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史 100년+] 한병의 '활명수'가 129년 기업으로…한국 제약 산증인 동화약품

김창권 기자 2026. 8. 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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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년 활명수 개발로 시작된 동화약품은 대한민국 최초의 제약기업이자 독립운동과 산업 발전을 함께한 129년 민족기업으로, 현재까지도 국내 액상소화제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한국기네스협회는 동화약품을 국내 최고(最古) 제조회사와 최고 제약회사, 최초 등록상표(부채표), 최초 등록상품(활명수) 등 4개 부문 기록 보유 기업으로 공식 인증했다.

129년 동안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창업 정신을 이어온 동화약품은 대한민국 최초의 제약기업을 넘어 산업과 독립운동, 그리고 국민 건강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온 대표적인 민족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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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정신 담긴 '활명수', 한국 첫 양약에서 국민 소화제로 '진화'
독립자금 마련부터 빌딩1897까지…순화동 창업지에 남겨진 역사
93억병 판매·시장점유율 70%…129년 이어온 대표 브랜드의 가치
부채표 동화약품 1960년대 광고모습. [출처=동화약품]

1897년 활명수 개발로 시작된 동화약품은 대한민국 최초의 제약기업이자 독립운동과 산업 발전을 함께한 129년 민족기업으로, 현재까지도 국내 액상소화제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한민국 현대 제약산업의 출발점에는 동화약품이 있었다. 1897년 궁중 선전관이었던 노천 민병호 선생은 궁중에서 전해지던 생약 비방에 서양의학을 접목해 우리나라 최초의 신약이자 양약인 '활명수(活命水)'를 개발했다.

급체와 토사곽란(토와 설사로 배가 심하게 아픈 증상)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흔했던 당시,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이름 그대로 활명수는 백성들의 생명을 지키는 혁신적인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상호와 상표에 담긴 민족 정신…활명수 팔아 독립운동 지원

민병호 선생과 그의 아들 민강 선생은 활명수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같은 해 서울 순화동 5번지에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을 설립했다.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의 제약기업이 탄생한 장소이자 한국 제약산업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회사명 '동화'에는 창업 정신이 담겨 있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쇠도 자를 수 있다'는 주역의 '이인동심 기리단금'에서 '동(同)'을, '나라가 평안하고 백성이 편안하다'는 '시화연풍 국태민안'에서 '화(和)'를 따왔다. 대표 상표인 '부채표' 역시 '종이와 대나무가 합해 맑은 바람을 일으킨다'는 고사에서 유래했으며, 민족의 단합과 자주독립에 대한 염원을 상징한다.

동화약품은 일제강점기에는 제약회사를 넘어 독립운동의 거점 역할도 수행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비밀 행정조직인 '서울 연통부'가 현재의 순화동 본사에 설치돼 운영됐으며, 활명수 판매 수익 일부는 독립운동 자금으로 활용돼 상하이 임시정부에 전달됐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기념해 서울시는 1995년 본사 부지에 '서울 연통부 기념비'를 세웠다.
빌딩1897 조감도. [출처=동화약품]

창업지인 순화동은 조선시대 인현왕후가 태어난 궁터이자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던 역사적인 장소다. 동화약품은 조선시대 '한성부 서소문 차동'에서 일제강점기 '경성부 화천정 5', 현재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9길 20'으로 주소가 바뀌는 시대의 변화를 모두 지켜봤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7월 창립연도를 딴 신사옥 '빌딩1897'을 준공하며 창업지로 복귀했다. 지하 5층, 지상 16층 규모의 신사옥 1층 '동화1897라운지'에는 창업 당시 사용했던 '동화약방 본포 입구' 표석과 '동화약방 우물이 있던 자리'가 보존돼 있다. 이 우물의 물로 대한민국 최초의 신약 활명수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민병호 창업자는 '좋은 약을 만들어 나라를 지킨다'는 '제약보국(製藥報國)' 정신을 실천했다. 누구나 약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글 설명서를 함께 배포했고, 1913년에는 주요 의약품의 효능과 용법을 정리한 '동화약방 용약보감'을 발간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의약품 사용 설명서로 평가된다.

◆귀한 약에서 국민 소화제로…기네스북 4개 부문 등재

창업 10여 년 만에 동화약방은 98종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현재도 당시 제조법과 처방이 담긴 '동화약방 처방철'이 빌딩1897 전시관에 보존돼 있다.

활명수는 출시 이후 수많은 모방 제품이 등장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10년대에는 활명회생수, 생명수 등 60여 종이 넘는 유사 제품이 시장에 등장했고, 동화약품은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정통성을 확립하며 국민 소화제로 자리 잡았다.
동화약품 활명수. [출처=동화약품]

현재까지 활명수는 약 93억 병이 판매됐다. 빈 병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25바퀴 이상 둘러쌀 수 있는 규모이며, 전 세계 80억 명이 한 병씩 마시고도 남는 수량이다.

활명수 브랜드는 2025년 약 82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액상소화제 시장 점유율 70%로 1위를 유지했다. 현재 동화약품은 활명수, 까스활명수, 꼬마활명수, 활명수-유 등 일반의약품과 편의점 전용 '까스활', '미인활', 다이소 전용 '편안활', '편안활 스트롱', '소다활' 등 총 9종의 활명수 브랜드를 운영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기네스협회는 동화약품을 국내 최고(最古) 제조회사와 최고 제약회사, 최초 등록상표(부채표), 최초 등록상품(활명수) 등 4개 부문 기록 보유 기업으로 공식 인증했다.

129년 동안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창업 정신을 이어온 동화약품은 대한민국 최초의 제약기업을 넘어 산업과 독립운동, 그리고 국민 건강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온 대표적인 민족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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