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여덟 식구… 결혼 안 하려던 제가 곧 6남매 엄마 돼요”
[아이들이 바꾼 우리] 김기연·고경민 부부

지난달 21일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현관문 앞에 색색깔의 아동용 킥보드 5대가 열을 맞춰 놓여 있었다. 집에 들어서자 유치원 한 반을 옮겨놓은 듯 시끌벅적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아홉 살 첫째부터 갓 돌이 지난 다섯째까지 터울이 촘촘한 ‘독수리 오 남매’. 여기에 오는 10월이면 뱃속의 여섯째까지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을 지켜보던 김기연(30)·고경민(41) 부부는 “우리 가족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복(福)”이라고 했다. 부부에게 찾아온 여섯 아이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삶의 축복이자 큰 복이라는 뜻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일터였던 휴대폰 판매점에서 시작됐다. 동료로 만나 8개월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아내 김씨는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으려고 했었다”고 했다. 결혼 후에도 아이를 많이 낳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2018년 큰딸 태연이를 낳았을 때만 해도 부부 모두 ‘둘 정도 키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찾아왔다. 2020년 아들 태양이가 태어난 이후, 2022년 둘째 아들 태윤, 2023년 셋째 아들 태율이까지 아들 셋을 연달아 품에 안았다. 남동생 셋 틈에서 태연이가 외로울까 걱정했던 것도 잠시, 2025년 둘째 딸 태린이가 태어났다. 뱃속의 여섯째 막내도 딸이다. 부부는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닌데 딸 셋, 아들 셋 ‘황금 비율’ 가족이 됐다”고 했다.
승부욕 강하고 동생들을 챙기는 ‘군기반장’ 첫째 태연(9)이부터 호기심 많은 둘째 태양(6), 애교 만점 셋째 태윤(4), 형들 사이에 끼고 싶어 하는 귀여운 넷째 태율(3), 그리고 사랑스러운 막내 태린(1)이까지 아이마다 외모는 물론 성격도 제각각이다. 김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걱정이 앞서다가도, 막상 낳고 나면 아이마다 매력이 있어서 키우는 재미를 톡톡히 느꼈다”고 했다. 올해 초 뜻밖에 찾아온 여섯째 역시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부부는 “주어진 환경에서 또 예쁘게 잘 키워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양가 부모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부부는 오로지 서로에게 의지해 다섯 아이를 키우고 있다. 김씨에게 남편은 세상에 둘도 없는 든든한 ‘육아 파트너’다. 고씨는 매일 아침 8시 출근길에 넷째 태율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후 6시쯤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씻을 새도 없이 곧바로 ‘육아 모드’에 돌입한다. 아이들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잠자리에 드는 모습까지 지켜본 후에야 숨을 돌릴 수 있다. 고씨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자는 모습을 보면 ‘그래, 내가 너희들 먹여 살리려고 일하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고 했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더없이 좋은 친구가 돼주고 있다. 김씨는 “놀이터에 가면 다른 집은 부모가 아이 한 명을 계속 같이 놀아줘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뭉쳐 다니며 신나게 논다”며 “다른 집 아이들이 끼워 달라고 부러워할 정도”라고 했다. 고씨도 “아이들끼리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이좋게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다섯을 낳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맏이 태연이는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우리 집이 형제가 가장 많다”며 “남동생들이 말을 안 들을 때도 있지만, 같이 놀 때는 재밌고 든든하다”며 웃었다.
다만 외벌이로 다섯 아이를 키우는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생 대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부부는 “현실적인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가족이 살고 있는 천안시는 올해 셋째 이상 출산 축하금을 기존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했는데, 지난해 4월생인 다섯째 태린이는 소급 적용을 받지 못했다. 김씨는 “타 지자체는 몇 달 차이 출생아도 소급 적용을 해주던데, 천안시는 안 된다고 하니 너무 속상했다”며 “자녀장려금도 커트라인이 주택 공시지가 2억4000만원인데, 식구가 여덟인 집에는 비현실적인 기준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여섯째 탄생을 두 달 앞둔 요즘, 부부는 다섯 아이를 챙기랴 출산 준비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부부는 “요즘 한 명도 낳기 힘들다고들 하지만, 낳아보면 그 안에서 얻는 행복이 엄청나다”며 “아이들이 과자 하나를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조차 너무 귀엽고 소중한데, 이런 행복과 기쁨을 더 많은 사람이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 반도체·태양광 핵심 원료 폴리실리콘 파생제품에 15% 관세… 국내 업계도 촉각
- [단독] 경찰 특수본, 이종근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불송치
- 트럼프, ‘원정 출산 아기에 美시민권 부여 금지’ 행정명령 서명
- [유석재의 돌발史전 2.0] 박정희 대통령과 욕쟁이 할머니 이야기
- [더 한장] 불볕 더위에 쉴 틈 없는 얼음공장
- 인지력 개선 ‘포스파티딜세린’, 1+1 2만원 조선몰 단독 특가
- “美·이스라엘 선박 통과 막는다”… 이란의 호르무즈 통항 선별 소식에 뉴욕증시 하락
- “코스닥 상관 없이 국민성장펀드 대박 계속될 것”
- 62만세트 판매 넘었다, 뿌리고 30분 후 물로 씻어내니 새 집 같은 욕실과 주방
- 6개월만에 28만개 팔렸다, 진한 육수의 ‘이혜정’ 도가니탕 4100원 초특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