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 점과 선으로 그린 농원… 서양화로 '한국의 미' 되살렸다

인현우 2026. 8. 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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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은 조선시대의 공예품이죠. (중략) 작품의 소재를 통해 전통미를 추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선인들이 갈고닦은 표현양식과 기법, 미의식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 하는 것이죠."

화폭을 가득 채운 원색 점과 생동하는 선으로 한국의 자연을 그렸던 '농원의 화가' 이대원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6일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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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원의 화가' 이대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서 사후 첫 대규모 회고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 전시된 이대원의 2000년작 '사과나무'. 작품 아래에 반사면을 붙여 이대원이 만년에 줄기차게 그린 파주 농원 풍경 안으로 빨려 들 듯한 몰입감을 연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내가 좋아하는 것은 조선시대의 공예품이죠. (중략) 작품의 소재를 통해 전통미를 추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선인들이 갈고닦은 표현양식과 기법, 미의식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 하는 것이죠."

서양화가 이대원(1921∼2005)은 한국 전통 공예와 회화를 사랑했다. 자수, 나전칠기, 화각(쇠뿔에 채색한 공예품), 목가구 등을 모았다. 심산 노수현에게 동양화를 배워 수묵 필법을 익혔고, 소정 변관식의 산수화도 깊이 연구했다. 전통 공예와 동양화의 기법이 서양 유화 물감을 쓰는 그의 작품에도 자연히 녹아들었다. 자수와 화각에서 나타난 색채 감각은 이대원이 대표 연작 '농원'을 그릴 때 활용됐다. 언뜻 서구 점묘화를 닮은 듯한 이대원의 색점 기법은 사실 동양화 특유의 태점(이끼나 작은 식물을 표현하기 위해 점을 찍는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이대원의 1965년작 '반닫이'(왼쪽 사진)는 이대원이 실제로 곁에 두고 아끼던 강화도 반닫이 위에 소장하던 백자 접시를 올려놓고 그린 정물화로 전통 공예품의 색감과 질감을 살렸다. 1964년작 '전설의 마을'(오른쪽 사진)은 십장생도의 전통적 도상을 현대적으로 그렸는데, 색감에서 한국 전통 공예인 화각 공예의 영향이 짙게 나타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화폭을 가득 채운 원색 점과 생동하는 선으로 한국의 자연을 그렸던 '농원의 화가' 이대원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6일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다. 작가 사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에는 12세 때 처음 그린 정물화 '백일홍'에서 2001년에 그린 가로 7m 대작 '도리화'에 이르기까지, 이대원의 유화 120여 점과 아카이브 100여 점이 모였다. 전두환 일가가 소장했다가 추징금 환수 목적으로 압수돼 경매로 팔렸던 '농원' 1987년작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대원은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한국 화단에서 서구식 추상인 앵포르멜이 유행한 가운데서도 강렬한 색채와 구상화를 고수하며 '한국적 미'라는 과제에 맞선 화가다. 홍선표 한국미술연구소장은 "이대원은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과 더불어 한국 근현대 구상작가를 대표하는 4인의 거벽"이라면서 "전통적 미감의 색편과 색선이 난무하는 탐미적이고 낭만적인 자연을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 전시된 이대원의 1984년작 '담'은 주미 한국대사관이 소장한 대표작으로, 원근의 깊이가 아닌 색선·색점·색면의 촘촘한 병치로 짜여 있다. 전통 회화 기법을 유화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뉴시스

많은 사랑을 받은 '농원' 연작은 그가 화실을 마련한 파주에서 산과 꽃나무가 풍성한 풍경을 반복해 그린 것이다. 이번 전시에선 그의 '농원'이 서구적 풍경에서 동아시아적 회화 공간으로 나아갔음을 조명했다. 전시를 구성한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1970년대 농원은 원경·중경·근경의 3단 구성과 정지한 색점이 특징이라면, 1980년대에는 공간이 압축돼 색선으로 생동감을 더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 그림에는 원근이 사라져 평면성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대원에게 한국 전통 공예의 가치를 인식시킨 미술 스승 사토 구니오도 조명했다. 일본에서조차 거의 연구가 없고, 전쟁통에 작품도 대부분 사라진 사토의 '설정(雪庭)'이 이번 전시에서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 전시된다. 사토가 남긴 한국 공예품 스케치는 일제 시기 일본 미술가들이 한국 근대회화 작가들에게 남긴 영향을 짐작하게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도쿄문화재연구소와 협약을 맺고 일본에 남은 한국 현대미술 작가 관련 자료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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