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올게” 현관문을 나서며 내뱉는 한마디…같은 제복을 입는 1천여 명의 경기 소방가족

이지민 기자 2026. 8. 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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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습관처럼 입에 익은 퇴근 인사, 다녀오겠습니다.

하지만 소방관에게 그 한마디의 무게는 조금 다르다.

정작 아버지는 자녀들이 같은 제복을 입겠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말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자랑스러운 소방관 후배들로 성장하는 모습에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할 뿐이다.

홍장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다녀왔습니다'라는 한마디에는 반드시 무사히 돌아오겠다는 소방관의 약속과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이 함께 담겨 있다"며 "같은 길을 선택한 소방가족은 서로의 사명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다. 모든 소방공무원이 가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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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하는 남편을, 아버지를, 형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소방관
부부 소방관 792쌍, 부모·자녀와 형제자매 등 171가족…경기도 ‘소방가족’ 1천여 명의 이야기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를 통해 제작된 일러스트. 경기일보 AI 뉴스 이미지


누군가에겐 습관처럼 입에 익은 퇴근 인사, 다녀오겠습니다.

하지만 소방관에게 그 한마디의 무게는 조금 다르다. 어떤 날은 그 인사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품고 현관문을 나선다. 그래서 한 소방관은 오랫동안 “다녀오겠습니다” 대신 짧게 “간다”라는 말을 남겼다. 무사히 돌아오겠다는 약속도, 혹시 모를 이별에 대한 각오도 담긴 한마디였다.

그런 소방관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소방관이다. 경기도에는 현재 부부 소방관 792쌍, 부모·자녀와 형제자매 등 171가족이 같은 제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다. 다른 시·도에서 근무하는 가족까지 합하면 부부 소방관은 830쌍, 가족은 215가족에 이른다.

같은 화재 현장을 향해 달려가고 같은 구조 신고를 받으며 누구보다 위험을 잘 알기에 누구보다 간절히 서로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사람들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공개한 이들의 이야기는 ‘소방관’보다 먼저 ‘가족’인 사람들의 기록이다.

■ 사명감과 책임감 그 사이, 김재승 소방령 부부의 이야기

현재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서 근무하는 김재승 소방령도 과거 같은 소방서에서 근무하던 구급대원인 아내와 현장 이야기를 나누다 평생의 인연을 맺었다.

비상소집이 내려오면 한집에서 살던 부부는 각자의 소방서로 흩어진다. 배우자의 손을 붙잡아 둘 수도, 위험한 현장에 가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다. 대신 서로의 안전을 믿으며 각자의 현장으로 향한다.

같은 직업이기에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밤샘 근무의 피로도, 출동이 많았던 날의 무거운 발걸음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그래서 집에서는 오히려 업무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김재승 소방령은 “관내에 큰 화재가 발생하면 집에서는 가족이지만 동시에 각자의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관이 된다”며 “직업인으로서의 사명감과 가족을 향한 걱정이 동시에 밀려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걱정만큼은 감출 수 없다. 김 소방령은 “예전에는 배우자가 출동했다는 소식만 들어도 불안했지만 지금은 서로의 전문성을 믿는다”면서도 “출동이 많은 날이면 ‘오늘은 정말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조용히 오래된 습관 하나를 꺼냈다. 오늘 출근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족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집을 나섰던 그는 “‘다녀오겠습니다’ 대신 ‘간다’라고 말하고 나가곤 했습니다”

■ 가족을 위한 책임에 지나온 31년…일을 좋아하던 아버지, 이상돈 전 소방령 가족

31년간 경기소방에서 근무한 뒤 지난해 제복을 벗은 이상돈 전 소방령의 가족에게도 소방은 직업이 아니라 삶이었다. 이 전 소방령의 아들 이도형 씨와 딸 이주연 씨는 그런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같은 소방관의 길을 택했다.

어린 시절 이도형 소방교는 아버지가 초과근무를 자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소방관이 되고 나서야 진짜 이유를 알게 됐다. 초과근무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묵묵히 책임을 다하셨던 깊은 뜻을 헤아리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도형 소방교는 “이제는 아버지와 누나가 가장 든든한 선배다. 업무가 막힐 때면 가장 먼저 전화할 수 있고 출동 소식을 들으면 누구보다 먼저 ‘아무 일 없이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딸 이주연 소방위 역시 조직 안에서 만난 아버지는 더 이상 ‘우리 아빠’가 아니었다고 했다. 직원들을 이끄는 책임자의 모습에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다.

정작 아버지는 자녀들이 같은 제복을 입겠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말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자랑스러운 소방관 후배들로 성장하는 모습에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할 뿐이다.

이상돈 전 소방령은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걱정부터 앞섰다.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다”면서 “누구보다 먼저 걱정되지만 서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기에 끝까지 응원하고 위로할 수 있다. 그게 우리 가족의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 쌍둥이 형이 들려준 현장 이야기…함께 소방의 길을 걷는 송기남·송기훈 교육생

함께 소방의 길을 걷는 송기남·송기훈 교육생.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같은 얼굴로 같은 꿈을 꾸게 된 형제도 있다. 먼저 소방관이 된 형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었다”고 했고, 동생은 형이 들려준 현장 이야기를 들으며 같은 꿈을 품게 됐다고.

성남소방서 송기남 소방교와 경기소방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쌍둥이 동생 송기훈 교육생은 똑같은 제복을 선택했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현실적인 걱정을 안고 있다. 언젠가 같은 현장에서 함께 근무하게 된다면 가장 든든한 동료가 되겠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순간을 함께 마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형은 “동생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직접 볼 수 있어 오히려 걱정이 덜할 것 같다”고 했고 동생은 “든든하지만 가족들의 걱정은 두 배가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다녀오겠습니다’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똑같은 답을 내놓았다. “반드시 다치지 않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입니다.”

소방관들에게 현관 앞 마지막 인사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위험한 현장으로 떠나는 사람의 다짐이고, 남겨진 가족의 기도다.

홍장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다녀왔습니다’라는 한마디에는 반드시 무사히 돌아오겠다는 소방관의 약속과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이 함께 담겨 있다”며 “같은 길을 선택한 소방가족은 서로의 사명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다. 모든 소방공무원이 가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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