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을 만나다] 8. 김형숙 패션디자인 명장

김혜정 2026. 8. 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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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리스트이자 대한민국 숙련기술인인 김형숙 명장은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옷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패션디자인' 한길만을 걸어왔다. 화려한 디자인보다 패턴과 봉제의 기본기를 중시하며 현장을 지켜온 그는 기술자로서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는 일을 자신의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최근 패션교육이 디자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정작 의류 제작의 핵심인 패턴 설계와 봉제 교육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의류 제작의 출발점인 패턴 설계와 봉제 과정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은 점차 줄어들고, 현장에서 숙련기술을 전수할 장인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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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 영예
화려함 대신 봉제 기본기 중시
패션 교육 디지털 중심 변화
체형 이해 패턴 설계 능력 중요
교재·영상으로 기술 전수 노력
전자책·유튜브 등 콘텐츠 확대
인력 양성·지역산업 기반 부족
명장 제도 활용 필요성 강조

“유행은 바뀌어도 기술은 남는다” 47년 바친 바느질 철학

김형숙 명장이 산업용 재봉기를 이용해 의류를 제작하고 있다.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리스트이자 대한민국 숙련기술인인 김형숙 명장은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옷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패션디자인’ 한길만을 걸어왔다. 화려한 디자인보다 패턴과 봉제의 기본기를 중시하며 현장을 지켜온 그는 기술자로서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는 일을 자신의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김 명장의 양재 인생은 1976년 크리스마스 이브 시작됐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 찾은 양재학원은 낯선 공간이었지만, 첫날부터 운명처럼 옷을 만드는 과정에 매료됐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학원으로 향해 밤늦게까지 패턴을 그리고 봉제를 익혔다. 쉬는 날에도 학원을 찾을 만큼 기술을 배우는 즐거움이 컸고, 성실함과 집중력은 일찍부터 주변의 인정을 받았다.

배움은 곧 실력으로 이어졌다.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을 시작으로 숙련기술인과 산업현장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기술자의 길을 걸었다. 현장에서는 의류 제작 기술을 갈고닦았고, 교육 현장에서는 수많은 후배들을 양성하며 기술 전수에 힘써왔다.

그가 수십 년 동안 변함없이 강조하는 것은 ‘기본기’다. 최근 패션교육이 디자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정작 의류 제작의 핵심인 패턴 설계와 봉제 교육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디자인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사람의 체형을 이해하고 패턴을 직접 설계하는 능력은 여전히 숙련된 기술자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제작 중인 의류를 살펴보며 원단과 패턴을 확인하고 있다.

김 명장은 기본기가 탄탄해야 창의적인 디자인도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 디자인과 기술은 결코 별개의 영역이 아니며, 패턴과 봉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아이디어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수십 년간 교육 현장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

그에게 양재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한 벌의 옷을 완성하기 위해 수없이 반복했던 시간과 경험, 현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는 이제 다음 세대에게 반드시 전해야 할 자산이 됐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새로운 교재를 쓰고 영상을 제작하며 자신의 기술을 기록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기술을 익히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김형숙 명장이 최근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일은 교재 집필이다. 수십 년간 축적한 패턴 제작과 봉제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누구나 혼자서도 배울 수 있는 교육 자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는 기존 패션 교육이 디자인과 이론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의류 제작의 출발점인 패턴 설계와 봉제 과정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은 점차 줄어들고, 현장에서 숙련기술을 전수할 장인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본기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산업 현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육 방식도 시대 변화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유튜브채널 ‘김형숙의 옷 만들기’를 통해 봉제와 패턴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하며 온라인 교육에도 나섰다. 책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업 과정을 직접 보여주면서 학습 효과를 높였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기술을 익히려는 수강생들의 호응도 이어지고 있다.
직접 제작한 드레스를 살펴보며 작품의 디자인과 봉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혜정 기자

특히 해외에서도 한국의 봉제 기술과 패턴 제작 방식에 관심을 보이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는 점은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다. 언어는 달라도 옷을 만드는 기술은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는 전자책과 온라인 콘텐츠를 연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기술을 접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가 오랫동안 교육 현장을 떠나지 않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여성회관과 특성화고, 산업현장교수 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연령의 교육생을 만나면서 기술을 배우려는 열정은 여전히 충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로 자신의 지도를 받은 제자들이 의류업체와 패션기업에 취업하거나 현장에서 기술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명장은 기술은 개인의 경험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숙련기술은 다음 세대에게 전해질 때 비로소 산업의 경쟁력이 되고, 기록으로 남겨질 때 사회적 자산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형숙 명장은 앞으로의 과제로 개인의 성과보다 지역 산업의 기반을 먼저 꼽았다. 강원지역에도 패션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문 인력 양성과 교육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단순한 디자인 교육을 넘어 패턴과 봉제, 의류 제작 전 과정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지역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기술인을 꾸준히 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숙련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기술을 쌓아 명장으로 인정받더라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명장 제도 역시 선정 자체보다 이후의 활용 방안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산업 발전과 기술 전수를 위해서는 명장들이 학교와 교육기관, 기업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고,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명장은 “기술은 오랜 시간 반복과 경험을 통해 완성되는 만큼 한 세대에서 단절되면 다시 복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때문에 숙련기술인의 경험을 기록하고 교육 콘텐츠로 남기는 일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 김형숙 대한민국 숙련기술 명장이 작업실에서 각종 원단과 산업용 재봉기 사이에 서 있다. 김혜정 기자

이 같은 생각은 현재 진행 중인 교재 집필과 온라인 교육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셔츠와 바지, 정장 등 품목별 패턴 교재를 지속적으로 출간하고 전자책과 영상 콘텐츠를 확대해 누구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의류 제작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축적한 기술을 가능한 한 많이 기록으로 남겨 후배들에게 온전히 전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했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한길을 걸어온 그의 삶은 화려한 성공담보다 기본과 원칙의 가치를 보여준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산업 속에서도 기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 그리고 한 사람의 경험이 다음 세대의 자산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신념은 지금도 그의 손끝에서 새로운 책과 교육 콘텐츠로 이어지고 있다.

‘좋은 옷은 좋은 기술에서 시작된다’는 그의 철학은 숙련기술의 가치와 지역 산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오랜 시간 한 분야를 묵묵히 지켜온 기술인의 경험이 기록되고 전승될 때 비로소 지역 산업의 경쟁력도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김형숙 명장의 47년 외길 인생이 보여주고 있다.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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