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에 가로막힌 ‘유럽 재무장’[Global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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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유럽의 재무장 흐름이 가속하는 가운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포탄 생산 확대에 뜻밖의 복병이 등장했다. 목화 부산물로 만드는 포탄 추진제의 핵심 원료인 '면화약'이 부족해 포탄 생산 확대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티셔츠 만들던 목화가 포탄을 날린다 유럽 재무장의 복병 된 '면화약'=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토는 최근 포탄 비축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추진제 원료 부족이라는 예상 밖의 문제에 직면했다.
◇목화밭 사라진 유럽, 원료도 공장도 부족 중국산 끊기면 포탄 생산 흔들= 면화약 수요는 급증했지만 생산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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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지원·자체 비축량 확대
목화 부산물이 탄두 추진 ‘핵심’
年2만t 필요한데 생산은 절반뿐
유럽서 목화는 3개국서만 재배
면 린터 사용량 70% 中에 의존
목화 대신 ‘폐의류 추출’ 실험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유럽의 재무장 흐름이 가속하는 가운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포탄 생산 확대에 뜻밖의 복병이 등장했다. 목화 부산물로 만드는 포탄 추진제의 핵심 원료인 ‘면화약’이 부족해 포탄 생산 확대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티셔츠 만들던 목화가 포탄을 날린다… 유럽 재무장의 복병 된 ‘면화약’=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토는 최근 포탄 비축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추진제 원료 부족이라는 예상 밖의 문제에 직면했다. 포탄은 안에서 폭발하는 탄두와 이를 밖으로 쏘아 보내는 추진제로 이뤄지는데, 이 추진제를 만드는 핵심 물질이 ‘면화약’으로 불리는 니트로셀룰로오스다. WSJ는 나토가 제한된 원료 재고를 포탄 비축 확대를 가로막는 주요 문제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면화약은 목화에서 옷감을 만드는 섬유를 뽑아낸 뒤 씨앗에 남는 짧은 솜털인 ‘면 린터’를 질산과 황산으로 처리해 만든다. 불이 붙으면 빠르게 타면서 순간적으로 많은 가스를 발생시키고, 이 압력이 포신 안의 포탄을 밖으로 밀어내 발사한다. 면화약이 없으면 아무리 포탄을 많이 만들어도 쏠 수 없다. 티셔츠를 만들고 남은 목화 부산물이 전장에서는 포탄을 날리는 추진제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동시에 자체 포탄 비축량까지 늘리면서 면화약 수요가 폭증했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을 계속 공급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장기전에 대비해 자국 비축분도 확충하고 있다. 그러나 WSJ는 그동안 증산 투자가 포탄 생산시설 확대에 집중된 반면, 정작 면화약 원료 확보와 추진제 생산시설 확충은 뒤처졌다고 전했다. 포탄 생산시설을 아무리 늘려도 이를 발사할 추진제가 부족하면 생산량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목화밭 사라진 유럽, 원료도 공장도 부족… 중국산 끊기면 포탄 생산 흔들= 면화약 수요는 급증했지만 생산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는 유럽의 면화약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약 1만t으로 추산한다. WSJ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의 포탄 비축 목표가 잇달아 상향되면서 연간 2만t 이상의 면화약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생산능력의 두 배 수준이다.
이처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냉전 종식 이후 군축으로 면화약 생산시설이 잇따라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독일 라인메탈과 프랑스 에우렌코, 체코 CSG, 노르웨이 방산업체 남모 등 소수 업체에 유럽의 면화약 생산이 집중돼 있다. 과거 군축으로 축소됐던 생산 기반이 최근 유럽의 재무장 흐름 속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면화약 공장은 강산과 인화성 물질을 다루는 만큼 폭발 방지시설과 폐수처리설비를 갖춰야 하고, 환경·안전 인허가와 군사용 인증에도 수년이 걸려 생산시설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기도 쉽지 않다.
원료 조달 구조도 취약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목화는 27개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스페인·불가리아 등 3개국에서만 재배된다. 재배 규모 자체가 제한적이다 보니 면화약 생산에 필요한 면 린터를 자체 조달하기 어려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아르민 파퍼거 라인메탈 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럽이 사용하는 면 린터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포탄 추진제의 핵심 원료를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인 셈이다.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Saab)의 미카엘 요한손 CEO는 중국이 면 린터 공급을 중단한다면 “상당히 해로울 것(would be detrimental)”이라며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FT도 중국이 지정학적 이유로 면 린터 수출을 제한할 경우 유럽의 포탄 생산 확대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면화약 생산업체도 늘리고… 면화약 원료 구하려 나무·헌옷까지 꺼내= 유럽은 뒤늦게 면화약 생산 기반 확충에 나서고 있다.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지난해 페인트와 잉크 등에 쓰이는 산업용 면화약 제조업체 하게도른-NC를 인수해 기존 생산설비를 군수용 면화약 생산에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2028년까지 군수용 면화약 생산량을 50% 이상 늘릴 계획이다. 프랑스 방산업체 에우렌코도 지난해 프랑스 베르주라크 공장에서 면화약 생산을 재개했고, 폴란드 역시 신규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목화 재배 기반이 취약한 만큼 원료 자체를 다변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정부 지원 아래 폐의류에서 면섬유를 추출해 면화약을 만드는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핀란드에서는 목재 펄프를 활용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은 실험 단계다. 생산시설을 늘리는 동시에 대체 원료 개발도 병행하며 면화약 공급망을 유럽 안에서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성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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