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쏟아부었는데 '텅텅'…"큰스님 지시" 220억의 반전 [XR]

장민성 기자, 이현정 기자, 노유진 기자 2026. 8. 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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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5일) 템플스테이 예산 실태에 이어, 오늘(6일)은 '종교 문화시설 건립' 사업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노유진 기자 : 템플스테이나 종교 문화사업이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고 우리 문화 알리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있는 건 맞습니다. 다만 저희가 주목한 건 우리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느냐였습니다. 올해 초 예산안을 전수 분석하다 보니까 별다른 심의 없이 몇십억씩 증액된 걸 발견했는데 이걸 검증해 보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접촉한 대부분의 국회의원실에서 종교계는 자료 요청이 좀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손사래를 쳐서 결국 저희가 정보 공개 청구를 10건 넘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자체에서는 법인 등의 영업상 비밀 침해라면서 보조금 액수마저 비공개를 했는데, 이의 신청을 거쳐서 결국 받아냈지만 두 달 넘게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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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에 MZ 문화센터까지…10년간 전국에 세금만 3천억

<앵커>

어제(5일) 템플스테이 예산 실태에 이어, 오늘(6일)은 '종교 문화시설 건립' 사업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명상관이나 문화센터 등을 사찰에 지어주는 사업으로, 최근 10년간 투입된 세금만 3천억 원이 넘는데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이 시설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장민성, 이현정 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장민성 기자>

충북 청주 능인정사.

마당을 사이에 두고 2층짜리 'MZ 복합문화센터' 공사가 한창입니다.

청년층 스트레스 해소를 명목으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9억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그런데 맞은편의 또 다른 건물, 불이 꺼져 있습니다.

6년 전, 세금 5억 원을 들여 지은 전통문화체험관인데 올해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사찰 측은 공사 안전 때문에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현장에선 수요가 없는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사찰 관계자 : 단체로 오는 아이들이 사실은 없어요. 이게 한두 명 와서는 할 수가 없는데 그게 적어도 10명 이상이 와야지, 이게 지금 그거가(운영이) 되거든요.]

사찰 측은 새 MZ 센터는 청소년 프로그램으로 기존 체험관과 차별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관할 지자체인 청주시청은 수요 조사나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제출받지 않았다며 제대로 운영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충남 아산의 인취사, 올해 초 세금 8억 원을 지원받아 명상 수련원을 지었습니다.

내부엔 책상과 의자가 여러 개 배치되어 있는데, 정작 명상 프로그램은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다.

[사찰 관계자 : 저희가 지금 현재는 불교 대학 교리 공부하고, 금강경 기도하고, 명상 수업은 현재는 없습니다.]

단체 방문객이 꾸준히 오지 않는 이상 정기 명상 프로그램은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관할 아산시청은 사찰의 운영 상황을 세세하게 알진 못한다며, 건립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템플스테이 말고, '종교 문화시설 건립'이라는 사업으로 전국 여러 사찰에서 크고 작은 건물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트렌드를 반영해 문화 체험, 최근엔 명상이나 선 수행 같은 치유나 정신건강 목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요.

저희가 전체 사업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전국 48곳의 사찰에 들어간 나랏돈만 3천35억 원에 달했습니다.

자부담이 있지만 신축비 상당액이 세금으로 지원되는 겁니다.

이 중엔 세금만 200억 원 넘게 들어간 초대형 시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당초 계획과 다르게 공사가 진행된 곳도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박나영·이홍명, VJ : 김준호)

---

<이현정 기자>

대구 동화사 사명대사 체험관입니다.

세금 220억 원을 들여 최근 공사를 마쳤는데, 전시실과 박물관 등 대부분의 공간은 텅 비어 있습니다.

영상실엔 프로젝터와 소파만 놓여 있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사명대사 일대기 영상이나 초대형 디지털 불화 전시 같은 콘텐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공사업체 관계자 A : (사명대사 관련된 콘텐츠를 따로 제작하거나 하는 거는, 맡긴 적은 없나요?) 없었어요.]

'VR 및 전시 공사'에 배정된 보조금만 106억 원, 하지만 실제 집행 비용은 턱없이 적었습니다.

[공사업체 관계자 B : (건물 전체) 내부 마감 공사가 26억 2천만 원이 책정됐어요. 그중에 영상 장비가 26억 2천만 원 중에 한 3억 원 정도 (차지합니다.)]

그 많은 보조금은 어디로 간 걸까.

공사 관계자들은 '큰스님' 지시로 설계가 바뀌면서 늘어난 건축비에 전시 예산 대부분을 썼다고 털어놨습니다.

