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여성과 아이의 삶, 제주4.3 영화 ‘한란’ 벡델데이 선정

제주4.3이 남긴 상처와 기억을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 '한란'이 성평등 작품으로 선정됐다.
영화제작사 웬에버스튜디오에 따르면 제주4.3의 비극을 한 모녀의 생존 여정으로 그려낸 영화 '한란'이 벡델데이 2026 영화 부문 '벡델초이스 10'에 선정됐다.
더불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고 제작 전반을 이끈 하명미 감독이 영화 부문 '올해의 벡델리안' 가운데 제작자 부문에 선정되며 작품과 창작자가 나란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주최·주관하는 '벡델데이'는 한국 영화와 시리즈를 통해 양성평등과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조명하는 콘텐츠 페스티벌이다. 미국 만화가 앨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양성평등 지수로 제시한 세 가지 테스트에서 착안한 행사다.
해마다 성평등한 재현과 새로운 여성 서사를 보여준 작품을 '벡델초이스 10'으로 정하고 감독·작가·배우·제작자 부문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창작자를 '벡델리안'으로 선정한다.
영화 '한란'은 4.3 당시 토벌대를 피해 한라산으로 피신하던 중 생이별한 엄마 '아진'(김향기)과 여섯 살 딸 '해생'(김민채)이 서로를 찾아 산과 바다를 건너는 생존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딸을 구하기 위해 산을 내려가는 엄마, 엄마를 찾기 위해 산을 오르는 딸의 이야기다.
기록에서 쉽게 지워졌던 평범한 여성과 아이의 삶을 통해 4.3을 새로운 감각으로 복원한 작품이다. 특히 4.3을 견딘 여성들의 구술과 기억을 기록한 점에서 '벡델초이스 10'에 선정됐다.
뉴욕아시안영화제 최우수 장편영화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넷플릭스 공개 2일 만에 대한민국 TOP10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며 큰 관심을 받았다.
또 헬싱키 시네아시아 영화제와 피렌체 한국영화제에 초청되고, 뉴욕아시아영화제 최우수 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해외 영화제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4월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에 맞춰 일본 극장에서도 개봉, 매진을 기록하고 극장을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하명미 감독은 "제주4.3이라는 역사 속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여성과 아동의 삶을 영화의 중심에 놓고 싶었다"며 "한란이 성평등한 작품으로 선정되고,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제작 과정도 함께 인정받아 더욱 뜻깊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관객이 아진과 해생을 만나고 그들이 상징하는 수많은 삶과 기억을 오래 간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벡델데이 2026'은 오는 29일과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남장에서 열린다. 영화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