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파산' 막자더니… 되레 환자 부담 커질 수 있는 '급여화의 역설'

박지윤 2026. 8. 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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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파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간병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큰 규모의 요양병원 중심으로 중증환자 간병비에 건강보험(건보)을 적용하는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병원에 입원한 최중증 환자(장기요양 1~2등급, 희귀난치성질환)부터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한다.

안병태 대한요양병원협회 수석부회장은 "간병은 한두 달 하고 마는 것이 아니고 몇 년씩 걸리는 장기전"이라면서 "보호자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간병비가 더 싼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과연 중증환자가 간병 급여를 받자고 500여 개 선정 병원으로 옮겨갈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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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요양병원 500곳 간병비 건보 적용
직고용·다교대 조건에 간병 원가 자체가 올라
월 60만~78만원… 차이 없거나 더 비싸질 수도
현장선 "간병인 구인난 심해 직고용 실현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간병 파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간병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큰 규모의 요양병원 중심으로 중증환자 간병비에 건강보험(건보)을 적용하는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환자와 보호자가 체감하는 비용 절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건보 적용 조건으로 '병원의 간병인 직접고용'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채용하면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원가) 자체가 오른다. 원가가 뛰면 환자가 건보 도움으로 전체 간병비의 30%만 부담한다고 해도 실제 지불 금액은 지금과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더 늘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요양병원 의료혁신 및 간병서비스 제도화 추진방향’ 토론회를 열고 간병비 급여화 방안을 공개했다. 전국 요양병원 1,300여 곳 가운데 500여 곳을 ‘의료중심 요양병원’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100병상 이상이면서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 등급과 환자 구성 비율 등의 요건을 갖춘 곳들이다. 이 병원에 입원한 최중증 환자(장기요양 1~2등급, 희귀난치성질환)부터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한다.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안에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30%만 낸다는데 왜 지금과 같을까

이 같은 조치에도 환자와 보호자 사이에서 "간병비 부담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목소리가 나온다. 급여화가 간병 원가를 오히려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간병의 질을 높이겠다며 의료 중심 요양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고, 최소 2교대 이상 근무 형태를 갖추도록 했다. 지금처럼 환자들이 공동 고용한 간병인 한 명이 24시간 병실을 지키는 대신 여러 명이 시간을 나눠 근무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요양병원업계 추산에 따르면 바뀐 제도가 적용될 경우 환자 한 명당 월 간병 원가는 6인실 2교대 기준 약 200만 원, 4인실 3교대 기준 약 260만 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하면 환자 한 명이 매달 내야 하는 돈은 월 60만~78만 원 선이다.

이는 현재 전국 요양병원의 공동간병 서비스 가격과 거의 차이가 없다. 간병인 1명이 환자 4~6명을 함께 돌보는 공동간병은 하루 2만~4만 원, 월 60만~120만 원 선이다. 수도권 요양병원은 대체로 월 60만~80만 원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급여화 이후 더 많은 간병비를 지불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안병태 대한요양병원협회 수석부회장은 “간병은 한두 달 하고 마는 것이 아니고 몇 년씩 걸리는 장기전"이라면서 "보호자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간병비가 더 싼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과연 중증환자가 간병 급여를 받자고 500여 개 선정 병원으로 옮겨갈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다만 복지부는 간병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직고용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인식 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은 5일 본보 통화에서 "그간 간병인의 처우나 근무조건이 워낙 열악했다 보니 간병 서비스의 전반적인 질 역시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간병인을 직고용하면 병원이 고용주로서 관리·감독을 하게 되기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의사·간호사로 구성된 팀 안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간병비 부담 덜자던 제도... '질 향상'으로 목표가 바뀌었다

한편 환자단체는 간병비 급여화의 목표가 ‘간병비 부담 완화’에서 ‘간병서비스의 질 제고’로 바뀐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를 오랜 시간 부양해야 하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질보다 더 절박한 게 경제적 부담"이라며 "간병비를 낮추는 것과 질을 높이는 건 사실상 양립 불가능한 목표이기에 둘 중 더 긴급한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용 부담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뒤따른다. 요양원과 재가 돌봄 현장에서조차 사람을 구하지 못할 만큼 간병인 구인난이 심하기 때문이다. 간병은 몸과 정신이 모두 고된 소위 ‘3D 업종'(힘들게 일해도 임금과 처우가 낮은 직업군)으로 여겨지다 보니, 내국인 비율이 낮다. 장석용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융합보건의료대학원 교수가 올해 5월 11∼22일 요양병원 227곳(간병인 7,167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2%는 외국인이었고 대부분 중국 국적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양병원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안 부회장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직고용과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파견을 양립시키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었는데, 갑자기 올해부턴 ‘직고용 원칙’으로 바뀌었다"며 "현재 간병인들의 직업의식이 그다지 높지 않다 보니 예고 없이 그만두고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직고용을 하면 파견과는 달리 당장 대체 인력을 구할 길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직접 고용만으로 간병의 질이 올라가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간병 서비스의 질은 단순히 정규직 고용을 한다고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장기간에 걸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격증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 연구에 따르면, 국내 간병인의 절반가량인 48%는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으며,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43%에 그쳤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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