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셰프들이 막내로 ‘실패’하자 시청률이 뛰었다···‘진짜’를 본 시청자들 공감

전지현 기자 2026. 8.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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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언더커버 셰프’ 홍진주 PD.·윤알음 작가
3개국 식당 3곳서 초심으로 도전
세 셰프의 성실·집념 제작진 깜놀
홍 PD “제작진은 거의 개입 안 해”
혁신적 포멧보다 ‘진심’ 주효 확인
현지 식당 식구들도 덩달아 인기
한국 초청 스핀오프 제작도 확정
tvN <언더커버 셰프>에 출연한 샘킴, 정지선, 권성준 셰프. tvN 제공

새 예능은 어떠해야 하는가. 지난달 23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언더커버 셰프>는 본 적 없는 혁신적인 포맷보다 ‘사람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가 여전히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탈리안 요리사 샘 킴·권성준, 중식 요리사 정지선이 본토인 이탈리아(파르마, 나폴리)와 중국(청두)의 식당에서 5일간 근무한다. 단, 이들은 셰프가 아닌 요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전직 농부, 복서, 야구선수로 식당 식구들에게 소개된다. 막내가 된 세 사람에게는 미션이 주어진다. ‘셰프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지 않되 실력을 인정받아 식당 메뉴판에 자신의 요리를 올릴 것.’

<언더커버 셰프>를 구성하는 요소는 분명 본 적 있는 것들이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024)의 흥행 이후 돌아온 셰프 예능 시대에 편승하는 작품 같아 보이기도, <윤식당>과 <현지에서 먹힐까?> 등 tvN의 해외 로케이션 요리 예능 계보를 잇는 프로그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tvN <언더커버 셰프>에서 외국 식당 주방에 ‘막내’로 잠입한 샘킴, 정지선, 권성준 셰프. tvN 제공

그 예감은 맞고도 틀렸다. 식당 혹은 푸드트럭을 운영하던 앞선 예능들에서 음식 장사가 처음인 연예인 출연자들이 좌충우돌하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세 셰프에게 ‘식당 일이 고되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다. 주방의 생리에 밝은 셰프들은 막내로서 어떻게 식구들의 인정을 받을지, 현지 입맛은 한국과 또 어떻게 다른지를 추가로 고민한다.

이미 최고라는 인정을 받은 이들이 낯선 곳에서 성실히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은 방영 중 화제성이 꾸준히 상승했다. 마지막 회인 10화는 첫 방송 대비 시청률이 3배가량 오른 6.2%를 기록했다.

<언더커버 셰프>를 기획한 홍진주 PD와 윤알음 작가는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CJENM센터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출연자도, 시청자도 과몰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며 “뜨거운 반응에 놀랍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tvN <언더커버 셰프>를 연출한 홍진주 PD(왼쪽)와 윤알음 작가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CJENM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텐트 밖은 유럽> 스페인편과 남프랑스편을 함께한 두 사람은 지난해 말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라’는 미션을 받았다. 11년 차인 홍 PD가 신규 프로그램을 기획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요식업계 관계자들을 두루 인터뷰하며 기획을 다듬던 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식당을 섭외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지난 1월에 첫 답사를 떠났는데, 그 후 수도 없이 해외를 나갔어요. 3월에는 한국에 있던 날이 5일밖에 안 될 정도로 발품을 팔았죠.” 홍 PD가 말했다. 구글 검색이 원활하지 않은 중국의 음식점을 찾을 때 더 애를 먹었다고 한다.

제작진이 식당 사람들의 캐릭터만큼 중요하게 본 건, ‘음식이 맛있느냐’였다. 윤 작가는 “셰프님들이 동기부여가 되려면 맛에서 납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책도 보고, 현지인에게도 묻다가 나중에는 무작정 들어갔다. 이탈리아 어느 지역에서는 그곳의 뜨라또리아(작은 식당)를 다 가볼 정도였다”고 했다. 특히 샘킴이 일한 파르마의 식당은 현지 사람들도 3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의 맛집이었다.

tvN <언더커버 셰프>에서 농부 ‘희태’로 잠입한 샘킴 셰프. tvN 제공

세 셰프는 재료 손질부터 시작해서 차츰 실력을 인정받아 마지막 날에는 메인 음식을 만들게 된다. 차근차근 승급이 이뤄지는 것에 일부 시청자는 ‘어느 정도는 각본이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홍 PD는 “촬영 기간 동안 제작진은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사전에 건넨 가이드라인은 ‘만족스러울 때 다음 일을 줘보면 좋겠다’는 정도였다고 한다. 윤 작가는 “세 식당 모두 실제로 손님을 받는 곳이니 민폐가 되면 안 되지 않나”라며 “한국에서 장사를 해도 괜찮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니, 그를 위해서도 냉정히 평가해달라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tvN <언더커버 셰프>를 연출한 홍진주 PD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CJENM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tvN <언더커버 셰프>에 참여한 윤알음 작가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CJENM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제작진은 세 셰프의 성실함에 놀랐다고 전했다. 샘킴은 식당 ‘선배’들에게 건넬 이탈리아어 말을 고민해 매일 아침 외워 왔다고 한다. 권성준은 식당 영업이 자정 넘어 끝나는데도 묵묵히 일했다. 정지선은 사천음식에 익숙한 주방 식구들이 그가 만든 한국식 중국요리를 선호하지 않자, 그들의 인정을 받을 때까지 도전하는 집념을 보였다. 한국보다 크고 무거운 웍이 손에 익지 않는데도 끈기 있게 방법을 익히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정지선은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언더커버 셰프>에서 전 복싱선수 ‘써니’로 잠입한 정지선 셰프가 중국 청두의 식당 사장님과 사진을 찍고 있다. tvN 제공

‘칼판장 탕웨이’, ‘안경 선배’, ‘잔카 사장’ 등 가족적인 식당 식구들도 함께 인기를 얻으면서, <언더커버 셰프>는 종영 직후 스핀오프 프로그램 제작이 확정돼 올해 중 방영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파르마와 나폴리, 청두의 ‘선배’들이 한국을 찾는다. 홍 PD는 “세 곳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셨다. 다만 생업이 있는 분들이다 보니 일정은 아직 조율 중”이라고 귀띔했다.

<언더커버 셰프>가 인기를 얻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묻자, 홍 PD는 “셰프가 무적의 존재처럼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실패의 순간이 많았잖아요. 내향형인 샘 킴 셰프는 인간관계를 고민하고, 정지선 셰프는 현지 입맛을 맞추는 데 고생하고, 권성준 셰프는 음식을 태우기도 했죠. 그래서 더 진짜로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시청자들이 완벽하기만 한 서사를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 예측 가능할 것 같은 소재 안에도 새로움이 있다는 걸 저도 새롭게 배웠습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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