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들의 죄책감 없는 사랑을 응원하며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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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의 비극〉 〈이제 진짜 남자 안 만날 거야〉. 올해 상반기에 출판사 라우더북스(Louder Books)에서 펴낸 두 권의 책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페미니스트는 남자 안 만나면 그만'이라는 말이 가지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이성애 관계에서 오는 모든 불평등이 이성애를 택한 여성의 선택이자 책임이 된다. 변화해야 하는 것은 사회구조이고 성차별적 남성 문화인데, 욕구를 가진 여성이 소외된다." 페미니스트로서 남성을 욕망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까? 그는 극단적으로 이성애 담론을 축소하거나 거꾸로 가부장적 정상성에 길들여진 이성애 모델만 남은 사회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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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의 비극〉 〈이제 진짜 남자 안 만날 거야〉. 올해 상반기에 출판사 라우더북스(Louder Books)에서 펴낸 두 권의 책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이성애가 얼마나 해악적인지(!) 깨우치려는 것일까.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영 페미니스트 사이에 4B(비연애·비섹스·비혼·비출산) 담론이 확산됐음을 떠올리면 그리 낯설지 않은 주장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1인 출판사 라우더북스의 민지형 대표(39)는 ‘남자를 좋아하는 페미니스트’다. 때로는 이 사실만으로도 공격을 받는다. 변하지 않는 남성을 사랑해주는 여성들 때문에 가부장 질서가 고착화한다고 지탄하는 이들도 있다. 페미니스트라면 응당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성애에 대한 욕구를 단호히 끊어내야 한다고도 한다.
민 대표는 이런 주장에 거듭 반문을 던져왔다. 2019년 출간한 그의 첫 장편소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 친구〉 역시 그런 고심에서 나온 글이다. 6개국에 번역·출간돼 올해 OTT 영화 공개를 앞두고 있는 이 소설은 ‘페미’가 되어버린 전 여자 친구와 우연히 재회한 남자가 그녀를 이전 모습으로 되돌리려 분투하는 이야기다. 둘은 너무나 다르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상대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남자는 그녀가 페미가 된 이유를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서툰 이해도 시도한다. 그녀는 남자 친구의 취향에 맞추는 대신 자신의 신념과 지향을 포기하지 않는다. 대신 진실하려고 한다.
“‘페미니스트는 남자 안 만나면 그만’이라는 말이 가지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이성애 관계에서 오는 모든 불평등이 이성애를 택한 여성의 선택이자 책임이 된다. 변화해야 하는 것은 사회구조이고 성차별적 남성 문화인데, 욕구를 가진 여성이 소외된다.” 페미니스트로서 남성을 욕망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까? 그는 극단적으로 이성애 담론을 축소하거나 거꾸로 가부장적 정상성에 길들여진 이성애 모델만 남은 사회를 경계한다.
민 대표가 라우더북스의 첫 번역서로 〈이성애의 비극〉을 출간한 것도 이러한 고심의 연장선에 있다. 퀴어 페미니스트 연구자인 저자 제인 워드는 “여전히 변화가 더딘 세상에서,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지 못하는 것은 여성-이성애자의 비극이지 죄가 아니”라고 말한다.
라우더북스가 하고자 하는 것은 ‘잠든 척하는 사람을 시끄러운 목소리로 깨우는 일’이다.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실패를 끈질기게 말하고, 정치가 이를 해결하도록 활자를 통한 말 걸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목표다. 한 가지 더. 페미니스트들이 죄책감 없이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도록 외치는 것. 민지형 대표는 크고 활기찬 이 목소리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기를 꿈꾼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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