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 폐지됐다는데”…창업자 벼랑끝 모는 ‘계약책임’ 사각지대

전종헌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cap@mk.co.kr) 2026. 8. 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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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창업자의 연대보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왔다.

명칭은 연대보증이 아니지만 일정 조건이 발생하면 회사가 아닌 창업자 개인이 투자금을 갚거나 손실을 보전하도록 하는 구조다.

이 대목에서 신 대표는 "(KB증권, 하나증권이) 회사를 상대로 하면 질 가능성이 있기에, 투자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회사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창업자 개인을 겨냥했다는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법으로 금지된 '창업자 연대보증'을 '이해관계인'이라는 이름으로 우회해 제3자에게 책임을 지운 행위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창업자 개인에게 모두 전가하는 이런 구조는 연대보증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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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보증 대신 ‘이해관계인’ 조항 도마위
회사로 들어간 투자금이 창업자 개인 채무로
‘120억 채무’ OGQ 신철호 대표 사례 ‘부상’
중기부 “제3자 연대책임 금지 대상 확대 시행 중”
관계 기관, 관리·감독만 언급‥정작 책임은 회피
MBC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출연한 오지큐(OGQ) 신철호 대표(오른쪽)가 KB증권과 하나증권을 향해 “투자금 회수가 목적이라면, 법이 정한 절차인 감자를 통해 투자금을 가져가라”고 말하고 있다.[페이스북]
정부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창업자의 연대보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왔다. 사업에 실패했다고 창업자 개인이 평생 빚을 떠안는 구조에서는 혁신도 재도전도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벤처투자 현장에서는 다른 방식의 책임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고 한다. 투자계약서 속 ‘이해관계인’ 조항이 그것이다. 명칭은 연대보증이 아니지만 일정 조건이 발생하면 회사가 아닌 창업자 개인이 투자금을 갚거나 손실을 보전하도록 하는 구조다.

최근 수백억원을 법인이 아닌 창업자 개인이 갚아야 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제도는 바뀌었지만 현실은 그대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당국도 관리·감독만 언급할 뿐 정작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식재산권(IP) 거래 플랫폼 오지큐(OGQ)의 신철호 대표 사례는 이같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신철호 대표가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약 120억원의 투자자 채무를 창업자 자신의 개인 채무로 부담하게 됐다고 알리면서다.

신 대표는 “이 채무는 개인적으로 차입하거나 사용한 자금이 아니다”라며 “제가 창업한 법인 OGQ에 투자돼 지금까지도 회사 계좌에 1원의 차이 없이 그대로 보관돼 있는 투자금 90억원에 이자가 더해진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 측이 이를 대표자인 제 개인의 채무로 규정했고 법원의 판결 또한 그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채무 부담을 개인적으로 지게 된 신 대표는 횡령이나 배임 등 창업자로서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었던 게 아니다. 투자금은 회사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투자자는 회사가 아닌 투자계약서상 이해관계인으로 명시된 신 대표 개인을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신철호 대표가 자신을 상황과 진행 경과를 알리는 SNS 메시지.[페이스북]
사건의 발단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OGQ는 국내 최대 이미지 플랫폼인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를 추진하며 브레이브뉴인베스트먼트와 비전크리에이터가 공동 운용한 신기술투자조합으로부터 약 90억원을 투자받았다. 일반적인 성장자금이 아니라 인수합병(M&A) 성사를 전제로 한 투자였다.

문제는 계약서였다. 인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투자대상기업 또는 이해관계인’이 투자금을 상환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이후 인수 협상이 무산되자 투자조합은 계약상 이해관계인인 신 대표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분쟁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지난 4월 대법원의 판결로 신 대표는 보유 지분 31.14%를 강제 처분해 투자원금 90억원과 연 12%의 이자를 더한 약 120억원을 개인 자산으로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관련해 신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경영권을 빼앗기는 법원의 강제매각까지는 이제 3주밖에 남지 않았다”며 출자기관(LP)인 KB증권, 하나증권을 향해 “창업자 개인에 대한 강제매각을 즉시 멈추고, 투자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회사를 상대로 청구해 공정가치 감자를 통해 정당하게 받아가라”고 요구했다.

신철호 OGQ 대표는 “(KB증권, 하나증권이) 회사를 상대로 하면 질 가능성이 있기에, 투자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회사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창업자 개인을 겨냥했다”며 관련 내용이 담긴 금융위 답변서를 공개했다.[페이스북]
이 대목에서 신 대표는 “(KB증권, 하나증권이) 회사를 상대로 하면 질 가능성이 있기에, 투자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회사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창업자 개인을 겨냥했다는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법으로 금지된 ‘창업자 연대보증’을 ‘이해관계인’이라는 이름으로 우회해 제3자에게 책임을 지운 행위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소송 사실은 LP인 KB증권·하나증권에도 보고됐다고 금융위에서 낸 답변서에 적혀 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벤처투자 계약에서 창업자는 회사와 함께 이해관계인으로 계약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제2의 OGQ 사례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창업자 개인에게 모두 전가하는 이런 구조는 연대보증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창업 실패에 따른 과도한 개인 책임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5년 12월 30일부터 제3자 연대책임 금지 대상을 확대하는 등 우회적인 책임 부과까지 줄이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계약에서는 여전히 이해관계인 조항을 통해 창업자 개인에게 상환 의무를 부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식도 달라 금융당국이나 정부 기관의 설명이 다르고, 법원의 판단이 다르게 나오는 등 판단도 제각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표준 투자계약서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창업자의 고의나 사기, 횡령, 배임 등 귀책사유가 없는 한 사업 실패만으로 대표 개인에게 원금 상환이나 손실 보전 의무를 지우지 못하도록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 스타트업·투자자·법률 전문가 등은 유관 협단체 등에 대한 홍보, 교육, 연수 등을 통해 표준 투자계약서를 널리 확산하고 벤처투자 계약에서 통용되는 기준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신 대표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중기위·정무위가 각각 중기부와 금융위에 이 사안을 자료요구·점검 요청으로 올렸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그는 “중기부는 이해관계인 같은 우회 방식의 연대책임을 형식과 관계없이 점검·적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회사 차원에서는 공정가치 감자로 투자금을 적법하게 돌려주는 절차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자로 투자금을 돌려주는데 KB증권, 하나증권 등 투자자와 주주 등이 동의를 한다면 “감자로 회수되는 금액이 약 94억2500만원, 판결(대법)로 확정된 원금·이자가 약 118억원, 그 차액 약 23억7000만원은 개인 지분을 담보로 갚겠다고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며 “이 방식으로 투자자가 손해를 볼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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