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시대… 우리만의 시각으로 세계 볼 준비 돼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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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미국-이란의 군사 충돌이 최근 몇 년 새 벌어졌다.
최근 몇 년 전쟁은 '트럼프 2기' 후 새 질서의 일면을 드러낸다.
중동지역 특파원을 지낸 한 기자는 "경영상 이유로 중동 포함 여러 곳 특파원이 5~6년 전 없어졌고 미국과 유럽만 다시 살렸다"며 "이란 등은 교육 문제도 큰데 가족의 안전, 자녀 교육, 의료 환경 등 지원 없이 사람을 찾기 어렵다. 기자 사명감을 알아주는 시대도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강정규 YTN 베이징 특파원은 "미·중 갈등이나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으로선 중립 외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불과 10년 전엔 중국과 경제적으로 '윈-윈'이 가능했지만 그런 지점을 찾기도 어려워진 게 고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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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뛰어들어 팩트·증언 발굴 필요
역량·경험 부족, 제도 한계 극복해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미국-이란의 군사 충돌이 최근 몇 년 새 벌어졌다. 미국·중국의 팽팽한 긴장 상태는 진행형이다. 일련의 사태가 국제질서 변화의 징후를 드러낸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차후 한국의 정치, 외교, 산업 등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언론의 국제보도가 달라질 필요와 직결된다. ‘힘의 정치’가 부상한 시대 우리만의 시각을 갖춘, 더 나은 국제보도를 위한 개선 지점은 무엇일까.

분쟁의 시대, 현장 취재 없는 보도는 한계
요즘 언론사 국제부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이란 전쟁이다. 6월 양해각서 체결로 종전이 되나 했지만 충돌이 재격화했다. 최근 몇 년 전쟁은 ‘트럼프 2기’ 후 새 질서의 일면을 드러낸다. 미국의 ‘일극 체제’ 붕괴 속에 국가 간 갈등이 가시화됐다. 타국 충돌에서 한국은 자유롭지 않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유가, 증시는 물론 국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군 파병으로 한반도에 안보 이슈를 제기했다.
분쟁이 일상화된 시대. 완전한 우방도 적도 사라지며 한국은 우리만의 눈으로 세계를 볼 필요가 커졌다. 달라진 한국 위상이 더 ‘줄타기’를 요하는 측면도 있다. 사안을 제대로 보려면 직접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북한군 포로를 세계 언론 최초로 인터뷰한 정철환 조선일보 테크부 기자는 “한국 언론도 세계적 사건 현장에서 최초 사실과 증언을 생산해야 할 때”라고 했다.
다만 한국 언론의 관련 역량과 경험은 부족한 상황이다. 유럽 특파원으로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모로코 대지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을 취재한 정 기자는 “현장에 들어가면 언어와 교통, 통신, 숙소, 취재원 섭외, 안전 판단, 촬영과 기사 작성까지 혼자 해결해야 한다”며 “이런 암묵지들이 취재가 끝난 뒤 체계적으로 전달되기보다 개인의 경험으로만 남는” 시스템 부재를 지적했다.
여기엔 제도적 한계도 있다. 2007년 샘물교회 선교단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후 외교부는 허가 없는 위험지역 방문 시 형사처벌이 가능한 ‘허가제’를 도입했다. 2000년대 초까지 이어진 ‘이라크전 취재’ 등 분쟁 지역 취재 경험은 이후 전승되지 못했다.
7월 초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 취재를 다녀온 강훈상 연합뉴스 기자(전 두바이·테헤란 특파원)는 최근 관훈클럽 기고에서 “언론의 취재를 정부가 허가하고 이를 어기면 고발할 수 있다고 통보하는 것은 권한의 과도한 행사”라고 지적했다.

축소된 특파원… ‘험지’일수록 구인난
분쟁 취재 경험만 줄어든 게 아니다. 해외특파원 제도도 10여년간 축소되거나 정체 상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연감’의 최근 11년치 해외특파원 현황을 보면, 2015년 185명이던 국내 언론사 해외특파원은 142명으로 23% 줄었고, 파견 국가 수도 29개국에서 20개국으로 줄었다. 한국과 연관이 상대적으로 덜하거나 험지로 인식되는 국가 파견이 특히 감소했다. ‘워라밸’이 강조되며 특파원 선호도가 낮아지고, 한국 경제력 상승으로 웬만한 도시는 지원 자체가 기피된 결과다. 더 다양한 국제뉴스가 요구되는 시대, 이는 과제다.
