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영화가 12부작 드라마로… 추억의 명작, 안방극장 두드린다

강유빈 2026. 8. 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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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보는 여자와의 로맨스, 조선시대 연애꾼의 위험한 사랑 내기, 범죄를 저지른 뒤 가스가 되어 사라지는 인간.

박은빈은 제작발표회에서 "영화는 2시간이지만 드라마는 12부작으로 최소 6배 이상의 새로운 설정을 녹였다"고 강조했다.

3분기 중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2003년 이재용 감독이 연출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긴 호흡으로 새롭게 풀어낸다.

드라마 업계가 영화 전성기 시절 IP를 다시 뒤적이는 건 안전하고 효율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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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작 '오싹한 연애' '스캔들' 줄줄이 출격
흥행 위험 줄이고, 서사 갈증 해소할 수 있지만
"재기발랄한 신인 작가까지 각색 쏠림" 우려도
tvN 드라마 '오싹한 연애'에서 귀신을 보는 여자 주인공 천여리(박은빈). tvN 제공

귀신 보는 여자와의 로맨스, 조선시대 연애꾼의 위험한 사랑 내기, 범죄를 저지른 뒤 가스가 되어 사라지는 인간. 한때 스크린을 장악했던 명작의 설정을 이어 받아 새 감각으로 재구성한 드라마가 속속 안방극장을 두드리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대가 불붙인 지식재산권(IP) 확장의 무대가 웹툰, 웹소설을 넘어 과거 흥행한 영화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18일 처음 방송한 tvN 토일드라마 ‘오싹한 연애’는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리부트 시리즈다. 2011년 개봉 당시 영화는 귀신을 보는 여자 여리(손예진)와 호러 마술사 조구(이민기)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며 로맨틱코미디 장르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거뒀다.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귀신을 본다는 핵심 설정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직업 등을 바꿔 재벌 상속녀 천여리(박은빈)와 귀신을 무서워하는 검사(양세종)의 로맨스로 이야기를 변주했다. 박은빈은 제작발표회에서 “영화는 2시간이지만 드라마는 12부작으로 최소 6배 이상의 새로운 설정을 녹였다”고 강조했다.

2011년 개봉한 동명 영화와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오싹한 연애' 포스터. CJ ENM·tvN 제공

3분기 중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2003년 이재용 감독이 연출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긴 호흡으로 새롭게 풀어낸다. 손예진이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 역을 이미숙으로부터 넘겨받았다. 그와 위험한 사랑 내기를 펼치는 조선 최고의 바람둥이 ‘조원’은 배용준의 뒤를 이어 지창욱이 맡았고, 전도연이 연기한 미망인은 나나가 연기했다.

영화를 드라마화한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9)이나 ‘7급 공무원’(2013), ‘뷰티 인사이드’(2018), ‘왕이 된 남자’(2019)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20년대부터는 웹툰, 웹소설 원작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영화 리메이크작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 디즈니플러스가 영화 ‘조작된 도시’(2017)의 세계관을 확장한 ‘조각도시’를 공개하면서부터다. 최근 화제를 모은 일본 넷플릭스 시리즈 ‘가스인간’ 역시 혼다 이시로 감독의 특수촬영 영화 ‘가스인간 제1호’(1960)를 연상호 감독이 재해석한 고전 IP 리부트 시리즈였다.

3분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업계가 영화 전성기 시절 IP를 다시 뒤적이는 건 안전하고 효율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이미 팬덤이 구축돼 흥행 부담이 적고, 원작의 명성과 인지도를 홍보에 활용할 수도 있다. CJ ENM처럼 장르별로 특화된 다수 스튜디오를 보유한 콘텐츠 기업이나 영화 IP를 가진 제작사에는 원작 IP 확보 비용을 아끼면서 보유 자산 가치를 강화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영화 투자 위축, 글로벌 OTT 플랫폼의 영향 등으로 영화계 인력이 시리즈로 대거 넘어가 영화의 드라마화가 더 용이해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인한 서사 갈증을 풀어줄 수 있다는 점도 드라마화의 이점으로 꼽힌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수 인력이 과거 IP를 리메이크하는 일에만 쏠릴 경우 콘텐츠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문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실제로 신인 드라마 작가들이 오리지널 극본을 선보이는 대신 원작이 있는 작품의 각색 작가로 뛰어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창작물을 선보일 기회가 사라지고 의지가 위축돼 그 시기에만 선보일 수 있는 재기발랄함을 놓치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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