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팔수록 손해인데…베트남 토종 전기차의 아슬아슬한 질주[딥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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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중인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21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킨 브랜드가 있습니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급성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는 빈패스트이다. 빈패스트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인해 나머지 전기차 모델은 그저 배경처럼 취급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빈그룹이 구축해둔 충전망을 쓸 수 있는 전기차 브랜드는 빈패스트뿐이란 겁니다. 당분간 베트남 전기차 시장에서 빈패스트의 독주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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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중인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21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킨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빈패스트(Vinfast). 한·중·일의 쟁쟁한 경쟁업체를 모두 제치고 베트남 토종 브랜드가 독주체제를 구축했어요. 그것도 순수 전기차로요.
이 경이적 성장세만큼이나 신기한 건 빈패스트가 막대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차를 팔면 팔수록 손해만 쌓여가는데요. ‘베트남의 삼성’이라는 빈그룹은 무슨 생각으로 빈패스트에 자본을 쏟아붓고 있을까요. 빈패스트의 불안한 질주를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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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현대차 제친 토종 전기차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급성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는 빈패스트이다. 빈패스트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인해 나머지 전기차 모델은 그저 배경처럼 취급된다.”
베트남 국영 언론사 단찌(Dantri)는 최근 현지 자동차 시장을 이렇게 분석했죠. 그럴 만도 한 게 올 상반기 베트남에선 빈패스트 판매량이 71.5% 급증하며, 시장점유율 1위(35.5%) 자리를 한층 공고히 했습니다. 베스트셀링카 1~5위를 빈패스트가 싹쓸이했죠.

빈패스트는 베트남 최대 대기업 빈그룹의 자동차 제조사로, 2022년부터 순수 전기차만 생산합니다. 사실 2~3년 전만 해도 빈패스트는 내부 거래로 버티는 신세였어요. 빈그룹의 전기택시 회사 ‘그린SM’가 빈패스트 전기차 판매의 70%가량을 책임졌죠. 이 때문에 판매는 급증했어도, 그게 다 계열사 밀어주기 덕분이라며 평가절하 당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어요. 그린SM이 여전히 빈패스트의 큰손 고객이긴 하지만, 올해 1분기엔 그 비중이 13%까지 줄어들었죠. 즉, 이젠 빈패스트 전기차가 베트남 개인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며 쑥쑥 커가고 있습니다.
충전이 공짜라고?
그럼 빈패스트가 왜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지 알아봐야겠죠. 일단 차량 가격이 매우 저렴합니다.
베트남의 ‘국민 전기차’로 통하는 초소형차 VF3를 볼까요. 베트남에서 전기차는 등록세가 100% 면제되기 때문에 3억 동(1640만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습니다. 비록 주행거리가 짧고(최장 210㎞), 시속 100㎞ 이상 낼 수 없는 시티카이지만, 베트남 소비자 입장에선 접근 가능한 가성비 좋은 전기차인 거죠.

