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방예술 생명력·공동체 정신으로 통영 부활 춤사위 [지역에 사니다]

표세호 기자 2026. 8. 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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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춤으로 통영 강구안과 연결해 지역소멸 문제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박훈(60) 교수가 기획·제작, 김정련(59) 통영교방 대표가 감독을 맡았다. <통영의 맥> 은 통영교방의 예혼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생명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묻는 무대이다. 박 교수는 인구 감소와 공동체 해체에 직면한 통영 현실을 전통춤 몸짓과 음악으로 풀어내고, 통영 교방예술에 내재한 생명력과 공동체 정신으로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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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통영의 맥> 박훈 기획자·김정련 감독
20대 떠났다 고향 돌아온 건축가
평생 전통춤 연구 살아온 무용가
창작공연 올려 통영교방 발돋움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길 희망해
<통영의 맥> 공역에서 예인들이 북소리를 울리려 '연대와 부활'을 표현하고 있다. /박훈

전통춤으로 통영 강구안과 연결해 지역소멸 문제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궁금함과 신선함은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이끌었다.

<통영의 맥 : 교방의 예혼, 다시 피어나라>가 지난달 22일 오후 통영시 윤이상기념관 메모리홀에서 펼쳐졌다. 공연장을 꽉 채운 150여 명 관객은 한 시간 동안 몰입했다. 시대 흐름에 춤사위와 소리가 결합한 대서사극 한 편이었다.

고갱이(사물의 중심이 되는 부분)는 부제 그대로다. '소멸의 침묵을 넘어 강구안을 깨우는 몸짓과 북소리'. 어떻게 공연을 기획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알리면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겠다는 희망도 있었다.

박훈(60) 교수가 기획·제작, 김정련(59) 통영교방 대표가 감독을 맡았다. 두 사람이 공유하는 공통점은 '지역'과 '예술문화', 그중에서도 '통영'이다.

<통영의 맥>은 통영교방의 예혼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생명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묻는 무대이다. 박 교수는 인구 감소와 공동체 해체에 직면한 통영 현실을 전통춤 몸짓과 음악으로 풀어내고, 통영 교방예술에 내재한 생명력과 공동체 정신으로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통영의 맥> 공연장을 꽉 채운 관객들이 춤사위로 표현한 통영을 감상하고 있다. /박훈

건축가와 무용가, 뭉치다

박 교수는 사진 촬영을 거부할 정도로 자신의 이야기 소개를 사양했지만, 공연 제목처럼 '맥'을 이해하려면 개인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20대에 통영을 떠나 영국에서 건축학 교수를 하다 2021년 코로나 때 부모님 건강이 걱정돼 귀향했다.

부친은 고 박명용 조흥저축은행 회장이다. 지역에서 큰일을 많이 했는데, 2023년 12월 별세했다. 통영예술인상을 제정하고, 예술장학재단을 세워 지역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며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메세나 운동 선구자였다.

김 대표는 나면서부터 춤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모친이 국가무형유산 승전무 보유자 한정자(85) 선생이다. 초중고교에 이어 대학에서도 무용을 전공했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던 4년, 결혼해서 잠시 타지 생활을 빼면 줄곧 통영에 뿌리를 두고 살았다. 20여 년째 대학 강의를 맡으면서도 떠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버지가 친구 사이라서 어릴 때부터 자주 왕래했다. 김 대표는 모친 활동을 돕고 '통영은 쉼'이라며 살아왔는데 박 교수가 새로운 동기 부여와 함께 바람을 넣었다고 한다. 운영해온 경남예술기획 이름을 지난해 통영교방으로 바꾸고 정체성을 다졌다. 김 대표는 "적당히 하고 싶었으나 지금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통영의 맥> 기획·제작자 박훈 교수와 감독 김정련 통영교방 대표가 공연 준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표세호 기자

건축가가 음악과 춤에 녹아들어 공연을 기획할 수 있을까. 박 교수는 공간과 건축, 설계 의미를 강조했다.

"건축이 공간을 만들고, 이를 채우고 기능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동작이다. 행위예술, 미술과 같이. 좋은 설계를 하려면 음악도 듣고, 무용·연극·뮤지컬도 봐야 한다. 공간을 이해해야 좋은 건축을 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지난해 11월 김 대표가 활동하는 통영춤연구회 11회 정기공연 연출을 맡았고, 부친 3주기 사진전을 하고 나서 공허했단다. 그러던 차에 김 대표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공고 소식을 박 교수에게 알렸다.

