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톡] 9년 안에 18.4기가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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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지난달 18일 미국 42개주 곳곳에서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집회가 142건이나 열렸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반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만큼 겉으로는 규제하는 모양새를 띠면서 속으로는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는 주별 움직임이 본격화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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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으로 구축할 방안 찾는 美
시민 부담 피할 묘수 우리는 있나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지난달 18일 미국 42개주 곳곳에서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집회가 142건이나 열렸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나오던 반대 목소리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행동으로 표출된 건 처음이었다고 한다. 같은 달 14일 뉴욕주는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 허가를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버지니아주는 데이터센터가 쓴 전력에 7월 1일부터 킬로와트시(kWh)당 세금 1.1센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시민사회 반대 분위기가 거세니 주정부가 나서서 데이터센터를 규제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버지니아주 의회는 데이터센터가 생겨 발전·송전 시설 투자가 확대되면 지역 전력회사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가구들이 요금을 더 부담하게 될 거라고 추산했다. 세금 부과는 시민에게 전가될 비용을 사업자에게서 미리 받겠다는 취지다. 뉴욕주는 데이터센터 허가를 보류하는 동안 전력 비용과 환경 부담 문제에 대한 조치를 예고했다. 사업자에게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을 재설계해오라고 요구한 셈이다.
인공지능(AI) 주도권을 놓치고 싶지 않을 미국이 데이터센터를 무작정 규제할 리는 없다. 반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만큼 겉으로는 규제하는 모양새를 띠면서 속으로는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는 주별 움직임이 본격화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일 것 같다.
데이터센터 반대는 캐나다, 멕시코, 호주 등 미국 밖에도 많다. 국내에서도 갈등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정부와 대기업들이 6월 발표한 메가프로젝트에는 자그마치 18.4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2035년까지 전국 곳곳에 구축하겠다는 일방적인 계획이 들어 있다. 2023년 기준 국내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을 다 합쳐도 1.9GW 수준이라는데, 그 9배가 넘는 규모를 9년 내에 짓겠다는 일정에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메가프로젝트 참여 기업들은 빅테크 데이터센터 유치까지 염두에 두는 모양이다. 외국 데이터센터가 몰려든 아일랜드가 전기요금과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는 소식이 이미 알려졌다. 가동 중 생기는 소음이나 진동은 기술로 줄일 수 있다 해도, 좁은 국토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들을 유지하는 데 드는 전력과 수량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한 자원 배분이 가능할지 현실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유엔대학의 6월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의 연간 전력 사용량을 합친 수치의 3배에 가까운 전력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 사용량은 사하라사막 남쪽 아프리카 인구 13억 명의 연간 생활용수 양과 맞먹고, 토지 면적은 인구 3,200만 명인 자카르타 수도권의 2배에 이른다고 한다.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며 가동되는 데이터센터가 AI 산업을 꽃피운다 해도 혜택이 인류 모두에게 고루 돌아갈지 의구심이 남는다.
재계가 떠들썩해질 규모인데도 메가프로젝트 발표 후 만난 기업인들 반응은 대체로 차분했다. 계획을 내놨으니 공이 정부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도 반도체 공장도 땅과 전기, 물 문제가 선결돼야 하고, 이는 정부 몫이다. 이런 시각의 행간에는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짐작도 깔려 있을 것이다.
저 많은 데이터센터가 정말 필요하다면, 계획대로 짓겠다면, 시민들과 환경이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촘촘한 제도 설계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번 정부 업무보고에선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았다. AI 업계는 물론 정부도 뉴욕주와 버지니아주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임소형 산업1부장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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