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59] 세종이 소리를 바로잡은 악기 ‘편경’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숨겨야 하는 악기가 있다. 깨트린 자는 곤장 100대에 3년 유배라는 꽤 중한 처벌을 받는다. 조선 시기 국보급 대접을 받았던 편경(編磬)이다. 모든 국악기를 조율하는 기준이 되는 편경은 소리 나는 돌인 경석을 섬세하게 가공해 표준음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고려 때 송나라에서 들여온 편경은, 세종 시기에 남양(현 경기 화성) 지역에서 경석을 발견해 처음 우리 손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세종은 박연이 만든 편경 소리를 듣자 한 음이 미세하게 다르다며 먹줄이 남아 덜 갈린 부분을 짚어냈다. 세종이 절대음감 소유자였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이렇게 제작된 편경은 조선의 국가 의례 음악과 음률 체계를 바로잡는 악기가 되었다.

편경을 옳게 만들려면 좋은 경석을 알아보는 눈과 미세한 음의 차이를 가려내는 귀, 수없이 돌을 갈아내며 음률을 조정하는 손의 감각이 필요하다. 16음을 품은 옥빛 돌의 모양은 ‘기역(ㄱ)’ 자나 ‘팔(八)’ 자처럼 보인다. 하늘이 굽어 땅을 감싸는 의미라는데 그 뜻도 귀하다.
한동안 단절되었던 이 편경 제작 기술을 복원한 장인이 최근 세상을 떠난 고(故) 김현곤(1935~2026) 악기장이다. 작년 말 덕수궁에서 열린 전시에서 “젊은이들이 편경에 관심을 보여 기뻐요. 옛 문헌과 실제 악기를 다시 살피며 내 나이 예순이 되어서야 복원에 성공했어요. 좋은 경석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헤맸죠. 하늘이 부르는 날까지 만들고 싶어요”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전승자의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으로 여러 무형유산이 단절의 갈림길에 선 지금, 고인이 되살린 기술은 오랫동안 작업을 함께한 아들 김종민 악기장 보유자와 손자에게 이어졌다. 부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무형유산 장인의 시연과 공연이 세계의 이목을 끌었듯, 청아한 편경의 울림도 널리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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