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도 폭염에 정권도 ‘휘청’... 튀니지 ‘정전 항의’ 대규모 시위

45도를 웃도는 기록적 폭염에 정전이 일상화된 튀니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폭염 등 전세계적 기후 위기가 각국의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5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중해 연안의 북아프리카 국가 튀니지에선 최근 이례적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노후화된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렸고, 국영 전력회사는 순환 정전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수까지 함께 벌어졌다.
그러자 튀니지 곳곳에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청년 시위대는 도로를 봉쇄하고 타이어를 불태웠다. 사이에드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통령 권한 강화에 나선 지 5년이 된 지난달 25일에는 수도 튀니스에서 수천 명이 참가한 반정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전기도 없고, 물도 없고, 감옥과 물가 상승만 있다”며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2011년 ‘아랍의 봄’의 발원지인 튀니지는 중동·북아프리카 아랍권에서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37%를 웃도는 청년 실업률과 식료품을 중심으로 높은 물가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미국 싱크탱크 타흐리르 중동정책연구소의 사하르 메크메크 팀장은 “국민들은 삶이 후퇴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전기와 물 공급 중단은 현대 튀니지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전 지구적 기후 위기가 각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정치학자 오스틴 비첨, 에밀리 하프너버턴, 크리스티나 슈나이더는 지난 6월 인터내셔널 스터디즈 쿼털리(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ISQ)에 ‘기후 충격, 정치적 갈등, 그리고 민주주의의 회복력’ 논문을 게재했다.
저자들은 기후 재난이 반복돼 정부가 시민들의 불만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정치적·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민주국가에서는 정부가 비상 조치나 정치적 자유 제한 같은 억압적 대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과정이 점진적으로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질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2011년 초 23년간 집권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당시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정치 혼란과 경제 침체가 있었지만, 2019년 대선에서 법학 교수 출신 사이에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혼란을 끝낼 ‘구원자’로 기대를 모았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척결을 명분 삼아 2021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입법부, 사법부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킨 뒤 이듬해 개헌으로 대통령에게 국가 권력을 집중시켰다.
특히 대통령에게 군 통수권과 행정부 수반 임명권뿐 아니라 의회 해산권, 판사 임명권을 부여한 데다가 대통령이 임명한 내각이 의회의 신임 투표도 거치지 않도록 해 일각에선 친위 쿠데타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역사학계에선 15~19세기 소빙하기 당시 평균 기온이 하락해 전 세계적인 농업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 각국의 정치적 격변을 불러왔을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프랑스 대혁명(1789)을 비롯, 임진왜란(1592), 병자호란(1636) 등이 기후 변화로 인한 기근과 직·간접적 영향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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