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마친 영웅의 마지막 여정… 세월 견딘 아내의 믿음 얻기[박찬이의 올댓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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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가 개봉했다. 놀런 감독을 좋아하는 몇몇 지인은 간만에 아이맥스 영화를 예매했다며 신이 났다.
호메로스 원작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이 바다와 섬을 떠도는 동안, 부인은 홀로 남아 20년간 남편을 기다린다.
놀런 감독의 영화는 거대한 바다와 모험, 전투를 영상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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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보다 페넬로페에 무게
아내 의구심 걷어내는 증표는
침대 대신 디아나 수놓은 비단
‘직조·지조있는 여인’ 부각시켜

5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가 개봉했다. ‘호프’ ‘스파이더맨’ ‘오디세이’로 이어지는 흥행작들이 여름철 극장가에 연달아 선보이는 모양새다. 놀런 감독을 좋아하는 몇몇 지인은 간만에 아이맥스 영화를 예매했다며 신이 났다.
예고편도 인상 깊었다. ‘인생은 항해’라는 은유를 함축한 바다는 웅대했고,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며 베를 짜는 아내 페넬로페가 얼핏 스친 것도 흥미로웠다. 호메로스 원작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이 바다와 섬을 떠도는 동안, 부인은 홀로 남아 20년간 남편을 기다린다. 찰나의 화면은 그 인고의 시간을 압축하고 있었다.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1567∼1643)의 오페라 ‘율리시스의 귀환(Il ritorno d’Ulisse in patria)’은 오디세우스, 즉 율리시스의 귀향을 다루고 있다. 그리스 이름 오디세우스는 라틴어를 거쳐 율리시스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1640년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오페라는 제목과 달리 페넬로페에게 집중한다. 프롤로그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도 페넬로페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 배우자를 떠올리며 탄식한다. “기다리는 이는 돌아오지 않는데 세월만 흘러가네.”
이 오페라를 연구하는 이들은 율리시스의 회귀를 인정하는 최종 결정권자가 페넬로페라는 점을 강조한다. 율리시스는 활시위를 당겨 구혼자들을 물리치고 왕의 자리를 되찾는다. 아들 텔레마코스도 그를 알아본다. 그러나 페넬로페는 남루하게 변한 율리시스의 모습 앞에서 계속 의구심을 갖는다.
원작에서 결정적 증표는 혼인 침대였다. 오디세우스는 집 안에 자라던 올리브나무를 다듬어 침상으로 삼았다. 나무를 베지 않고는 이동할 수 없는, 변치 않는 사랑과 결속의 상징이다. 페넬로페가 이를 일부러 방 밖으로 내놓으라고 하자, 오디세우스는 어떻게 그것을 옮길 수 있느냐며 그 특징을 이야기한다. 그제야 페넬로페는 눈앞의 남성이 반려임을 확신한다.

재미있는 요소는 몬테베르디 오페라에서는 이 증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율리시스는 페넬로페가 밤마다 혼인 침상을 덮었던 비단 천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부부만이 공유했던 은밀한 사실이다. 그녀가 손수 짠 천에는 처녀들의 무리를 거느린 여신 디아나, 그러니까 아르테미스가 수놓여 있었다. 디아나는 대표적인 처녀 여신이니, 스무 해 동안 구혼자들을 물리친 페넬로페의 정결이 디아나와 중첩되는 셈이다.
비단 천 역시 페넬로페의 정체성을 올리브나무 침대보다 강하게 드러낸다. 그녀는 옷감이 완성되면 구혼자 가운데 한 사람과 혼인하겠다고 약조한 뒤, 낮에 베를 짜고 밤에 푸는 일을 반복했다. ‘직조하는, 지조 있는 여인’이라는 그녀의 자아를 디아나를 새긴 비단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율리시스가 천의 문양을 상세히 증언하자 종국에는 페넬로페의 의심이 풀린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마지막 이중창에서 합쳐지고, 율리시스의 긴 항해는 끝을 맺는다.

놀런 감독의 영화는 거대한 바다와 모험, 전투를 영상에 담아냈다. 몬테베르디 오페라는 그 장대한 일정이 끝난 뒤 ‘귀환’이라는 심리적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이타카 해변에서 궁전까지, 왕좌에서 혼인 침상까지. 그것은 고향으로 회귀해 페넬로페의 믿음을 되찾는 내면의 여정이다. 영원한 고전 오디세이아. 아직 스크린에서 접한 분이 많지 않으니, 오페라를 들으며 영화 관람을 위한 ‘예열’에 들어가도 좋겠다.
음악 칼럼니스트·‘음악과 이미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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