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차별 없는 상병수당을 ④] 상병수당, 별도 법안·재정확보·계정분리 필요

강성권 2026. 8. 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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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범사업 중인 상병수당 제도의 본사업 시행 시점을 내년 9월 이후로 늦출 것으로 보인다.

상병수당은 노동자가 업무 외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의 소득을 보전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건강보험은 치료비를 보장하는 제도이고, 상병수당은 치료기간의 소득을 보전하는 현금급여다.

정부는 별도 법안·재정확보·계정분리를 통해 "아프면 쉴 권리, 상병수당"을 책임지고 완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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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권 국민건강보험노조 부위원장
정부가 시범사업 중인 상병수당 제도의 본사업 시행 시점을 내년 9월 이후로 늦출 것으로 보인다. 시행 시점뿐만 아니라 적용 대상이나 수당을 수령할 때까지 걸리는 대기기간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설계하고 있는 상병수당 제도의 문제점과 올바른 방향을 짚은 글을 양대 노총과 아프면쉴권리공동행동이 보내왔다. 5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 강성권 국민건강보험노조 부위원장

2014년 2월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은 대한민국 사회보장제도의 참담한 사각지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가장이 사망한 후 식당 일로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다치면서 가구 소득은 순식간에 '제로'가 됐다. 치료비와 생계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가족은 결국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 만약 상병수당이 있었다면 최소한 치료기간 동안 소득 상실을 일부 완화하고 치료에 전념할 여건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상병수당은 노동자가 업무 외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의 소득을 보전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생계 걱정 때문에 아픈 몸으로 출근하는 현실은 가구 전체를 빈곤의 늪으로 몰아넣는다. 상병수당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고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필수적인 사회적 안전망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논의된 상병수당은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7월 본사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 설계는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7일의 긴 대기기간과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기준(기존 소득의 66.7% 보장, 52주 이상 지급)에 턱없이 못 미치는 보수 수준으로는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소득 보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재원 조달 방안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초고령화와 의료비 증가로 2029년께 누적 적립금 소진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상병수당 본사업 재원으로 연간 약 7천8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향후 ILO 권고 수준으로 제도를 확대할 경우에는 연간 수조 원 규모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병수당이 별도 재원 조달 없이 시행되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건강보험은 치료비를 보장하는 제도이고, 상병수당은 치료기간의 소득을 보전하는 현금급여다. 목적과 급여 성격이 다른 두 제도를 동일한 재정에서 운영하면 어느 한쪽의 재정 압박이 다른 제도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동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3대 원칙(별도 법안·재정·계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먼저 별도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부가급여'로 돼 있는 상병수당을 별도 법률로 제정해 국가의 '의무급여'로 명문화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에 따라 제도가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또 건강보험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장기요양보험처럼 별도 보험료를 신설하되, 정부 일반회계(국고) 투입은 50%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국가가 사회안전망 구축의 책임을 명확히 분담해야 한다. ILO도 상병수당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사회보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국가 재정 분담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의 '진료비 계정'과 상병수당의 '현금급여 계정'을 독립 회계로 분리해야 지출 구조가 투명해진다. 진료비 증가로 상병수당이 위축되거나, 반대로 상병수당 때문에 의료 보장이 약화되는 악순환을 차단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법정 유급병가와 전국 단위 상병수당 제도가 모두 없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다. 경제 규모에 비해 사회안전망에 대한 공공투자는 너무나 부족하다. 정부는 초과 세수를 미래 성장 동력에 쓰겠다고 공언하지만, 정작 국민의 삶을 지키는 사회안전망 강화에는 인색하기만 하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국민의 피와 땀이다. 국민의 삶을 지키는 진짜 '국가 책임의 시대'는 제대로 된 상병수당 도입과 안정적인 재정 확보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별도 법안·재정확보·계정분리를 통해 "아프면 쉴 권리, 상병수당"을 책임지고 완성해야 한다. 반쪽짜리 제도를 막고 온전한 국가 책임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이번 '상병수당 제대로 만들기 서명운동'에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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