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40도 폭염에도 ‘난 괜찮아’…사망 등산객 속출에도 끊이지 않는 산행 [세상&]

이영기 2026. 8. 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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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등산을 하던 중 사망하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지만, 등산객은 여전히 안전불감증 속에 산행을 강행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등산객들은 본인의 체력을 과신하며 '열사병은 무관한 일'로 여겼다. 종로구청과 은평구청에서 보낸 '야외 활동 자제' 내용이 담긴 안전 안내문자가 스마트폰에서 울렸지만 등산객들은 "본인은 체력이 좋아 열사병과 무관하다"고 했다. 지난달 30일에도 인천 강화도 마니산을 오르던 60대 등산객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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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중대경보에도 ‘한낮 등산’ 시민들
여름철 온열질환 산악 사고는 느는데
“평소 운동 많이 해서 괜찮다” 자신감
전문가 “누구나 열사병 겪을 수 있어”
5일 오전 한 등산객이 서울 종로구 인왕산 등산로를 오르고 있다.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폭염 속 등산을 하던 중 사망하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지만, 등산객은 여전히 안전불감증 속에 산행을 강행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등산객들은 본인의 체력을 과신하며 ‘열사병은 무관한 일’로 여겼다. 이 때문에 여름철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악사고 구조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5일,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들에게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했지만 산을 찾는 이들은 많았다.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인왕산과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청운공원이 있는 청운동 일대 기온은 32도까지 올랐다. 기상청은 이날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수도권에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극단적인 더위’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5일 오전 발송된 야외활동 자제 내용이 담긴 안전 안내문자. 이영기 기자

기자가 청운공원에 오전 8시30분께부터 2시간 머물렀는데 홀로 다니는 등산객 5명을 만날 수 있었다. 종로구청과 은평구청에서 보낸 ‘야외 활동 자제’ 내용이 담긴 안전 안내문자가 스마트폰에서 울렸지만 등산객들은 “본인은 체력이 좋아 열사병과 무관하다”고 했다.

하산하던 임모(59) 씨는 “하루에 1시간 정해놓고 꼭 인왕산에 온다”며 “혈관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운동하는데, 매일 운동하는 만큼 열사병으로 쓰러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고 말했다.

인왕산 정상 가는 길에서는 만난 연모(67) 씨도 “30분쯤 걸어 올라왔다”며 “찬물도 챙겨 왔고, 자주 운동하러 오는 곳이니 큰 걱정 없이 왔다”고 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악산 등산로 초입. 이영기 기자

무더위에 이상 증상을 느꼈지만 곧장 산행을 멈추지 않은 등산객도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던 김모(55) 씨는 “등산 중 순간 열이 후끈하게 올라오면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그 후로는 평소보다 천천히 조절하면서 걸었다”고 설명했다.

북악산 안내소 직원은 “무더위가 찾아와도 하루 20명 정도 산에 올라가는데 말릴 수가 없다”며 “입산 을 통제하면 민원이 쏟아져서 엄두도 못 낸다”고 혀를 내둘렀다. 안내소는 폭염 온열질환 사고 예방을 위해 입산과 하산 명단을 작성하고, 정기 순찰을 하고 있다.

사망사고 이어지는데…증가하는 산악 구조 건수

폭염에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산행하다가 숨지는 사고는 이어진다. 열사병은 나이, 건강 상태를 막론하고 누구나 겪을 수 있다. 지난 2일에는 경기 의정부 도봉산을 등산하던 50대 남성이, 경북 청량산에서는 50대 여성이 숨졌다. 지난달 30일에도 인천 강화도 마니산을 오르던 60대 등산객이 사망했다.

등산 중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구조를 요청하는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탈진·탈수 및 고온환경 구조 건수는 2023년 389건에서 2024년 454건, 지난해 491건으로 늘었다. 특히 이런 구조 사례 절반가량은 6~8월 여름철에 집중됐다.

2023~2025년 월별 산악사고 온열관련 구조활동 실적. 6~8월에 탈진·탈수 및 고온환경 구조 활동이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다. [소방청]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체온이 높으면 우리 몸에서 체온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한계를 벗어나면 몸에서 열이 방출되지 않고 뇌 기능 저하와 자율신경계 기능 저하 등이 나타나 혈압이 떨어지면서 사망하게 된다”면서 “과도하게 땀이 많이 나거나 의식이 흐릿해지면 열사병 전조 증상에 해당한다. 그때는 그늘에서 충분히 물을 마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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