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멀티탭 끄기부터 시작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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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한반도를 뒤덮고 동남아시아처럼 폭우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진다. 이들은 "이제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폭염·가뭄에 버틸 농업·산업 구조를 갖추고 이미 현실화된 피해를 줄여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한국도 달라진 기후에 적응할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부녀는 최근 청소년 기후교양서 '교과서에 없는 기후변화 수업'을 펴내 기후위기를 일상과 산업, 미래 진로 문제로 풀어냈다.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기후변화가 자신의 업무와 산업에 미칠 영향을 읽고 기존 업무를 기후 관점에서 다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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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도 물·전력 확보 비상
기후위기 대응은 생존보험
ESG부서에만 맡겨선 안돼
산업 전반 프로세스 바꿔야
생활속 대기전력만 아껴도
원전 2기분량 줄일 수 있어

폭염이 한반도를 뒤덮고 동남아시아처럼 폭우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진다. 지구촌은 벌써 기후변화의 디스토피아에 들어선 걸까. 이에 부녀 기후학자인 남재철 전 기상청장과 남지현 기상학 박사는 기후위기 대응의 패러다임이 '종말론'에서 '적응의 기술'로 바뀌고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이들은 "이제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폭염·가뭄에 버틸 농업·산업 구조를 갖추고 이미 현실화된 피해를 줄여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한국도 달라진 기후에 적응할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여 년간 기상청에 재직하며 제12대 기상청장을 지낸 남 전 청장은 현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특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딸 남 박사도 미국 오클라호마대 기상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삼육대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이들 부녀는 최근 청소년 기후교양서 '교과서에 없는 기후변화 수업'을 펴내 기후위기를 일상과 산업, 미래 진로 문제로 풀어냈다.
◆ 기업, 기후위기 대응 모드 전환을
두 사람은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기후위기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기상예보 기술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투입해도 정확도 개선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남 전 청장은 "예보 기술 고도화에 100억원을 더 투자해도 정확도를 1% 높이기가 쉽지 않다"며 "이제는 기상 정보를 산업에 활용하고 기후 문제를 해결할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업의 기후 대응도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부서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공헌 활동의 일부가 아니라 기업의 모든 업무와 의사결정이 '기후위기 대응 모드'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미다. 폭염이 심해지면 공장은 냉각에 더 많은 물과 전력을 써야 하고 가뭄이 겹치면 생산시설 자체가 멈출 수 있다. 식품기업에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유통기업에는 공급망 차질로, 금융회사에는 기후 위험에 노출된 기업의 신용 악화로 나타난다. 남 박사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도 안정적인 물과 전력 공급을 확보하지 못하면 초격차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기후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기후 적응 활동을 일종의 '기후보험'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 기후문해력이 핵심 역량될 것
이들은 앞으로 개인에게도 '기후문해력'이 중요한 직업 경쟁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히 친환경 분야가 유망하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기후변화가 자신의 업무와 산업에 미칠 영향을 읽고 기존 업무를 기후 관점에서 다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 전 청장은 개인의 실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용하지 않는 멀티탭을 끄는 것만으로도 한 가정의 전기요금이 한 달에 1만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며 "1만원쯤은 그냥 내고 말지 싶겠지만, 이를 전체 가구로 확대하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국에서 새어나가는 대기전력을 합치면 원자력발전소 두 기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남 박사는 "그동안 심각성만 강조하다 보니 학생들조차도 '편하게 먹고 쓰고 살다 죽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한다"며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라도'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미래는 회복 가능한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남 전 청장은 기상청에서 지낸 30년을 돌아보며 가족 곁을 오래 비웠던 시간이 미안함으로 남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1990년 1월 1일, 장녀 남 박사가 태어난 지 보름여 만에 남극 파견 근무를 위해 출국했다. 남 전 청장은 "갓난아이를 안아봤던 기억이 생생한데, 1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남극에서 돌아온 날 김포공항에 마중 나온 아이가 벌써 걸어 다니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남 박사가 실제 아버지를 알아보는 데는 한 달이 넘게 걸렸다고 했다.
남 박사에게도 아버지는 늘 날씨와 함께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일기예보가 빗나간 날이면 학교 친구들이 '예보가 왜 틀렸냐'고 물어보기 일쑤였고 '더 잘 맞힐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 경험은 훗날 남 박사도 기후 분야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박태일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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