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합주까지 번진 ‘진보 바람’…엘사예드, 미시간 상원 경선 승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무슬림 압둘 엘사예드(41) 후보가 당 주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헤일리 스티븐스 연방 하원의원을 초박빙 승부 끝에 꺾었다. 에이피(AP)통신은 4일(현지시각) 실시된 미시간주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예비선거에서 엘사예드가 스티븐스를 꺾고 당 후보로 확정됐다고 5일 보도했다. 엘사예드에 이어 홍 후보까지 승리한다면 진보 후보는 민주당 강세 대도시에서만 통한다는 기존 통념에 상당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엘사예드가 본선에서 패한다면 민주당 주류는 진보 후보의 경합주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근거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일 위스콘신 주지사 경선도 주목

미국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무슬림 압둘 엘사예드(41) 후보가 당 주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헤일리 스티븐스 연방 하원의원을 초박빙 승부 끝에 꺾었다. 젊은 진보 후보들의 약진이 뉴욕과 콜로라도 등 민주당 우세 지역을 넘어 중서부 경합주에까지 확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특히 경합주에서는 중도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는 민주당의 오랜 통념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승리는 2028년 대선 경선을 비롯한 향후 민주당의 노선 경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득표율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해 진보 진영의 확장성과 본선 경쟁력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에이피(AP)통신은 4일(현지시각) 실시된 미시간주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예비선거에서 엘사예드가 스티븐스를 꺾고 당 후보로 확정됐다고 5일 보도했다. 개표가 거의 완료된 가운데 엘사예드는 48.5%, 스티븐스는 47.5%를 득표했다. 두 후보의 표 차이는 1만5000표가 채 되지 않았다.
엘사예드는 오는 11월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마이크 로저스 전 연방 하원의원과 맞붙는다. 로저스는 2024년 미시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엘리사 슬롯킨에게 1만9000표가량의 근소한 차이로 패한 인물이다. 엘사예드가 승리하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연방 상원의원이 된다.
이번 경선은 민주당 주류와 당내 진보 진영의 노선 대결로 주목받았다. 디트로이트 보건국장 등을 지낸 엘사예드는 전 국민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포 올’, 억만장자 증세, 정치권에 대한 기업 자금의 영향력 축소 등을 내세웠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미국 진보 진영의 상징으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젊은 진보 세대의 대표 주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이 미시간을 찾아 엘사예드 지원 유세를 펼쳤다.
엘사예드는 자신을 민주사회주의자나 미국민주사회주의자들(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DSA) 소속으로 규정하지 않고 “자본주의자”라고 밝히고 있다. 디에스에이의 공식 지지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주요 정책에서 샌더스와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민주사회주의 진영과 보조를 맞추면서 이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반면 스티븐스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 이번 임기를 끝으로 은퇴하는 게리 피터스 상원의원 등 당 주류 핵심 인사들의 지지를 받았다. 워싱턴포스트가 광고 분석업체 애드임팩트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스티븐스와 그를 지원한 외부 단체들이 집행한 텔레비전·라디오 광고비는 6000만달러를 넘었다. 이 가운데 약 3200만달러는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미·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와 연계된 단체가 지출했다. 스티븐스 쪽 광고비는 엘사예드 진영의 약 9배에 달했다.
엘사예드는 승리 뒤 “우리는 하나의 정치 기계와 맞섰다”며 “수많은 사람의 힘이 그들의 돈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막대한 외부 자금과 당 지도부의 지원을 한꺼번에 이겨냈다는 점에서 이번 승리는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반기득권 정서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과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미시간이 뉴욕이나 콜로라도의 진보적인 대도시 지역과 달리 선거 때마다 승패가 뒤바뀌는 중서부 경합주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과 2024년 미시간에서 승리했지만, 2020년에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겼다.
