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구한 최태원에 ‘대(大)태원’ 칭송… SK하이닉스 주가 급반등에 불씨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2026. 8. 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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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상한가 치는 이유. 최태원 회장님 찬스. 대(大)태원."

최 회장은 반도체 기업 가치에 대한 믿음과 함께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수한 당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지금 주가가 바닥이라는 무언의 시그널로 이해한다" "이혼소송 위자료도 내야 하는데 지금 50억 원이나 산 걸 보면 진짜 바닥인가 보다" 같은 반응이 나온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의 자사주 매수가 주가 저점 신호로 작용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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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7조 원 매수’ 키옥시아처럼 주주 보상책 내야 한다는 주문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서밋’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SK하이닉스 상한가 치는 이유. 최태원 회장님 찬스. 대(大)태원."

"어제 자사주 49억 원어치밖에 안 샀다고 욕했던 사람들은 얼른 태원이 형에게 사과해라. 태원이 형이 주식 사준 덕분에 오늘 SK하이닉스 상한가 쳤다. 역사의 한순간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수한 다음 날인 7월 3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레드'에 게시된 글들이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이것이 최 회장 덕분이라고 추켜세운 것이다. 코스피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공포에 빠진 상황에서 최 회장이 주가 반등의 불씨를 살리자 '최태원 구조대'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최 회장 49억 원어치 매수한 다음 날 상한가

7월 국내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7월 30일 종가 기준 5593.56으로 수직 낙하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종가 기준 71.0% 하락한 20만7000원, SK하이닉스는 120.8% 떨어진 132만2000원까지 급락했다.

그런데 7월 30일 정규장 마감 후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는 공시가 나왔다. 주당 135만3677원에 보통주 3620주를 샀다. 총 49억31만740원어치.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수한 것은 처음이다. 최 회장은 반도체 기업 가치에 대한 믿음과 함께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 정규장 시작과 동시에 SK하이닉스 주가는 급반등했다(그래프 참조). 가파르게 오르던 주가는 오후 2시 10분쯤 전날 대비 29.95% 상승해 상한가를 찍고 171만8000원에 거래됐다.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한 최대주주 SK스퀘어도 이날 장중 상한가(103만8000원)를 기록했다. 코스피도 하루 만에 17.91% 오르며 6595.45에 마감했다.

이날 증시 반등의 주된 원인이 최 회장의 자사주 매수라고 보긴 어렵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7월 30일(현지 시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주 투심이 살아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수한 당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지금 주가가 바닥이라는 무언의 시그널로 이해한다" "이혼소송 위자료도 내야 하는데 지금 50억 원이나 산 걸 보면 진짜 바닥인가 보다" 같은 반응이 나온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의 자사주 매수가 주가 저점 신호로 작용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책임경영 행보로 평가하기엔 매수 금액이 너무 적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최 회장은 사전 공시 없이 즉시 살 수 있는 최대 금액에 가깝게 매수한 것이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사 임원이나 주요 주주가 50억 원 이상 자사주 거래를 할 경우 거래 30일 전 사전 공시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연내 주주환원 방안 공유할 것"

투자자 사이에서는 최 회장 개인이 아니라, SK하이닉스 법인이 주주환원 정책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현금 창출력이 높아진 만큼 주주 보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7월 29일 진행된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구체적인 자사주 매수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키옥시아가 31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8000억 엔(약 7조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식화한 것과 대비된다. SK하이닉스는 "다양한 방식의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는 대로 연내 시장과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앞서 7월 20일 제주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해 SK하이닉스 주가의 단기 등락에 흔들리기보다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게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최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는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그냥 시간을 두면 우상향으로 간다. 이런 종류의 주식투자를 하려면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갖고 있으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에 대해 최 회장은 "주가라는 것은 현상을 그대로 똑같이 반영하지는 않는다. (주가가) 너무 빨리 올라갔으니 현실에 현상을 적응시키는 때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는 게 재산 보전에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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