무단 합성음성을 구분하고 부정 이용 경로를 추적한다는 구상이다.

오가타는 일본의 제도 정비가 한국과 미국 등에 비해 늦다며 “일본이 무료로 작품을 제공하는 AI 학습 공급국이 돼버렸다”고 우려했다.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자신의 목소리가 보이스피싱이나 성인 콘텐츠에 사용되지 않도록 거부할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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