그동안 디에스에이와 ‘저스티스 데모크랫’ 등 활동가 중심의 진보 단체가 지원한 후보들의 승리는 고학력 유권자가 많고 민주당 지지가 강한 대도시 지역에 집중됐다. 중도층과 백인 노동자 유권자의 비중이 높은 경합주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주류는 진보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는 열성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어도 공화당과 맞붙는 본선에서는 중도층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상원의원 경선에서 엘사예드가 승리했다. 미시간주 연방 하원의원 경선에서도 디에스에이 소속인 도너번 매키니 주 하원의원이 현역인 슈리 타네다 의원을 꺾었고, 진보 성향 활동가 윌리엄 로런스도 중도 후보들을 제치고 후보로 선출됐다. 미시간 한 곳에서 여러 진보 후보가 동시에 승리하면서 민주당 내 반기득권·진보 흐름이 일부 대도시에서 나타난 일회성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다음 시험대는 오는 11일 위스콘신주 민주당 주지사 후보 경선이다. 민주사회주의자인 한국계 미국인 프란체스카 홍 주 하원의원은 경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홍 후보 캠프는 7월 이후 약 48만8000달러를 모금했으며, 기부금의 99% 이상이 개인에게서 나왔다고 밝혔다. 개인 후원금의 약 95%는 100달러 이하의 소액이었다. 엘사예드가 미시간에서 보여준 진보 진영의 결집과 소액 후원자 중심의 선거운동이 위스콘신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시간과 위스콘신은 모두 대선과 의회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서부 경합주다. 엘사예드에 이어 홍 후보까지 승리한다면 진보 후보는 민주당 강세 대도시에서만 통한다는 기존 통념에 상당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진보 진영으로서는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샌더스가 두 주에서 모두 승리한 뒤 약화했던 중서부의 지지 기반을 다시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미시간의 결과는 진보 진영의 한계도 동시에 드러냈다. 여론조사에서는 엘사예드가 큰 폭으로 앞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결과는 1%포인트 차이였다. 스티븐스는 흑인 유권자가 많은 디트로이트와 플린트, 상당수 농촌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며 당 주류의 영향력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공화당은 이미 엘사예드를 ‘급진 좌파’로 규정하며 본선 공세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엘사예드의 승리를 “공화당에 희소식”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엘사예드의 메디케어 포 올과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 주장, 이스라엘 지원 반대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중도층 이탈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엘사예드가 오는 11월 공화당 로저스 후보를 꺾을 수 있느냐가 진보 바람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번 경선이 민주당 내부의 변화와 진보 지지층의 동원력을 보여줬다면, 본선은 이 같은 변화가 경합주의 무당파와 중도층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엘사예드가 본선에서도 승리할 경우 파장은 2028년 대선 경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합주 승리를 위해 반드시 중도 성향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 대신, 진보적 경제 의제와 반기득권 메시지로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전략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대선 후보군 역시 중도층 확장성뿐 아니라 젊은층과 노동자, 소수인종 유권자를 얼마나 강하게 결집할 수 있는지를 중요한 경쟁력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엘사예드가 본선에서 패한다면 민주당 주류는 진보 후보의 경합주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근거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의 오는 11월 선거가 상원 다수당의 향방을 넘어 민주당이 2028년 어떤 노선과 후보를 선택할지를 가르는 선거로 주목받는 이유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인신매매 경유지’ 된 부산…“중국 어선, 한국에 불법감금 외주화”
- 국교위, 수능 서술·논술형 개편 추진…이 대통령 “객관식이 아이들 망가뜨려”
- 이 대통령 “쿠데타 3번 육사, 책임 안 져…또 할 수도” 통합사관학교 속도전
- “어머니~더운께~들어가셔야 돼”…하늘서 안부 묻는 ‘폭염 드론’
- 이란·오만, 호르무즈 새 통항로 합의…미국과 이견 탓 최종 타결은 ‘아직’
- 정성호 “수사권 사라진 검사, 합수본 보낸들”…윤호중 “의견 내면 되지”
- 22년 만에 경복궁·조선왕릉 관람료 올린다…현재 500원~3000원
- 김원훈 ‘개미’도 물렸다…“문상훈, 너도?” 예능이 된 ‘롤러 코스피’
- 형사소송법 성패, 196조 아닌 195조에 달렸다 [권태호 칼럼]
- 전동휠체어 80대, 2시간 땡볕 속에서 숨졌다…넘어진 뒤 못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