소멸 딛고 통영교방 생명 불어넣기

김 대표는 시대 화두인 '지역소멸'을 주제로 제안했고, 그렇게 통영교방 첫 창작공연 탄생은 시작됐다. 지난해 시내 6곳을 돌며 '통영교방 깨어나다' 거리공연을 할 때 박 교수가 모두 관람하고, 김 대표가 통영교방 연구논문을 작업할 때 영문 감수를 했던 게 밑거름이 됐다.

통영과 교방 뿌리는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다. 통제영에서 도시가 성장했고, 교방청은 음악·춤과 예술 활동을 담당하며 통영이 예향으로 성장하는 데 문화적 기반을 만들었다.

박 교수는 100여 개 건물이 다 헐리고 세병관만 남은 점을 지적하며 "통영은 한양 다음으로 큰 도시라 할 정도로 규모가 컸고, 경제는 개성에 버금갈 정도였는데 일제강점기 때 해체됐다"고 말했다. <통영의 맥>은 예술정신을 통영이라는 지역성을 기반으로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고 삶과 연결되는 예술로 확장하려는 작업 과정 중 하나다.

박 교수는 "건축물은 삶을 담은 그릇이고 삶이 바뀌면 건축물도 바뀌듯이 춤도 원형을 보존하고, 전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 대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예술도 박제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련 통영교방 대표가 <통영의 맥> 공연 무대인 강구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 건축물 뒤로 세병관이 보인다. /표세호 기자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기를

올해 3월 말 지원사업 선정 발표 후 준비 과정은 순탄치만 않았다. 설계를 하고 5월 연습을 시작했는데, 출연자 6명 모두 직업 무용가들이 아니어서 모이기도 쉽지 않았다. 새로운 시도에 출연자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전통춤 공연은 정형화돼 있는데 <통영의 맥>은 서사를 풀어낸 창작무다.

박 교수는 국악에 서양 클래식과 현대음악도 접목했다. 1막 고갈에 요요 마 첼로 연주, 3막 위기에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이 흐른다. 4막 정화에서 사무엘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와 살풀이가 어우러진다. 5막 저항에서는 한스 짐머 'Time'이 멈추며 법고가 울려 퍼지고, 6막 연대와 부활에서 우드키드 'Run Boy Run'이 북과 태평소를 불러낸다.

김 대표는 "출연자들이 첫 미팅 때 설레고 신났는데 연습하면서 모두 '멘붕'에 빠졌다"면서 "창작에 음악도 클래식까지….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연출이 명확했다"고 말했다.

'지역에는 예산도 없고, 사람도 없는'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였다. 지원사업비 500만 원으로 공연을 준비하기에는 어림도 없었지만 두 사람 철학에 따라 470만 원을 출연자에게 지급했고, 나머지로 대관·무대를 해결했다.

재공연 의지도 다진다. 출연자들도 뒤풀이 때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지만 '다시 공연을 보고 싶다'는 평가를 듣고 힘이 난다고 했다. 관객들 온라인 평가 설문조사도 받고 있는데, 박 교수가 짠 문항은 전문가급이다.

두 사람은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통영교방은 역사를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게 소명이자 책임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통영의 맥>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 선 출연자들과 함께 박훈 기획자가 설명을 하고 있다. /표세호 기자

<통영의 맥>은 소멸에 맞선 연대와 부활<통영의 맥>은 통영교방 기획공연답게 입춤, 굿거리춤, 검무, 살풀이춤, 승무, 북춤 등 6개 장으로 짜였다. 각각 독립된 전통춤이면서도 '고갈-향수-위기-정화-기도와 저항-연대와 부활'이라는 서사로 연결된다.1막 '고갈'은 적막한 강구안을 표현한 텅 빈 마룻바닥 위에 엎드린 사람이 마루를 짚고 일어나면서 시작한다. 통영교방의 예혼이 다시 깨어남을 알린다. 2막 '향수'에서 깨어난 교방 춤사위가 만선과 분주한 선창, 북적이는 옛 강구안을 그린다. 그러다 음악이 멈추고 풍경은 사라진다.3막 '위기'는 통영 소멸과 맞선 싸움이다. 다시 중심을 찾고 검무를 추던 칼을 꽂으며 소멸의 전진을 막아내지만,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4막 '정화'는 치열한 저항이 지나간 자리에서 살풀이로 상처를 품는다.5막 '기도와 저항'에서 깊은 침묵을 깨는 법고 첫 울림으로 예혼은 다시 박동하기 시작하고, 마지막 장 '연대와 부활'로 이어진다. 박동은 북을 든 예인들에게 퍼져 하나 된 공동체 심장으로 커지고 텅 빈 강구안을 깨운다.

/표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