연합뉴스는 정부구독료 정상화 이후 기존에 축소했던 취재망 복원에 나섰는데 이라크, 러시아, 이란, 인도, 카자흐스탄, 미얀마 등 특파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동지역 특파원을 지낸 한 기자는 “경영상 이유로 중동 포함 여러 곳 특파원이 5~6년 전 없어졌고 미국과 유럽만 다시 살렸다”며 “이란 등은 교육 문제도 큰데 가족의 안전, 자녀 교육, 의료 환경 등 지원 없이 사람을 찾기 어렵다. 기자 사명감을 알아주는 시대도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다만 한국일보가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을 개설해 첫 파견하는 등 전향적 행보도 나오곤 있다. 워싱턴과 실리콘밸리, 도쿄, 베이징, 베를린, 하노이 등 2~3년 임기 지역에 더해 “전쟁 관련 보도”, “중동·아프리카 기획”, “한국에 덜 알려진 지역 정보성 기사 발굴”을 맡긴다는 방침이다. 강철원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이스라엘 취재를 예정하는 등 현안인 전쟁 관련 취재 범위 확대를 염두하고 있다. 중동뿐 아니라 3~4곳을 살폈는데 일단 카이로에서 1년을 하고 지역을 바꿀지 재검토할 계획”이라며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외신이 아니라 기자를 직접 보내 현장의 생생함을 전하는 건 다르다는 이유 등에서 회사는 특파원을 늘리는 기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가 유지 중인 단기 특파원 제도도 유의미하다. 자율적 지원·선발을 통해 상시 파견 지역 외 1년 임기로 보내는 제도로 남미와 동남아시아, 중동에서 저연차 기자가 활동해 왔다. 최근 레바논과 시리아 취재로 화제가 된 이스탄불 특파원의 보도 역시 아랍어 구사 능력이 있고 중동에 관심 있는 5년차 기자를 파견한 프로그램 결과다.
미·중 기술 경쟁 구도 속 중국 보도도 변화
미·중에 지정학적으로 낀 여건에서 중국 보도도 관건이다. 강정규 YTN 베이징 특파원은 “미·중 갈등이나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으로선 중립 외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불과 10년 전엔 중국과 경제적으로 ‘윈-윈’이 가능했지만 그런 지점을 찾기도 어려워진 게 고민”이라고 했다. 중국은 과거 남북 관계나 정치·외교 등에서 주요 보도 대상이었지만 최근 경향이 달라졌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 이공계 인재 육성 등 기술 굴기 보도가 대표적이다. 강 특파원은 “과거 베이징 특파원들이 평양지국 역할을 했던 의미는 퇴색됐다. 강대국들의 AI 등 기술 경쟁에서 한국은 어떻게 할지 질문이 핵심이 된다는 인상”이라고 했다.
이는 안보와 경제 관점에서 트럼프 2기 후 미국의 위축, 중국의 성장세를 보는 글로벌 시선과도 연관 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 36개국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국에서 중국 호감도(46%)가 미국(36%)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중국 혐오’ 콘텐츠가 상당 지지를 받고 언론계에선 강력한 국가 통제, 경직된 취재 환경 등 현지 여건이 겹쳐 특파원 구인에도 어려움을 겪어온 현실과는 배치된다.
다만 젊은 기자들에게 중국의 기술적 부상은 관심 취재 영역이고 무비자 입국 허용 뒤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일부 언론(KBS)에선 올해 중국 특파원 지원이 회복됐다는 평도 나온다. 2023~2026년 초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김효신 KBS 문화과학부 팀장은 이를 고무적으로 보면서도 “인접국이고 같은 유교문화권이라 오해하지만 제가 느낀 건 중국은 정말 한국과 다르다는 것”이라 했다.
그는 “좋은 기사를 쓰려면 같은 한자어조차 의미하는 바가 달라지는 단어 하나, 속내를 알아야 하는데 중국 임기 3년은 너무 짧다”며 “10년 이상 머물며 현지인처럼 중국어를 구사하는 서구 특파원들 영향력은 크다. 무조건 길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현지화 전략이 필수인데 현 기간은 충분치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제전문기자 육성, 인프라 투자로 봐야
미진한 국제 전문기자 육성 근원엔 언론산업 위축이 있다.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할 때 국제분야 투자는 쉽지 않다. 지상파에서도 주니어 특파원 제도나 사내 해외연수 제도가 사라졌고, 청탁금지법 등 영향으로 외부 연수도 축소된 상황이다. 국제 전문기자 상당수가 개인 노력으로 외국어, 해외 경험을 갖췄고 언론은 투자 없이 선발만 해오다 고민을 마주한 게 현재다.
김효신 팀장은 “데일리 업무를 하며 따로 공부하긴 쉽지 않은데 1년간 해외에 보내 경험을 쌓게 하고 관심이 이어지면 정식으로 보내는 예비 특파원 제도가 현실적 대안이라 본다”며 “국제·외교 분야 젊은 기자들이 관련 출입처를 지속 담당할 수 있게 기회도 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파원은 특혜가 아니다. 엄밀하게 평가해 능력 있는 특파원에게 기회를 더 주고 지원할 필요도 크다”고 덧붙였다.
‘정경사(정치·경제·사회)’ 위주 언론사 운영 기조도 변화가 필요하다. 국제부가 주변부인 여건에서 국제기자는 인사 불이익이나 불명확한 커리어 경로로 혼란을 겪어왔다. 한 부서에 2~3년을 머무는 순환보직 체계도 전문성 축적을 막는 요인이다. 국제부를 정치, 경제, 산업, 안보의 허브로 보는 인식과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정철환 차장은 “국제부 근무와 국내 관련 출입처, 해외 연수와 특파원 경험을 5~10년 단위로 연계할 수 있다”며 “중국 전문기자라면 중국어 연수와 베이징 특파원뿐 아니라 산업부의 반도체·배터리 분야, 정치부의 외교·안보 분야를 오가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 기자의 열정과 희생만으로 버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제보도를 비용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공공 인프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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