차량 가격보다도 더 매력적인 조건은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빈패스트는 모든 차량 구매 고객에게 2029년 2월까지 ‘무료 충전’ 서비스를 제공해요. 빈그룹의 충전소 ‘브이그린(V-Green)’에서 한달에 10회까지 공짜로 충전할 수 있죠. 이건 충전 비용을 사실상 제로로 만드는 파격적 혜택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빈그룹이 구축해둔 충전망을 쓸 수 있는 전기차 브랜드는 빈패스트뿐이란 겁니다. 브이그린은 대대적인 투자를 벌여 전국적으로 이미 15만개 넘는 충전포트를 깔았는데요. 빈패스트가 아닌 다른 전기차는 이 충전 커넥터를 아예 이용할 수 없어요. 현대차나 BYD 같은 경쟁 전기차 운전자는 부족한 충전 시설을 찾아 헤매야 하는 거죠. 당분간 베트남 전기차 시장에서 빈패스트의 독주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네, 그래서 빈패스트는 당연히 적자입니다. 안 그래도 신차 개발과 공장 건설에 투자비가 워낙 많이 든 데다, 핵심 부품까지 수입해서 이미 적자 확정인데, 여기에 출혈 마케팅 비용까지 얹어졌죠. 1분기 빈패스트의 조정 총마진율은 -22.5%, 매출총이익률은 -73.6%이었는데요. 이를 풀어 설명하자면, 1000만원짜리 차 한 대를 공장에서 만드는 데 드는 순수 원가만 1225만원이고요. 여기에 ‘3년 무료 충전’ 비용까지 더하면 1736만원이나 소요된다는 뜻입니다. 차를 만들어 팔면 팔수록 회사 금고가 텅 비어가는 악순환에 빠지는 거죠.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이미 망해도 한참 전에 망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빈패스트는 이 적자더미에서도 살아남을 확실한 동아줄을 쥐고 있죠. 베트남 최대 재벌 빈그룹의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지원입니다.
빈그룹 캐시카우를 탈탈 털었다
동남아시아 최고 부자가 누군지 아시나요? 바로 팜 녓 브엉(Pham Nhat Vuong) 빈그룹 회장입니다. 지난해까지 1위였던 인도네시아 바리토 퍼시픽 그룹의 프라조고 판게스투 회장을 큰 차이로 제치고 동남아 1위, 세계 65위 부자에 올랐죠(포브스 기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84위)보다도 순위가 높은데요.
빈그룹 주가가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아 10배로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경제성장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고스란히 빈그룹 주가에 투영된 셈인데요. 잘나가는 빈그룹 내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캐시카우는 부동산 개발업체 ‘빈홈즈’이죠.
한동안 베트남 대도시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전해드렸는데요. (딥다이브 베트남 부동산 열풍 편) 그 수혜를 톡톡히 누린 기업이 바로 빈홈즈였습니다. 잇따른 대형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대박이 나면서 현금을 쓸어담았는데요.
그런데 빈홈즈가 지난 6월 두가지 특이한 발표를 했습니다. 우선 역대급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어요. 무려 당기순이익의 59%를 현금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나눠줬죠. 가장 큰 몫은 최대주주(71.7%)인 빈그룹에 돌아갔습니다.
동시에 국내 토지 매입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발표했어요. 이미 확보한 토지(2만9500㏊, 서울시의 절반 크기)만으로 5~7년 동안 개발할 수 있으니 더 이상 땅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유였죠. 빈홈즈 팜 티에우 호아 회장은 이런 결정이 “빈그룹 팜 녓 브엉 회장 지시에 따른 조치”라고 덧붙였는데요.

빈그룹 측이 언급한 적은 없지만, 이런 행보의 숨은 의미는 결국 이거죠. 빈홈즈의 자금을 토지 매입이 아니라 다른 데 쏟아붓겠다. 어디에? 빈그룹이 키우려는 전략 사업에. 결국 가산을 탕진하며 커가고 있는 막내(빈패스트)를 키우기 위해 큰형님(빈홈즈)이 땅 파서 번 돈을 쏟아붓기로 한 셈입니다.
진짜 전쟁터는 해외에 있다
빈그룹만이 아닙니다. 팜 녓 브엉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빈패스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요. 추가 지분을 받지 않는 순수 기부 형태로 지난 2년 동안 무려 35.5조 동(약 2조원)의 개인 자금을 투입했을 정도입니다. 그는 2024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빈패스트를 지원할 거냐는 질문에 “돈이 바닥날 때까지”라고 말한 바 있죠.
빈패스트를 제대로 키우고야 말겠다는 억만장자 회장님의 엄청난 의지. 이는 베트남의 국가적 야망과도 들어맞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 중상위 소득 국가, 2045년 선진 고소득 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선언했는데요. 그러려면 지금 같은 해외 기업의 하청공장 역할만으로는 택도 없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자체 기술과 브랜드를 보유한 국내 제조기업, 즉 베트남의 삼성이나 현대차를 키워야 한다는 게 베트남 정부의 생각이죠. 그리고 그 적임자가 바로 빈패스트인 겁니다.

이런 전폭적인 안팎의 지원이 있기에 빈패스트는 적자의 수렁을 뚫고 베트남에서 질주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럼 궁금합니다. 이렇게 온 나라가 염원을 모아 밀어주면 경쟁력 있는 자국 전기차 브랜드를 하나쯤 키울 수 있을까요.
글쎄요. 나스닥 상장 직후의 최고가(93달러)와 비교해 30분의 1토막 나버린 현재 주가 수준을 보면 해외 투자자들은 그다지 낙관적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 빈패스트는 2027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인데요. 목표 달성을 좌우하는 건 베트남이 아닌, 그보다 훨씬 더 큰 해외시장에 달려있죠.

올해 3월 빈패스트는 이들 국가에서도 필살기를 꺼내들었습니다. ‘2029년까지 무료 충전’을 선언한 거죠. 일단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긴 했는데요. 하지만 베트남과 달리 해외엔 브이그린 충전소가 몇 곳 안 돼서, 효과는 미미합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원성만 높아졌죠.
용감한 도전인가, 위험한 도박인가. 빈패스트에 대해선 이러다 자칫 빈그룹마저 흔들리겠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많습니다. 하지만 빈그룹과 팜 녓 브엉 회장의 현금 주머니는 아직 꽤 두둑하죠. 과연 그 주머니가 바닥 나기 전에 빈패스트는 제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까요.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8월 5일(수요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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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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