당초 100억 원이던 보조금이 동화사 측 요구로 두 차례나 증액됐는데, 그때마다 VR과 전시 공사 대신 지하 1층 지상 1층이던 건물을 지상 2층으로 높이고, 벽면과 마당을 값비싼 돌 마감으로 바꾸는 데 쓴 겁니다.

[공사업체 관계자 C : (큰스님이) 건물 공사를 하실 돈이 이제 없으시니까 전시 공사 하실 돈까지 '다 건물 짓는 데 써라'. 그래서 2층을 만들고 이렇게 하신 거예요.]

[전 동화사 관계자 : 벽을 전부 다 돌로 판석으로 다 붙였는데 그 돌 비용만 해도 제가 알고 있기로 한 50억 원이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건물 벽면에는 큰스님 찬양 글귀까지 새겨졌습니다.

취재진은 이 사업을 주도한 뒤 거처를 옮긴 '큰스님'을 찾아갔지만 입장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조계종은 "방문객의 체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 내용 일부를 변경했다"며 "외벽 글귀는 사업 취지에 맞지 않아, 철거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체부와 지자체는 승인을 거친 설계 변경이라 예산을 달리 쓴 건 문제없다면서도, 운영 준비 상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대 하자나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 보조금 환수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송진호/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단순하게 그냥 'VR 넣겠다, 뭐 하겠다' 정도로 이제 진짜 당위적이고 선언적인 계획서를 가져갔고. 진짜 그 220억 원 들인 만큼의 어떤 기대 효과가 발생하느냐를 봐야 될 것 같아요.]

이런 보조금 문제, 동화사만의 일은 아닙니다.

국회에선 예산 철마다 지원 규모가 과하다는 지적이 반복되지만, 종단별 안배 등을 이유로 예산이 깎이기는커녕 늘어나기 일쑤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 회의록 중) : 각 종단별로 문화체험관을 하나씩 건립 지원을 해 주고 있는데 보문종이 그 다음…]

실제로 지난해 종교문화시설 건립 예산은 80억 가까이 증액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PD : 김도균·한승호, XR : 이준호·전유근·최재영, 디자인 : 강윤정·김민영·조수인·김한길·황세연, 자료제공 : 이재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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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탐사팀 노유진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처음에 어떻게 이 사업을 들여다보게 된 겁니까?

[노유진 기자 : 템플스테이나 종교 문화사업이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고 우리 문화 알리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있는 건 맞습니다. 다만 저희가 주목한 건 우리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느냐였습니다. 올해 초 예산안을 전수 분석하다 보니까 별다른 심의 없이 몇십억씩 증액된 걸 발견했는데 이걸 검증해 보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접촉한 대부분의 국회의원실에서 종교계는 자료 요청이 좀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손사래를 쳐서 결국 저희가 정보 공개 청구를 10건 넘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자체에서는 법인 등의 영업상 비밀 침해라면서 보조금 액수마저 비공개를 했는데, 이의 신청을 거쳐서 결국 받아냈지만 두 달 넘게 걸렸습니다.]

Q. 앞서 리포트에서 봤듯이, 사실상 방치된 건물이 한둘이 아니라는 건데, 왜 예산을 내어주는 건가요?

[노유진 기자 : 왜냐하면 보조금 신청할 때는 굉장히 그럴듯하게 계획서를 쓰거든요. 시민들이 명상 체험도 하고 외국인들에게 우리 전통문화 잘 소개하겠다, 이렇게 해서 나랏돈은 타 가는데 실제 현장 가보면 계획과는 딴판인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최소한의 수요 조사도 없이 유동인구도 없는 곳에 덩그러니 체험관만 지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도 감독기관들은 절차적으로는 문제없다, 계획안은 안일 뿐이다라며 보조금을 그냥 주고 있었습니다. 취재 중에 만난 한 공무원 말은 솔직히 본인 돈이면 이렇게 쓰겠냐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Q. 결국 관리·감독에 허점이 있다는 건데,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노유진 기자 : 템플스테이 종교 문화시설은 건립 사업 할 때 문체부와 지자체가 보조금을 각각 나눠줍니다. 한 사업에 여러 기관이 얽히다 보니까 관리 감독 주체가 불분명하고 누구 하나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저희가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니까 서로 탓하기 바빴습니다. 시민들의 문화와 휴식을 위해서 투입된 혈세인 만큼 예산 지원부터 관리까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장민성 기자 ms@sbs.co.kr
이현정 기자 aa@sbs.co.kr
노유진 기자 know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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